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생활을 다룬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톰행크스 주연의 영화이다. 가장 바쁜 사람처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시간에 얽매여 살았던 남자가 비행기사고로 홀로 생존해 무인도에서 살았던 이야기이다. 그는 곧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소망과는 달리 주변인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그는 끝없는 무료한 시간속에 놓이게 된다. 그런 그가 찾아낸 것이 하나의 배구공이었다. 윌슨이라 이름을 붙이며 그는 그와 친분 아니 생명을 공유한 그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엄청난 태풍이 무인도를 휩쓸면서 윌슨은 사라지고 만다. 유일한 대화의 상대였던 윌슨이 사라지자 그는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구조된다.
그는 한때 미국의 중심부에서 시간에 쫓기면 사는 그의 생활을 증오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하게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꿈꿔왔다. 그런 시간을 위해 지금 이 시간 참아내자 그래서 전세계를 떠돌면서 일하면서 돈을 벌자 그런 것이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누르자 그런 것 아니였겠나. 북적북적대는 대도시를 피해 여유롭게 사랑하는 사람과 지내는 그런 꿈을 위해 지금의 피곤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런 존재였던이다. 그러나 그렇게 희망했던 자유로움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전혀 다른 곳에서 그에게 접근하고 그를 가둬버리고 말았다. 무인도라는 그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그 공간말이다. 하지만 그는 곧 지치고 피곤하고 외로워한다. 조그만 배구공에게 자신의 우정과 사랑을 바치는 그 요상한 모습까지 보인다. 그렇다. 인간이 공동체를 벗어나면 생기는 바로 그런 현상이다.
공동체는 인간이 만든 가장 피곤하지만 이상적인 시스템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래서 농업공동체도 만들었고 그래서 농업혁명도 이뤄냈다. 동네도 마을도 커뮤니티도 만들어졌다. 혼자서 살던 시스템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내 불편함이 뒤따랐다. 규범이 생기고 법이 생기고 서로의 사사로움을 따지면서 더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냥 벗고 다니면 됐는데 이제는 이런 저런 옷도 입어야 하고 혼자 외치고 고함치고 떠들어도 되는데 이제는 이웃의 눈치를 봐야하고...혼자 그냥 먹으면 되는데 옆집의 상황도 살펴야 하고...혼자 영위하던 생활하고는 너무 다른 환경에 놀라고 만다. 그래서 예의범절도 만들고 법도 만들고 사회규범도 만든 것 아닌가.
공동체 생활을 영위함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행동들을 숙지하고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도태되고 만다. 그래서 아이들이 생기면 제일 먼저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 주지 않던가. 그렇게 우리는 공동체와 분리될래야 될 수 없는 상황속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은 자신보다 옆집 그리고 옆사람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규약에 어긋나면 제재를 받게 된다. 힘이 넘쳐 누군가를 가격하거나 공동의 시설물을 파괴할 경우 현실세계에서 격리된 생활도 해야 한다. 누군가의 생명을 해하면 자신의 목숨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의 규범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혼자서 살 능력이 되지 않으니 공동체 생활을 택한다. 자발적 로빈슨 크루소가 흔치 않은 것은 바로 인간은 혼자 살아가기기 무척 힘든 동물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혼자 살게 되어있었으나 살아가다보니 공동체에 더욱 익숙해지고 그래서 공동체을 숭배하고 그곳에 떠나는 것을 아주 험난한 여정이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런 공동체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떠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여행도 캠핑도 이른바 자연인들도 생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 돌아온다. 여행에서 돌아오듯이 그렇게 혼자만의 생활을 조금 즐기다 그냥 돌아온다. 그 공동체로 말이다. 그것이 순치된 인간 본연의 공동체 회귀현상이다. 하지만 공동체는 규범이 강하다. 조그만 어긋나면 제재가 가해진다. 그속에는 법률도 규범도 있다.실제로 법의 제약을 받지 않아도 공동체 규범속에 따돌림을 받거나 업신여김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우리의 삶은 공동체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공동체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강한 공동체 정신이 필수적이다. 옆집의 눈치와 옆사람의 신경을 몸소 느끼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공동체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22년 10월 3일 개천절 화야산방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