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반곡 밤벌유원지 오토캠핑장
어릴 적 여름 피서로 가족들과 함께 떠났던 캠핑을 생각해보자. 사람은 북적대고, 땅은 질퍽거리고 높은 습도는 짜증을 부른다. 여름은 캠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계절이다. 캠핑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캠핑 적기는 지금이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늦가을. 강원도 홍천 반곡 밤벌유원지 오토캠핑장에 다녀왔다. 사람들은 가을밤 화롯불가에 말도 없이 멍 하니 앉아 있었다. 바람 소리, 물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낮 12시쯤 캠핑장에 도착하니, 캠퍼는 아무도 없었다. 밤벌이라는 이름답게 밤나무 숲속이다. 밤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다. 커다란 밤나무 아래 모여 앉아 바비큐 파티 중인 이들만 보였다. 그 너머로 홍천강이 흐른다. 멀리서 보는데 그림이 괜찮았다. 탐나는 자리였다.
강원 홍천 반곡 밤벌유원지 오토캠핑장을 찾은 여행객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저희 금방 갑니다. 여기다 자리잡으셔도 돼요."
캠핑장 중에서도 오토캠핑장은 자연휴양림과 달리 자동차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다. 캠핑 사이트 옆에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다. 대개 화장실, 개수대, 전기, 화로대 사용이 용이하다. 곁에 주차를 해 놓고 기다렸다.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캠핑장 주인도 입장료 받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중에 일괄적으로 받아도 늦지 않다. 피서객이 많은 여름에는 입구에서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오후 2시쯤 되니 자동차들이 속속 도착했다. 도착한 이들은 데크와 나무 밑, 한적한 곳에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자동차에서 줄줄이 장비들을 꺼낸다. 텐트 치기 편리하도록 시멘트로 된 데크가 곳곳에 있다. 잠시 후 캠퍼들의 임시 거처가 너덧 생겨났다. 그 즈음 주인장이 텐트를 돌면서 입장료 등을 걷었다.
10년 전부터 캠핑을 즐겼다는 서승범씨(36)는 아이들과 함께 한 캠핑을 떠올렸다. 처음 아이들과 캠핑을 가서 "캠핑 오니까 뭐가 제일 좋으니" 물으니 "뛸 수 있잖아요" 했다는 것이다. "아파트라서 아이들이 잘 못 뛰어다니잖아요. 한창 뛰어다닐 나이인데…. 마음이 짠 했죠."
그와 함께 캠핑에 나선 조한웅씨(37)는 "저는 외로워서 하고, 승범이는 외롭고 싶어서 합니다" 했다. 서씨는 결혼 5년차 유부남, 조씨는 솔로다.
바비큐 무리가 자리를 떴다. 그 자리에 텐트를 쳐 놓고, 팔봉산 아래 홍천강으로 낚시를 떠난다는 서씨 일행을 따라나섰다. 이곳 캠핑장엔 특히 홍천강 낚시를 하러 오는 이들이 많다. 홍천강은 수심이 깊지 않고 넓게 펼쳐져 있어 아이들과 놀기도 제격이다. 여름엔 레프팅을 할 수 있고, 캠핑장 입구에서 빌려주는 산악 오토바이를 타고 강변을 드라이브 할 수도 있다.
홍천강은 나지막한 여덟개의 봉우리가 물결치듯 굴곡진 팔봉산을 감아 넓게 흐르고 있다. 메기,쏘가리 등 민물고기가 잘 잡힌다. 흰 돌로 이뤄진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낚시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조황이 좋지 않았다. 밤벌유원지 근처로 자리를 옮겼으나, 역시 수확은 없었다. 이들은 캠핑장으로 돌아와 주인장에게 1만5000원짜리 매운탕용 민물고기 세트를 1만원에 샀다.
해가 진 후의 캠핑장은 또다른 분위기다. 낮에 없던 서 너 팀이 더 와서 텐트가 캠핑장을 죽 둘러쌌다. 이곳 밤벌 오토캠핑장에는 가로등 시설이 거의 없었다. 매점과 화장실, 개수대가 있는 쪽에만 불빛이 있고, 캠프 사이트 쪽은 컴컴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회사원 이모씨는 "캠프는 뭐든지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입니다" 했다. 당연히 인공조명 없는 곳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텐트마다 화롯불이 피워졌다. 나무 타는 구수한 냄새가 캠핑장을 휘돌았다.
"자연스러운 게 제일"이라던 이씨의 텐트를 방문했는데, 전기장판부터 휴대용 스피커, 휴대용 에스프레소 제조기, 높이 조절이 가능한 테이블까지 없는 게 없었다. 이씨는 "캠핑장비를 사다보면 끝이 없는데, 사실 그 끝엔 '집'이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조리기구부터 휴대용 찬장까지 모두 구비해 들어가면 부엌이 있는 집같이 꾸며놓았다. 허무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캠핑의 목적은 캠핑 그 자체, 불편함을 즐겨야 하는 건데…"라고 말끝을 흐리더니 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능숙하게 커피를 내려 기자에게 건넸다.
■ 오토캠핑 100문 100답 장비 준비는? 대여제품으로 먼저 체험하세요
최근 발간된 < 캠핑초보를 위한 오토캠핑 100문 100답 > (캠핑퍼스트·꿈의지도 공저/꿈의지도 출판)은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성 싶다. 많은 캠퍼들이 거쳐가는 온라인 캠핑 커뮤니티 '캠핑퍼스트'에서 회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질문들 가운데 100가지를 추린 책이다.
"장비가 주는 부담에 주눅들지 말고 일단 집을 나서라. 몸으로 배우는 게 최고"라는 '열혈' 캠퍼들의 답변 몇 가지를 재구성해봤다.
- 최소한의 장비는 어떤 게 있을까요?
텐트, 타프, 의자, 매트, 버너, 취사도구, 아이스박스, 화로대, 침낭, 랜턴 정도입니다. 장비를 대여해 주는 곳에서 먼저 체험하고 한 가지씩 살림살이 장만하듯 해도 됩니다. 수도권에서는 캠핑라운지, 즐거울락 캠핑장 등에 체험캠핑장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 첫 캠핑 후 며칠 몸살을 앓았습니다. 누구나 첫 캠핑은 이렇게 힘든가요?
당연히 힘듭니다. 캠핑이 특히 아빠들에겐 엄청난 '노가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문제점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자신이 준비한 것을 시험해서 성공한 기분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기쁨이죠.
- 캠핑장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나 선호하는 명당이 있나요?
처음에는 화장실, 샤워, 전기 시설 등이 잘 갖춰진 캠핑장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 캠핑에 중독됐을 땐 집에서 가까운 곳을, 요즘은 숲과 계곡이 있어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아요. 명당자리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큰 나무그늘이 있으며 바닥이 평평하고 배수가 잘 되는 곳, 겨울에는 햇볕을 잘 받아 펙 박기가 용이한 곳, 엄폐물이 있어 찬바람 막을 수 있는 곳이면 좋지요.
- 캠핑장 예약을 쉽게 할 수 있는 사이트나 방법이 있나요?
캠핑지도(www.campingjido.com)와 오마이텐트(www.ohmytent.com) 등 예약사이트들이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는 각 캠핑장 사이트나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많은 곳이 선착순으로 캠퍼를 받고 있기도 하고요.
- 캠핑장에 가면 첫눈에도 고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던데, 어떤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드나요?
2년 전 경험입니다. 칠순이 다된 어른이 10년도 더 된 코오롱 캐빈형 텐트에, 빨래가 널려 있고 조용하더군요. 그 분의 장비, 정말 일천합니다. 코펠, 휘발유 버너 2개, 식기…. 그 흔한 사이드 테이블도 없습니다. 바닥에는 은박 돗자리, 타프도 없이 햇빛을 그대로 받으시고, 텐트 설치는 완벽한 방수, 배수로도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완벽했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에 찬사를 보내게 됐습니다.
▲ 여행 길잡이
* 새로 개통한 서울 ~ 춘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강촌IC로 빠져 20분가량 달리다보면
'밤벌 유원지 오토캠프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주소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 반곡리 산 3. (033)434-8971
* 30~40동 정도 텐트 설치가 가능한 규모다. 물론 그 숫자가 모두 들어찬다면 최악의 캠핑이 될 것
이다.
* 입장료는 1인당 2000원, 텐트 1만원, 타프 5000원, 전기이용료 3000원. 산악 오토바이는 시간당 2만
5000원. 동절기엔 운행하지 않는다. 화장실은 수세식이고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매점에서 음료, 간단한 음식 등 필요한 것은 대체로 판다. 샤워시설이 있긴 한데, 지금 같은 날씨에
는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고로 캠핑은 불편함을 즐기는 것. 바로 앞에 홍천강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연결된다. 홍천강가엔 넓은 자갈밭과 모래밭이 펼쳐져 있어 강변으로도 자동차 출입
이 가능하다. 강변에서도 캠핑할 수 있다.
* 밤나무가 많은 만큼 가을엔 알밤줍기 체험행사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을 듯.
성인 3000원, 소인 2000원.
* 근처 팔봉산유원지도 갈 만하다. 산은 320m로 높지 않지만 여덟개의 봉우리가 강에 비친 모습이
아름답다. 3000원 정도에 견지 낚싯대도 빌릴 수 있다. (033)43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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