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부재와 버선발
-윤동재
청송읍 청송장 장날
장이 파하고 난 뒤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막걸리 한잔에 불콰해진
주왕산면 웃새골 산다는 노인
장을 본, 색 바랜 까만 밥부재를 들고
내 옆에 다가와 앉았다
한때는 뭐라캐사도
청송 백자였니더
청송 백자 들어보셨니껴
처음 듣는다 했더니
백자는 보통 궁궐에서나 쓰는 거
놋그릇은 비싸 엄두도 못 내고
나무 그릇은 절집이나 제상에나 오르던 시절
천지뻬까리로 만만한 게 청송 백자였니더
밥그릇 국그릇 종지 접시 요강까지 마카 그걸로 썼니더
자랑 같지만도 내사 마 젊어서
청송 백자 맹글 때, 고치는 일 질라이였니더
도석(陶石)을 캐 디딜방아로 빻아서
그 가루로 맹글었는데
얇기가 계란 껍질 같아
다 만든 청송 백자 지게에 짊어지고 댕길 때는
새색시 버선발로 걷듯 했니더
돌다리를 건널 때는 더더욱 그랬니더
내 귀가 노인의 숨결 쪽으로 기울수록
손질도 숩게 하고 잿물도 잘 발라
백자 굽는 사기굴에 불 때고 나면
점주가 날 따로 불러
술캉 고기캉 실컷 대접해 주디더
담배 한 대 드리고
라이터 불을 당겨드렸더니
연기를 먼 하늘로 몇 번 올려보내고는
청송 백자,
밥 담아 놓으마 밥맛 하나 끝내주었니더
물이 절대 안 생겼니더
스텐그릇 놋그릇, 텍도 없니더
하모요, 청송 백자 웃질이니더
하나 드리고 싶어도 없어 못 드리니더
나중에 또 만나게 되마
도석 캐던 주왕산면 신점리 법수 광산은
같이 한 번 갑시더
뭐라캐사도
청송 백자,
청송 백자였니더
걸려 온 전화 길게 받는 동안
노인은 먼저 온 버스에 올랐다
품에 안은 백자라도 깨질세라
버선발 신고 빙판을 걷듯
조심조심,
장을 본 색 바랜 까만 밥부재를 들고
올라타 가 버렸다
#청송 백자 #청송장 #밥부재 #도석 #법수 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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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몽유기행시
몽유기행시
<밥부재와 버선발>한때는 뭐라캐사도 청송 백자였니더 청송 백자 들어
푸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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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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