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는 곳들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과학자들은 마리화나에 대한 주요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3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시 소재 RAND 약물정책연구소(RAND Drug Policy Research Center)의 뷰 킬머 소장은 대담한 실태조사를 해봤다. 당시 워싱턴주 주민들은 「마리화나의 기분전환용 사용(recreational use) 합법화」에 대한 투표를 마친 직후였고, 주무부서인 워싱턴주 주류통제위원회(liquor control board)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마리화나를 사용하는지" 알고 싶어 안달이었다.
일은 간단치 않았다. 불법약물 사용자(특히 과용자)들은 으레 자신의 사용량을 축소보고하기 때문이다. 킬머는 궁리 끝에, 연구팀을 시켜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해봤다. 설문의 내용은 '지난 한 달, 또는 일 년 동안 마리화나를 얼마나 사용했나요?'였다. 연구팀은 주민들의 응답을 도와주기 위해, '마리화나 사용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해 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설문조사 결과와 다른 자료들을 종합해 보니, 마리화나 사용에 대한 인식과 현실의 갭(gap)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州) 당국은 기존의 데이터에 근거하여 연간 마리화나 사용량을 85톤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킬머의 조사에서는 그 갑절인 175톤이 나온 것이다(참고 1). "설문조사 결과, 우리가 얻은 교훈은 '앞으로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킬머는 회고했다.
전세계의 과학자들은 킬머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는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거나 그와 관련된 처벌을 완화하는 법률들이 속속 발효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리화나는 음지를 벗어나, 관계당국이 완전히 볼 수 있도록 현대식 상점의 입구에 버젓이 진열되고 있다. 2013년 우루과이는 세계최초로 전국적인 마리화나 거래를 합법화했다. 그리고 많은 유럽국가들(스페인과 이탈리아 포함)이 마리화나 사용 및 소지자를 엄벌하는 정책에서 한발 물러섰다. 미국에서도 워싱턴DC를 비롯한 39개 주에서 마리화나의 의학적 사용에 대한 조항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http://www.ncsl.org/research/health/state-medical-marijuana-laws.aspx). 워싱턴, 콜로라도, 알래스카, 오리건주는 한발 더 나가, 마리화나의 기분전환용 사용을 합법화하기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를 비롯한 몇 개 주에서도, 2016년 말까지 마리화나의 합법적 사용과 유사한 정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급물살을 타는 마리화나 합법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마리화나에 대한 연구는 담배나 알콜과 같은 합법적 물질에 관한 연구의 1/100에 불과하다(【그림 1】 참조). 나는 마리화나 연구가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정신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천 호퍼 박사는 말했다.
마리화나는 경련을 치료하거나 조현병(schizophrenia)을 유발한다는 등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건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는 제한적이며 간혹 상반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심지어 '마리화나의 긍정적 효과와 위험', '마리화나 합법화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기본적 의문도 해결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급격한 정책변화로 인해 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져나올 걸로 예상되지만, 어영부영 하다가는 때를 놓칠 수 있다. "가장 유익한 연구결과는 시장상황이 변화하는 순간에 나오는 법이다. 지금은 마리화나를 연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스탠퍼드 로스쿨에서 사회심리학과 공공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매컨은 말했다(매컨은 킬머와 함께 워싱턴주의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1. 마리화나의 부정적 효과는?
지난 몇 년 동안 마리화나의 안전성에 관한 논의는 양극화되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찬성하는 측은 '마리화나는 기본적으로 무해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각국 정부들은 마리화나를 「가장 위험한 불법약물 목록」에 올려놓고, '정신건강과 사회복지를 위협한다'고 경고하며 강력한 억제정책을 펴왔다.
과학자들은 일부 효과(특히 단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 예컨대, 마리화나는 기억과 협응력(coordination)을 손상시키며, 편집증(paranoia)과 정신병(psychosis)을 초래할 수 있다(참고 2). 이상과 같은 효과들은 마리화나의 고전적 증상들이며, 그밖에도 마리화나는 본질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마리화나를 피운 사람이 운전을 할 경우 고통사고 위험이 2~7배 증가한다고 한다(참고 3,4).
마리화나의 장기적 효과는 불투명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영향이 몇 가지 있다.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마리화나의 탐닉성을 지지하는 증거가 존재한다. 즉, 마리화나 사용자의 약 9%가 의존성을 나타내고, 내성과 같은 탐닉의 징후를 보이거나, 사용을 중단할 경우 금단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밖의 장기적 효과들은 정확히 증명하기가 어려웠다. 마리화나는 담배처럼 흡입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호흡기질환이나 폐암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실시된 연구에 의하면, "마리화나를 1년에 매일 한번씩 피울 때마다, (흡연 경험을 보정하더라도) 폐암 위험이 8%씩 증가한다"고 한다(참고 5). 그러나 다른 연구결과에 의하면, "설사 마리화나를 과용하더라도 폐암 위험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한다(참고 6). 다른 효과들의 경우, 마리화나의 효과와 교란요인(confounding factor)의 효과를 구분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일부 연구자들은 마리화나가 학업성적 저하, 사회적 성취 저하(예: 실직), 뇌발달 지연 등을 초래한다고 보고했다. 예컨대 뉴질랜드에서 1977년 실시된 「크라이스트처치 건강 및 발달연구(Christchurch Health and Development Study)」에 의하면, 매일 마리화나를 피운 사람은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정신병증상을 겪을 위험이 50% 증가하며, 학업을 마치지 못할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참고 8). 뉴질랜드의 더니든에서 1,000명의 거주자들을 출생시부터 38세까지 추적한 연구에 의하면, "마리화나를 (특히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마리화나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성인이 되어 IQ가 급격히 저하하고(http://www.nature.com/news/drop-in-iq-linked-to-heavy-teenage-cannabis-use-1.11278) 기억력 및 추론능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다"고 한다(참고 9).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리화나가 사회생활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꾸준히 관찰되어 왔지만, 그 영향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문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개재되어 있어, 일률적으로 설명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라고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탐닉성을 연구하는 웨인 홀은 말했다. "문제의 본질은 '많은 교란요인들이 개입되어 있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발레리 커란 박사(심리약학)은 말했다. 예컨대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과음(過飮) 등의 위험행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나타나는 효과를 하나의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귀속시키기가 어렵다.
많은 연구들이 '마리화나 사용자는 조현병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해 왔지만, 마리화나와 조현병 간의 관련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8~20세의 스웨덴 국민 50,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마리화나 과용자의 조현병 발병 위험이 미사용자의 3배"라는 결론이 나왔지만(참고 10), 절대적 위험은 각각 1.4%와 0.6%에 불과해, 연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마리화나 옹호론자들은 "조현병 환자들이 마리화나를 자가투약하는 바람에 마리화나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근거는 없다.
마리화나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중 상당부분은 청소년들의 경우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어, 많은 연구자들은 '마리화나가 뇌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마리화나의 영향은 활성성분의 함량(potency)과 관련되어 있지만, 이것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화됨에 따라 데이터 수집은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마리화나 사용량은 알콜이나 담배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라고 홀은 말했다. "마리화나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불법약물로, 미국 성인의 약 44%가 가정에서 한번 이상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014년에 마리화나를 사용했다고 응답한 성인은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마리화나를 장기간에 걸쳐 규칙적으로 사용한 사람의 수는 매우 작아, 마리화나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라고 홀은 덧붙였다.
2. 마리화나의 활성성분(THC) 함량은?
과학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문제인 동시에 실험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가장 복잡한 문제는 용량이다. 마리화나에는 85가지 이상의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과학자와 사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THC(tetrahydrocannabinol)다. 마리화나 재배자들은 기분전환용 및 의료용으로 고농도의 THC를 함유한 품종을 개발해 왔다. 미시시피 대학교 산하 국립 약물남용연구소(NIDA)가 운영하는 함량감시프로그램(potency- monitoring programme)에 의하면, 미국의 마리화나에서 THC가 차지하는 비율은1985~95년의 2~3%에서 2010년의 4.9%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고 한다(참고 11). 그러나 이 정도는 수입 마리화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사법당국이 압수한 수입 마리화나의 THC 함량은 1990년대 초반의 4% 미만에서 2013년의 12%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평균적인 마리화나 사용자들이 섭취하는 THC의 양을 측정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사용자들이 THC의 양을 적정(titration)하는지, THC 함량에 따라 마리화나 섭취량을 조절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에 반해 니코틴은 담배의 종류나 개비 수로 용량 조절이 가능하다. (단, 니코틴은 마리화나와 같은 방식으로 판단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THC(특히 먹는 THC)의 효과는 니코틴만큼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마리화나의 함량 증가는 선행연구 결과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선행연구에서는 THC 함량이 낮은 마리화나를 사용했으므로, 최근 연구에 사용된 마리화나와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초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THC 함량이 높은 마리화나를 사용할 경우 비사용자보다 정신병에 걸릴 위험이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THC 함량이 낮은 마리화나를 사용할 경우에는 위험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참고 12). 또한 많은 연구자들은 "NIDA가 연구용으로 승인한 마리화나는 기분전환용/의료용 마리화나와 품질이 다르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마리화나의 합법화가 증가하는 경향을 감안하여, 콜로로도주 공중보건환경청(CDPHE)에는 판매용 마리화나의 THC 함량을 체크하기 위한 기준치를 제정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마리화나 품종의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http://www.nature.com/news/marijuana-gears-up-for-production-high-in-us-labs-1.17129).
【그림 1】
1. 연구의 격차 마리화나에 관한 연구는 알콜이나 코카인 등에 관한 연구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2. THC의 함량 증가 과거 30년 동안 마리화나의 THC 함량이 크기 증가하여, 선행연구 결과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선행연구에서는 THC 함량이 3. 낮은 마리화나를 사용했으므로, 최근 연구에 사용된 마리화나와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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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정확한 라벨기재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화되어 있는 곳에서도, 현행 라벨기재 요건이 불충분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8월~10월 사이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LA, 시애틀에서 판매된 먹는 마리화나(edible cannabis) 중에서 17%만이 라벨기재 요건을 정확히 지켰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조사 대상 마리화나 제품 중에서 표시된 함량에 못미치는 THC를 함유한 제품이 절반 이상이었으며, 일부 제품은 표시량을 크게 넘어서는 THC를 함유하고 있었다고 한다(참고 13). "많은 이들은 예상치 못한 조사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고 매컨은 말했다.
3.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과는?
많은 주(州)들이 마리화나의 기분전환용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 마리화나에 대한 대중과 관계당국의 인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의학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콜로라도주는 기분전환용 사용을 허용하기 10여 년 전부터 마리화나의 의학적 사용을 허용해 왔는데, 콜로라도주 헌법은 마리화나의 적응증을 8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암, 녹내장, HIV/AIDS, 악액질(cachexia), 지속성 근육연축(muscle spasm), 경련, 심각한 구역질, 심각한 통증. 그러나 CDPHE의 의학담당책임자인 래리 워크에 의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헌법으로 규정된 사항일 뿐 의학적 연구결과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마리화나의 의학적 사용을 옹호하는 단체들도 많고,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을 주장하는 일화적 증거(anecdotal evidence)도 많지만,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으로 주장되는 것들) 중 상당수는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결여되어 있다. 이처럼 증거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지금껏 수행된 과학적 연구들이 주로 '마리화나의 부정적 효과'를 밝히는 데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마리화나 사용을 처음 합법화했을 때, 콜로라도주 공중보건청은 의료용 대마초 판매소(medical dispensary)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4년의 누적판매량은 900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 금액 중 대부분은 CDPHE가 후원하는 의료용 마리화나 연구에 투자되었다. CDPHE가 후원한 연구 중에는 「어린이 뇌전증(epilepsy) 환자의 경련 완화에 관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다른 주(州)와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뇌전증 외에,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과가 비교적 잘 연구된 질환으로는 다발성경화(MS: multiple sclerosis)가 있다. 마리화나를 기반으로 한 분무제(spray)를 MS와 관련된 근육연축에 사용하도록 승인한 국가는 27개국이다. 그밖에도 마리화나는 AIDS 환자의 식욕증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http://www.nature.com/news/marijuana-flips-appetite-switch-in-brain-1.16957), 증거가 제한적이다. 만약 확실한 증거들이 제시된다면, 마리화나 사용 옹호자들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물론,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 입법화에도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마리화나의 사용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경계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아직은 모든 연구가 실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연구가 마무리된 다음에야, 비로소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콜로라도 대학교의 로버트 부스 박사(정신과학)는 말했다.
4.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의 영향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마리화나 합법화가 마리화나의 사용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이 비교모델로 삼고 있는 곳 중의 하나는 유럽인데, 그 이유는 유럽이 미국보다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가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일부 경찰이 마리화나 사용을 눈감아주거나 소규모 마리화나 재배를 봐주기도 한다. 스페인에서는 마리화나의 개인적 사용을 허용하지만, 마리화나 판매는 아직 규제하고 있다.
【그림 2】
1. 마리화나 합법화의 역사
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여론은 1세기 이상 마리화나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다가, 1900대 초반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1930년대에 반(反)마리화나 분위기가 고조되자, 마리화나의 공포를 묘사하는 영화도 등장했다. ② 1976년 네덜란드 정부는 소량의 마리화나를 소지 및 판매하는 행위를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③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초로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Proposition 215). ④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는 투표를 통해 21세 이상 성인에게 기분전환용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했지만, 2015년까지 판매되지는 않았다.
2. 미국인들의 마리화나에 대한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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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예는 네덜란드인데, 이곳에서는 1976년 소량의 마리화나를 소지 및 판매하는 행위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의 일부 거리가 퇴폐여행의 중심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네덜란드 국민들의 풍습이 바뀐 것은 아니다.
유럽의 마리화나 사용실태에 관한 데이터가 완벽하고 체계적인 것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의 마리화나 사용자 수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월등히 많은 것은 아니다. UN 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집계에 의하면 네널란드 국민 중 마리화나 사용자는 약 7%라고 하는데, 이는 독일(5%)과 노르웨이(5%)보다 높지만, 영국과 비슷하며, 미국(15%)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네덜란드는 다른 마약의 사용률이 높지 않아, '마리화나가 좀 더 위험한 마약(헤로인이나 코카인) 사용의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네덜란드의 사례로 미루어볼 때, 자유가 반드시 방종을 부르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약 문제를 금지(prohibition)로 해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네덜란드 트림보스연구소의 프란스 트라우트만(약물정책 연구자)은 말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네덜란드에서 마리화나는 여전히 불법약물로 규정되어 있어, 마리화나를 대량 판매하거나 재배하면 법의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주는 한술 더 떠서, 마리화나의 사용은 물론 전(全)생산과정을 합법화했기 때문에, 마리화나의 경제학에 완전히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산을 합법화하면 가격이 극적으로 하락한다. 완전한 합법화를 가정하면 가격 하락폭이 75~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매컨은 말했다. (우루과이는 2013년에 마리화나를 합법화했지만, 생산량을 규제하고 판매소를 운영하느라 애쓰고 있다.)
급격한 가격하락이 마리화나의 사용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으며, 세금도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종량세를 부과한다면, 사용자들은 세금부담을 줄이려고 고함량 마리화나(THC가 많이 함유된 마리화나)를 선호할 것이다. 또한 마리화나 재배 및 판매가 사업화되면 로비가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마리화나 연구자들에 의하면, 마리화나를 부정적으로 언급할 때마다 마리화나 옹호자들로부터 이메일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 "마리화나 연구는 1960년대의 담배 연구를 연상시킨다. 마리화나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사람들은 집중포화에 시달린다"라고 호퍼는 말했다. 많은 이들은 거대한 경제적 이익을 노리는 세력이 마리화나의 위험을 은폐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상업적 이익이 클 경우, 이익에 대한 관심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압도할 수 있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트라우트만은 말했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몇 가지 중요한 의문을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몇 년이 지나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첫째로,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 등은 마리화나 합법화가 마리화나 사용패턴, 자동차사고 건수, 탐닉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될 것이다. 둘째로, CDPHE가 후원하는 프로그램은 마리화나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정보를 넉넉히 수집하게 될 것이다. 셋째로, 대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연구가 진행되면, 통계적 증거가 축적되어 마리화나의 부정적 효과 중에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려면, 마리화나 합법화로 인해 마리화나 사용량이 극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마리화나 사용량의 극적 증가가 결코 자연스런 현상도, 바람직한 현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마리화나의 합법화로 인해 사용량이 대폭 증가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유용한 데이터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매컨은 말했다.
※ 참고문헌: 1. Kilmer, B. et al. Before the Grand Opening: Measuring Washington State's Marijuana Market in the Last Year Before Legalized Commercial Sales (RAND Corp., 2013); available at http://go.nature.com/ibu8vl 2. Volkow, N. D., Baler, R. D., Compton, W. M. & Weiss, S. R. B. N. Engl. J. Med. 370, 2219–2227 (2014). 3. Hall, W. Addiction 110, 19–35 (2014). 4. Ramaekers, J. G., Berghaus, G., van Laar, M. & Drummer, O. H. Drug Alcohol Depend. 73, 109–119 (2004). 5. Aldington, S. et al. Eur. Respir. J. 31, 280–286 (2008). 6. Hashibe, M. et al. Cancer Epidemiol. Biomarkers Prev. 15, 1829–1834 (2006). 7. Fergusson, D. M., Horwood, L. J. & Ridder, E. M. Addiction 100, 354–366 (2005). 8. Fergusson, D. M., Horwood, L. J. & Beautrais, A. L. Addiction 98, 1681–1692 (2003). 9. Meier, M. H.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9, E2657–E2664 (2012). 10. Zammit, S., Allebeck, P., Andreasson, S., Lundberg, I. & Lewis, G. Br. Med. J. 325, 1199 (2002). 11. Office of National Drug Control Policy National Drug Control Strategy: Data Supplement 2014 (White House, 2014); available at http://go.nature.com/mm8qyk 12. Di Forti, M. et al. Lancet Psychiatry 2, 233–238 (2015). 13. Vandrey, R. et al. J. Am. Med. Assoc. 313, 2491–2493 (2015). ※ 출처: Nature 524, 280–283, 20 August 2015(http://www.nature.com/news/the-cannabis-experiment-1.18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