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불은 항상 다른 방보다 먼저 켜져 있었다.
그 이유를 나는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부엌 불이 먼저 켜진 이유
부엌 불은 항상 다른 방보다 먼저 켜져 있었다.
아침마다 가장 먼저 밝아지는 곳은 부엌이었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집 안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공간.
눈을 뜨면, 먼저 들리는 소리는 스위치 소리였다.
딸깍.
그 소리 뒤에는 물 끓는 소리와 냄비 뚜껑이 닿는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이불 속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부엌 불이 켜졌다는 건, 이제 일어나도 된다는 신호였다.
엄마는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알람 없이도, 계절이 바뀌어도.
부엌 불은 항상 정확했다.
식탁에 앉으면 이미 모든 것이 준비돼 있었다.
밥, 국, 반찬.
엄마는 내 앞에 그릇을 놓고는 말없이 다시 부엌 쪽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부엌은 원래 엄마의 공간이라고 믿었다.
초등학생 때, 나는 아침이 싫었다.
졸리고, 학교 가기 싫고, 밥맛도 없었다.
“빨리 먹어.”
엄마의 말은 짧았다.
나는 숟가락을 움직이며 시계를 봤다.
엄마는 부엌에 서 있었다.
불 앞에 서서 국을 저었고, 팬 위에서 계란을 뒤집었다.
의자는 비어 있었다.
“엄마는 안 먹어?”
“조금 있다가.”
그 대답은 늘 같았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부엌 불은 그날도 가장 오래 켜져 있었다.
중학생이 되자 아침은 더 짧아졌다.
학원, 시험, 지각.
나는 식탁에 오래 앉아 있지 않았다.
엄마는 여전히 먼저 일어났고, 부엌 불을 켰다.
나는 그 불빛을 스쳐 지나가며 신발을 신었다.
“다녀올게.”
“그래.”
엄마는 늘 부엌에서 대답했다.
등을 보인 채로.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왜 늘 등을 보이고 있었는지.
고등학생이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야자, 스터디, 늦은 귀가.
아침을 거르는 날도 많아졌다.
그래도 부엌 불은 켜져 있었다.
내가 먹든 먹지 않든.
식탁 위에 놓인 밥은 그대로였다.
엄마는 그걸 다시 덮어 냉장고에 넣었다.
부엌 불은 그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대학교에 들어가 집을 떠났다.
자취방에서는 부엌 불을 잘 켜지 않았다.
대부분 어둠 속에서 빵을 먹거나, 컵라면으로 때웠다.
집에 전화하면, 엄마는 늘 물었다.
“밥은 먹고 다니지?”
“응.”
짧은 대답.
긴 대화는 없었다.
명절에 집에 가면, 부엌 불은 여전히 먼저 켜져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어느 겨울, 집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다.
아침에 우연히 일찍 깼다.
집 안은 조용했다.
그런데 부엌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나는 조용히 부엌 쪽으로 갔다.
엄마는 불 앞에 서 있었다.
코트를 입은 채로, 가방을 옆에 두고.
“엄마, 어디 가?”
“잠깐.”
엄마는 짧게 대답했다.
나는 그제야 시계를 봤다.
아직 많이 이른 시간이었다.
부엌 불은 이미 켜져 있었다.
그날 낮, 부엌 서랍을 정리하다가 작은 메모지를 발견했다.
냉장고 옆에 끼워져 있던 종이였다.
불 켜두기.
아침은 꼭.
짧은 글씨.
날짜는 몇 년 전이었다.
그 아래에는 다른 글씨가 있었다.
불이 켜져 있으면, 애는 안 늦는다.
나는 한참 그 메모를 들여다봤다.
그날 저녁, 나는 엄마와 마주 앉았다.
식탁 위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엄마, 왜 항상 그렇게 일찍 일어나?”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불이 켜져 있어야, 집이 깨어 있는 것 같아서.”
그 말은 설명이 되지 않으면서도, 충분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엄마보다 먼저 일어났다.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갔다.
스위치를 눌렀다.
딸깍.
부엌 불이 켜졌다.
잠시 후, 엄마가 나왔다.
아무 말 없이 불 켜진 부엌을 바라봤다.
우리는 잠시 그 불 아래에 서 있었다.
그날 이후, 집에 있을 때면
나는 가끔 먼저 부엌 불을 켠다.
불빛이 켜진 부엌은
여전히 가장 따뜻한 공간이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집에서 가장 먼저 켜지던 불이 떠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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