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당시 중국에 파견된 미국 군인중에 가장 유명하고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양대 인물이 바로 스틸웰과 센놀트이죠. 둘다 전쟁 영웅이었지만, 이 둘의 관계는 그야말로 물과 기름의 관계이자 단순히 전략에 대한 견해의 차이만이 아니라 서로간의 인간적인 경멸의 대상이었습니다.

조지프 스틸웰대장. 차라리 중국이 아니라 유럽으로 갔으면 본인 인생에도 나았을 것이라는 평을 받죠.
(출처 : 위키백과)
그 이유에 대해 데오도어 화이트가 쓴 "특파원이 본 역사의 현장"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 타임지의 프리랜서 기자였던 저자는 센놀트와의 인터뷰에서 스틸웰과의 불화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물었습니다.
『 "그것은 나의 창녀집 문제때문이었소. 우리 애(부하들)들은 그걸 가져야 할 때 가져야 합니다. 그들은 추한 것을 취하는 것처럼 때로는 깨끗한 것도 가져야 하죠."
그의 공군부대는 곤명에 주둔해 있었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곤명의 부대주변에는 유명한 뒷골목이 있었다. 그의 부대원들은 이 골목을 들락거렸고 성병은 그들의 전투력을 감소시켰다. 그것은 그들의 비행기가 지상에서 일본군의 폭격을 받는 것과 같은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센놀트는 비행기를 인도로 보냈고 의료진과 12명의 인도 매춘부들이 함께 실려왔다. 이 매춘부들은 깨끗하게 성병을 치료받고 검진이 끝난후에 이들의 위안부로 전속 배치되었다. 문제는 스틸웰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 보고를 듣고 완전히 폭발했고 미공군 비행기가 매춘부들을 태우고 히말리야 산맥을 넘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 센놀트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창녀집"을 폐쇄해야 했다. 』
만나자말자 이런 문제로 서로 찍힌 것이죠.
저자도 언급하지만 스틸웰은 그야말로 청교도적인 사람으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철저한 FM적인 인간이었습니다. 이런 양반 입장에서는 "창녀촌 운영"따위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겠죠.(노발대발했을 모습이 연상된다는 ㅋㅋ) 도덕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스틸웰의 생각은 분명 올바른 것이지만, "하늘의 카우보이"라고 불릴만큼 자유분방하고 현실주의자였던 센놀트 입장에서는 이런 "수녀님"같은 생각은 그야말로 고리타분한 잔소리였겠죠. 서로간의 성격과 세상 보는 관점이 너무 다르다보니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적보다 더 미운 아군"이 이런 경우겠지요. 같은 동네에서 동료가 아닌 차라리 적으로 만났으면 더 좋았을 두 양반이었습니다. 이들은 미국올때 서로 같은 비행기를 탄 적도, 서로를 언급하는 것조차도 피했다고 하죠.
물론 이런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단지 지엽적이고 사소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읽다보니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덧붙여서, 센놀트는 공군에 의한 적의 제압을 주장했고, 스틸웰은 중국육군의 재편성을 통한 지상전을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이었음에도 두사람의 성격차이가 그것을 방해했죠. 스틸웰은 원래 43년 토치작전이 개시되면 북아프리카로 가서 롬멜과 싸우는데 참모로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랬다면 본인도 훨씬 좋았겠지만 20년대에 중국에서 근무했고 중국어에 능통한 유일한 미국 장성이라는 이유로 장개석의 참모로 보내졌죠. 이는 그에게는 굉장한 기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의 과거 중국에서의 경험이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중국인을 "야만스럽고 무식하고 더러운 미개인"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각은 그가 중국을 떠날때까지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백인우월주의에 개인적 공명심이 매우 강했던 스틸웰은 부임초반 버마에서의 패전에 대해서도 모든 잘못은 중국인들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장교는 무조건 불신했으며 모조리 총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장개석을 암살하고 다른 이로 대체하려는 음모를 추진하기도 했죠.(마지막 순간에 루즈벨트가 스틸웰을 버리고 장개석을 택했지만) 이는 명백한 월권이자 주권 침해였습니다. 이것이 그와 장개석, 그리고 미-중 양국의 불행이었죠.

카메라앞에서는 사이좋게 팔짱끼고 있는 세사람이지만, 속으로는 욕과 저주를 퍼부었죠. 스틸웰은 장개석을 "땅콩"이라고, 와이프인 송미령은 "마녀"라고 불렀습니다.
※ 출처 : 위키백과
반면, 센놀트는 장개석에게 매우 우호적이고 협조적이었는데 미육군에서 "또라이"라고 외면받아 군에서 사실상 쫓겨났던 그로서는 자기를 인정해주고 대접해주는 상대라면 누구라도 "OK"였을 겁니다. 스틸웰과는 정반대로 센놀트는 중국으로 갔기에 성공하여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었죠. 진정한 인생역전의 기회였다는.
양쪽 모두 자신의 전과를 과장하고 허풍을 떨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제역할 이상을 해준 유능한 인물들이었음에는 틀림없죠.
첫댓글 킨제이관련된 일화도 있고;; 어느나라나 성에 관한한 민감한 문제가 되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