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한 마리가 희망이다!
동북인도 중에 특별히 마니푸르주에 있는 시골마을을 순회하면서 여성가장으로 힘겹게 사는 교우들을 가끔씩 만났다. 남편이 병이나 사고로 죽어 생계를 꾸리기 위해 날품팔이로 농업노동을 하는 분들이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격려금을 조금씩 드렸지만 그것은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방울을 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예산이 없이 막무가내로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는 없었다.
2011년 정초에 드디어 용기를 내서 돼지 20마리 정도의 후원금을 보내면서 “여성가장 자립프로젝트”로 ❰복돼지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복돼지를 받을 수 있는 수혜자의 조건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난한 여성가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돼지가 새끼를 나면 반드시 WF사무실에 알려서 한 마리를 이웃의 가난한 여성가장에게 기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돼지 나눔의 시작은 비록 미미하였지만 고인(故人)으로부터 빚과 자녀와 고통만 물려받은 여성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다. 돼지 새끼가 민들레 꽃씨처럼 희망의 씨앗이 되어 여성가장이 있는 집에 가서 꽃이 피었다. 우리는 해마다 돼지를 나누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수혜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받았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하여 가난과 고통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여성가장들을 위로하였다. 가정방문으로 수혜자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손잡고 기도하며 울고 웃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겨자씨 같은 희망이 싹트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십여 년이 되었을 때 수혜자들로부터 크고 작은기쁜 소식이 왔다. 돼지 덕분에 밥 먹고 살게 되었다는 소식, 자녀들을 학교에 보냈다는 소식, 새 집을 지었다는 소식, 빚을 갚았다는 소식 등의 인사를 받았다. 특별히 재작년 마니푸르 폭동 이후로 돼지를 팔아서 양식을 사거나 생필품을 구입했다는 소식과 임팔로부터 공급되었던 고기가 오지 않으므로 도살하여 식용도하고 판매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또한 난민캠프와 시민방위군 캠프에 돼지고기를 보낼 때 마다 수혜자들의 가정에서 돼지를 구입하였다.
작년 8월 동북인도 방문 30주년 기년행사를 위해 들어갔을 때 여러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복돼지 나눔 프로젝트❱가 가난한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축복이었다며 수혜자들의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었다. 실제로 수혜자 한 분이 감사의 인사를 직접하고 싶어서 아침부터 몇 십리 길을 걸어오시기도 하였다.
보통 돼지 후원금을 1년에 한 차례씩 보내지만 작년에는 비상시국이어서 두 차례를 보냈다. 범위도 여성가장과 난민 가정 그리고 가난한 가정으로 넓혔다. 올해도 여전히 비상시국이므로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서 두 차례 보내기로 하여 지난 2월 말에 30마리 분을 보냈다.
아래는 ❰복돼지 나눔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라헬이 사진과 함께 보내온 글이다.
사랑하는 선생님!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이번에 복돼지 프로젝트 나눔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첫째는 건강한 돼지 새끼를 한꺼번에 다 구할 수 없어서 였습니다.
둘째는 우리교단의 정기총회에 참석하느라 바빠서 였지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폭동으로 생활이 더욱 힘들어진 우리 수혜자들이 너무 기뻐합니다. 정말 필요한 때 공급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돼지를 키우려고 돼지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모두들 하나님께 도움을 하소연했는데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웃는 얼굴,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저희들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선생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당신의 보살핌, 사랑, 관대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복을 주시고 또 주시길 빕니다.
선생님!
우리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한국교우님들과 한국교회와 한국을 위해 기도하며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3월 16일 주일 자시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