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8일자로 지난 함미정상회담 및 워싱턴선언의 합의사항에 따라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이 출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한미가 공동언론발표문을 내놓았습니다. 이 발표문을 좀 살펴보고자 합니다.
남한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을 확신시키려는 조치라서 그런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친절하게 번역문도 게재하였습니다. 영문으로 된 원문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발췌해가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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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3/07/18/joint-readout-of-the-inaugural-u-s-rok-nuclear-consultative-group-meeting/
https://kr.usembassy.gov/ko/07192023-joint-readout-of-the-inaugural-u-s-rok-nuclear-consultative-group-meeting-ko/?fbclid=IwAR27YlycqyRzI3NjqHoxrpU6LOvyJ57P0KvPucYCe19XiBYsPKjpE_dPQ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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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협의그룹(NCG) 공동언론발표문> / 2023.07.18.
U.S Mission Korea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3년 4월 ‘워싱턴선언’과 양자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한다는 역사적 결정에 따라, 한국 국가안보실과 미국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는 NCG 출범회의를 2023년 7월 18일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NCG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연합 억제 및 대응 태세를 제고하는 메커니즘으로 지속 운영될 것(The NCG will be an enduring mechanism)이다. 이를 통해, 양국의 집단 역량은 한반도와 인태지역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 여기서 주목해야할 표현은 지속적으로 운용된다는 표현일 겁니다. 원문으로 보자면 'enduring'으로만 나와있는데, 이 표현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긴 기간을 의미하느냐가 궁금해집니다. 바이든 혹은 윤석열 행정부 기간에만 운영될 건지 아니면 그 너머까지 운영될 지 말입니다. 다만, enduring 자체는 정말 긴 기간을 지칭하는 형용사이긴 하므로 최소한 정권교체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계속 유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NCG 출범회의는 한국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미국의 커트 캠벨 NSC 인태조정관 및 카라 아베크롬비 NSC 국방정책군축조정관이 주관하였다. 한미 국방 당국이 차관보(assistant secretary-level)급에서 주도하고, 양국 외교 당국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이번 NCG 출범회의는 미국의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the full range of U.S. capabilities, including nuclear)에 의해 뒷받침되는 확장억제를 한국에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reaffirm)하고 강화하는 기회를 미측에 부여하였다.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북한 정권의 종말(will result in the end of that regime)로 귀결될 것이며, 한미 양국은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 사람들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또다시 반복해서 강조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확인이 아니라 재확인(reaffirm)이라는 표현을 쓴거고요. 미국이 이 부분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과장 좀 보태면 셀 수조차 없을 지경입니다.
---> 기존의 핵우산(nuclear embrella)에서 확장된 개념인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는 핵우산의 범위뿐만 아니라, 적성국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수단의 범위도 확장된 개념입니다. 당연히 미국의 남한에 대한 핵우산이 포함된 개념이고(이것조차 모르는 높으신 분들이 많은걸로 보이네요), 핵우산뿐만 아니라 진전된 비핵능력Advanced non-nuclear capabilities까지 동원하여 적성국의 핵을 억제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양측은 NCG가 핵 및 전략기획과 북한의 공격에 대한 대응 관련 지침을 포함한 양자간 접근법을 논의하고 진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양측은 보안 및 정보공유 절차 개발; 위기 및 유사시 핵 협의 및 소통 체계; 관련 기획, 작전, 연습, 시뮬레이션, 훈련 및 투자 활동에 대한 협력 및 개발 등 한반도상 핵 억제 및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업무체계를 확립하였다. 특히,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 지원의 공동기획과 실행을 논의(execution of ROK conventional support to U.S. nuclear operations)하고, 한반도 주변(around the Korean Peninsula) 미국 전략자산 배치의 가시성 제고 방안(how to enhance visibility)을 논의하였다.
---> 저는 이전에 워싱턴선언에 대하여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단어 없이 설명될 수 없다. 미국은 자국의 핵전력을 자국뿐만 아니라 남한을 위해서도 사용할 것을 이전과 마찬가지로 반복하여reiterate 약속하였고, 남한은 미국의 약속을 신뢰하고 진전된 비핵능력Advanced non-nuclear capabilities을 기반으로 북한의 핵 도전을 억제할 것을 약속한 선언이다>
https://cafe.daum.net/shogun/OCbn/631
---> 이러한 제 생각이 발표문에서 있는 그대로 표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은 자신의 전략자산 배치의 가시성을 재고할 방안을 남한측과 논의하였는데, 그 전략자산을 배치할 위치가 한반도(Korean Peninsula)가 아니라 그 주변(around)이라는 점입니다. 대충 읽으면 한반도에 미국 전략자산이 배치된다고 섣불리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반도의 그 주변이라는 중요한 단서조항이 붙어있는 셈입니다.
---> 과거 한반도에도 미국의 핵 자산이 배치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원거리 타격자산들도 많이 발전하였습니다. 미국이 핵 자산을 배치하기에 한반도는 적성국들과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마치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원거리 타격당하는 러시아측 전략자산들을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한반도내에 미국의 핵 자산을 다시 들여오자거나 핵공유를 한다는 류의 주장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이 한반도의 주변은 어디일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괌은 떠오릅니다. 괌은 적성국인 북한이나 중국에게 선제타격을 받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거리이면서도,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을 선제타격하기에는 충분히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니까요. 마침, 실제로 미국은 3대 핵투발수단 중 하나인 B-52H 폭격기 4대를 한달 전에 괌에 전진배치시킨바 있습니다.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nknuclear-06152023153551.html
// 이번 ‘폭격기 기동군’을 이끄는 라이언 로우스크 중령은 이번 전개는 인도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의 목적을 지원하기 위해 B-52가 언제, 어디든 배치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의 훈련과 운용은 동맹 및 동반자 국가들에 대한 미군의 준비태세와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전개는 미 B-52 4대가 지난 3월 30일 괌에 전개된 후 한달 가량 한국 등과 연합훈련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지 약 두달 만에 다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
// 이는 이전보다 잦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와 이를 눈에 띄게 하는 ‘가시성(Visibility)’을 극대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약속을 명확히 하겠다는 한미 간 합의의 구체적 이행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
---> 사실 B-52의 항속거리와 그에 탑재되는 ALCM(공대지 순항미사일)의 항속거리를 생각하면 굳이 괌까지도 끌어다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효과를 얻고자 하는 '가시성'을 얻기위해 괌까지 B-52를 끌어다 놓고 대대적으로 언론에게 노출시킨 셈입니다. 말 그대로 showing. 보여주기인 겁니다.
괌에서 북한 전역까지의 거리. 대략 3500km.
대외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재급유를 하지 않는 B-52H 폭격기의 항속거리는 14080km.
냉전때 제작되었고 현재는 도태된 열핵탄두(수소폭탄) 장착형 AGM-86B 공대지 순항미사일의 최대 항속거리는 2400km 이상.
차후에 도입될 AGM-181 LRSO(Long Range Stand Off Weapon) 공대지 순항 미사일의 최대항속거리는 대략 "러시아와 중국해안으로 부터 1000km 떨어진 곳에서 타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의 항속거리를 가질 것으로 추정됨. 역시 열핵탄두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됨.
양측은 NCG의 업무체계 및 여타 노력을 조속히 추진하고, 향후 수개월 내 진전된 사항을 각각의 지휘계통을 통해 한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다. NCG는 적절한 급에서 분기별로 개최될 것이며, 다음 고위급 회의는 연말에 미국에서 개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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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동발표문에서 제가 본 포인트들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신 것처럼 미국은 남한에 대한 안보공약을 입증하기 위하여 겉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SSBN과 B-52라는 매우 눈에 띄는 것들로 말입니다.
일단 어제 소개해드린 우리측 NSC 1차장의 코멘트는 미국측의 의사를 이해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건 실제로 미국의 템포를 따라가느냐의 여부일 것입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대가로 알아서 간도 쓸개도 다 빼줬습니다. 그러하였던 윤석열 행정부의 선택이 그 자신의 뒤쳐진 판단과 행동으로 인해 무가치한 사건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