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葵) 규채자(葵菜子) 한시(漢詩)편> 고영화(高永和)
우리나라 각지에서 식용으로 재배하거나 저절로 자라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동아시아 원산으로 북반구 온대지역에서 널리 분포한다. 아욱의 생약명은 동규자(冬葵子), 별칭으로 규자(葵子)·규채자(葵菜子)라 한다. 아욱의 품종으로는 치마아욱·사철아욱·좀아욱이 있다. 아욱은 우리나라의 재래 채소로서 주로 식용으로 이용되며 연한 줄기와 잎을 국거리로 쓴다. 또한 아욱죽과 아욱쌈으로도 많이 먹고 있다.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고 칼슘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뿌리를 동규근(冬葵根), 잎을 동규엽(冬葵葉), 씨를 동규자(冬葵子)·규자·규채자라고 하며 약재로 사용한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여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씨는 볶아서 산제로 하여 쓴다.
<산림경제(山林經濟)> ‘치약(治藥)’조 동규자(冬葵子)항목에 ‘동규자는 아욱 씨이다. 심는 방법은 치포(治圃) 조에 보인다. “가을에 심은 아욱을 덮어서 길러 겨울을 지나 봄에 씨를 맺은 것을 동규(冬葵) 라 하는데 약에 많이 들어간다. 춘규자(春葵子)는 약으로 쓸 수 없다.”《증류본초》
조선후기 문인 김려(金鑢)는 그가 지은 「만선와잉고」 시편에서 사물의 생태와 속성 자체를 형상화 하였다. 다음의 ‘아욱(春葵)‘시가 그러한 예이다.
1) 봄 아욱(春葵) / 김려(金鑢 1766~1822)
靑靑畦中蔬 푸르고 푸른 밭 채소 중에
名數頗不少 이름난 채소 적지 않지만
葵爲衆菜主 아욱은 여러 채소들의 주인
土膏孕柔標 기름진 땅에서 부드러운 아욱이 나지.
先春理荒穢 이른 봄 거친 밭을 갈려면
牛力甚馴擾 소의 힘을 매우 많이 써야 하지.
破塊藝其子 흙덩이 부수고 아욱 씨를 심으면
區畈劃夭蟜 밭고랑 구획 따라 쑥쑥 자라나네.
經旬甲始坼 열흘 지나 싹이 처음 터지더니
童指榦勩了 아이 손가락 굵기의 줄기가 나온다.
霜牙絢淸晝 흰 싹이 맑은 줄을 친 듯 자라고
露蕤媚寒曉 이슬 맞은 꽃이 새벽 기운에 어여쁘다.
小摘益函活 작은 것 따주면 더욱 생기를 머금고
頻剔漸蹇矯 곁가지 쳐주면 점점 곧게 자라난다.
物性固奇詭 물성이란 진실로 기이하니
天理儘冥杳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아득하도다.
肥滑亮無敵 연하고 든든한 것에는 비교할 만한 채소가 없고
晩食方丈藐 때 놓친 식사에는 가벼운 진수성찬이라네.
境僻過枉稀 궁벽한 처소에 극히 분수에 넘치는 채소이니
寧憂晉馬勦 어찌 노곤한 말이 끊어 먹을까 근심하랴.
◯ 김려(金鑢)는 이 작품 아래 <본초강목>에 아욱은 온갖 채소의 주인이다. 곧 봄 아욱은 먹을 수 있고, 곧 겨울 아욱은 단지 씨를 따서 약으로 쓰는 것이 마땅하다.(本草曰葵 爲百菜主 春葵可茹 冬葵只宜採子入藥 春葵). 위 시는 이러한 주석의 내용과 연관하여, 아욱의 생태와 성질을 부연 서술하였다. 첫 3구에서는 본초강목 에서 이른바 ‘아욱은 온갖 채소의 주인’이라는 말을 달리 말한 것이다. 다음 4구는 춘규를 파종하여 재배하는 과정을 서술하였는데, 그 내용이 산림경제 의 ‘治圃’조 ‘冬葵’ 항목에서 보이는 “봄에는 반드시 휴종법(畦種法)으로 한다.”는 것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지 사물에 대한 관심이 지식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실제 재배 경험을 통해 사물의 생태와 성질을 형상화 한 것이라 하겠다. 다음의 8구는 아욱이 싹이 나서 쑥쑥 자라는 모습, 어린 순을 따고 곁가지를 쳐서 생장을 돕는 모습을 묘사하였는데, 생물의 생기와 인간의 활기가 한데 어우러진 기쁨을 연출하고 있다. 마지막 구는 때늦은 식사에는 아욱만한 반찬이 없다고 찬양하며 마무리를 하고 있다.
◯ 김려의 ‘아욱(春葵)‘ 시에서 보이듯, 사물의 생태와 속성, 그를 바라보고 누리는 인간의 흥취를 생생하게 형상화한 시의 미적 성취는, 다음에서 보이는 김창업(金昌業)의 <아욱(葵)>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2) 아욱(葵) / 김창업(金昌業 1658~1722)
靑靑露下葵 이슬 내린 푸르고 푸른 아욱을
折來旋烹之 뜯어다가 곧장 삶았네.
此味須少知 고기 먹는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은데
願分食肉人 이 맛을 모름지기 아는 이 적구나.
김창업의 아욱(葵) 시 역시, 다양한 자연물들이 창작의 소재로 하고 있는 전대의 영물시(詠物詩)와 비교해 보면 일상적 정경을 잘 포착하였다고 보인다. 특히 1, 2구에서 아침 일찍 이슬이 담뿍 내린 싱싱한 아욱을 뜯어다 데치는 내용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시는 다음 3, 4구에서 육식가(肉食家) 곧 부귀한 자들이 이 맛을 알 리 없다는 말로 시상을 정리함으로써 1, 2구에서 이룩한 생생한 흥을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물론 김창업의 시가 오언절구라는 극히 짧은 시형을, 김려가 비교적 긴 10운의 오언고시 형식을 취하였기 때문에 생긴 차이도 있겠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사물에 대한 견문과 체험의 밀착 정도에서 생긴 차이라 하겠다.
3) 왕세손이 햇생강을 하사하고 과분하게도 손수 글을 적어 보내주심에 삼가 감사드리며[敬謝王世孫賜新薑兼侈手札] / 서명응(徐命膺 1716∼1787)
珍賜初攀貳極仁 어진 왕세자가 처음으로 귀한 물건을 하사했는데
春葵夜雨伴芽新 봄 아욱이 밤비에 젖어 새싹들이 돋아났네.
調羹肯數梅鹽美 국을 끓일 때 매실과 소금을 넣어 맛을 어찌 헤아리랴마는
入藥能通佐使神 약을 쓸 때 배합하여 보조함에는 아주 능통한 것이다
草木猶親辛辣性 가히 초목과 가까워 쓰고 매운 성질을 가졌으니
賓僚寧厭直方臣 빈료(賓僚)가 어찌 직방(直方)하는 신하를 싫어하랴.
尋常細事追前烈 보통 사소한 일에는 옛 어진 이를 본받고
庸謹元來造聖人 말과 행동을 삼가 떳떳하게 하면 성인이 된다네.
[주1] 빈료(賓僚) : 조선 시대, 왕세자의 교육을 담당하던 시강원(侍講院)의 관원
[주2] 직방(直方) : 경(敬)을 위주로 하여 안을 곧게 하고 의(義)를 지켜서 바깥을 방정하게 한다는 것으로서 유가의 학문을 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