[전쟁과 의술]
DDT와 6·25전쟁
 
이·벼룩·모기 박멸 효과…
전염병 예방 위해 몸에도 뿌려
 
1874년 화학자 자이들러 DDT를 최초로 합성
살충제 연구하던 뮬러 곤충 신경 마비시키는 성질 발견
1942년에 제품으로 출시
발진티푸스·말라리아 등 차단
 
|
필자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 그러니까 약 45년 전에는 남학생들은 모두 삭발을 하거나 잔디 깎은 것처럼 머리카락을 조금만 남겨두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막냇동생은 만화 ‘캔디’에 나오는 ‘테리우스’같이 길고 탐스러운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머리에서 이가 한 마리 발견되는 바람에, 바로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발소에 가서는 머리를 밀리고 말았다.
가장 친숙한 살충제 DDT
당시에는 해충들이 많았다. 이나 벼룩에 물린 곳이 가려워 긁는 바람에 피부가 빨갛게 된 사람을 보는 일이 흔했고, 공중변소에 가면 구더기가 들끓었다.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게 되고, 살충제를 뿌리는 등 공중위생이 개선되면서 이런 해충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살충제 중 우리와 가장 친숙한 것이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다.
화학 살충제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국화과의 다년생 화초인 제충국(除蟲菊: pyrethrum)을 모기를 죽이는 향불 및 천연 농약으로 사용했지만, 양이 적고 가격이 비싸서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유엔군이 소독을 위해 주민들에게 DDT를 뿌리고 있다. 필자제공 |
2차 세계대전 때 공급… 전염병 차단
1874년에 오스트리아의 화학자 자이들러(Othmar Zeidler, 1850∼1911)가 DDT를 최초로 합성했다. 당시에는 살충 효과가 있는지도 몰랐다. 스위스의 연구소에서 살충제를 연구하던 뮬러(Paul Herman Muller, 1899∼1965)가 DDT라는 합성물질이 곤충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질이 있음을 발견해 1941년 이를 특허출원했고, 1942년에 제품으로 출시했다. DDT는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은 물론 이, 벼룩, 모기 등을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이들을 매개로 전염되는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페스트 등을 잘 차단할 수 있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때 열대지역에서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에 시달리던 미군들에게 DDT가 공급돼 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6·25전쟁에서도 장티푸스, 결핵 등 각종 전염병이 흔하게 발생했다. 그중 발진티푸스는 이가 많이 서식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주로 발생했다.
발진티푸스 예방을 위해 허연 가루(DDT)를 머리와 옷에 뿌리는 사진기록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면발니(Phthirus pubis). 주로 음모에 서식한다. 필자 제공
|
무차별 살포로 환경파괴의 비극도
DDT는 곤충의 이온 채널을 교란해 신경계를 망가뜨림으로써 강력한 살충 효과를 나타내지만,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에는 독성이 거의 없어 살충제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생분해가 잘 되지 않아 반감기가 길고(약 8년), 지용성이므로 동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논밭에 마구 뿌려진 DDT는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했다. 사람의 체내에서 검출됐고, 북극곰에서도 나타났다. 1962년 레이철 카슨(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은 저서 『침묵의 봄』에서 무분별한 DDT 사용을 경고했다. 봄이 왔지만, 곤충이 보이지 않는다. 먹이를 찾던 새들이 죽고, 가축을 기르던 농부가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불개미 떼를 없애기 위해 마구 뿌린 DDT가 가져온 비극이었다. 마침내 DDT는 1972년 미국에서 사용이 제한되기에 이른다.
사면발니 발견되면 주저말고 병원으로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와 몸에서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주로 성관계에 의해 감염되는 사면발니(Phthirus pubis)는 자주 발견된다. 음모에 서식하는 사면발니에 감염되면 이의 침(saliva)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피부 가려움증이 생기는데, 감염 초기보다 몇 주 뒤에 증상이 더 심해진다. 이가 흡혈한 피부는 며칠 동안 푸르스름하게 보인다. 혹시라도 사면발니가 의심된다면 주저 말고 가까운 의원을 찾자. 살충제 페노트린(phenothrin) 0.4% 분말 가루를 줄 것이다. 1일 1회씩 또는 이틀마다 3∼4회씩 살포하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그곳을 삭발하면 약의 흡수에 도움이 된다. 옷과 침대 시트를 더운물로 세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황건 인하대 성형외과 교수>
모닝 클래식 16곡 연속듣기
H. K. ---> 클릭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