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선DB
노무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과 정치’라는 책을 최근 출판했다. 그는 책을 통해 집값 폭등의 원인은 공급부족, 세금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과잉 탓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집값이 올라갔다기보다 집값 상승기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원전폐쇄 의혹과 관련 기소됐으며 통계조작으로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덧붙여, 코로나19로 자본주의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돈 풀기가 벌어졌다. ‘공급 부족’ ‘세금 문제’ 때문이 아니라 과잉유동성이 한국의 집값을 상승시킨 원인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전문가들이 집값 폭등의 원인을 유동성 과잉과 공급 규제 탓이라고 주장할 때 다주택자, 투기, 낮은 세금 탓으로 돌리면 다주택자 중과세 등 규제 정책을 펼쳤다. 결국 30여차례의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폭등하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저금리 탓에 집값이 올렸다고 변명했다.
김 전 실장은 다만 문재인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4대 정책 실책으로 ①부동산 대출을 더 강하게 억제하지 못했고 ②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했고 ③부동산 규제의 신뢰를 잃었고 ④정책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정책리더쉽의 실종과 관련해서 당시 여당 대선주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은 정책적 합리성보다 대중의 분노를 달래고, 지지를 회복하는 데 더 마음을 쏟는다. ‘세금을 더 높이자’ ‘임대주택으로만 200만 호를 추가 공급하자’ ‘용산공원, 김포공항, 그린벨트에 모두 집을 짓자’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게 돈을 더 빌려주자’ 하는 식이었다.”
김 전 실장은 “중심을 잡았어야 할 정부·여당마저도 결국 포퓰리즘에 의지하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정책의 리더십을 잡지 못하고 이런 상황에 휩쓸리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은 물론 당시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부동산 급등기에는 시장에 맡겨라, 불로소득을 환수하라, 원가 공개를 하라 등 각종 처방이 난무하게 되고, 정부 또한 중심을 잃고 여기에 휘말리게 되고 정책 신뢰는 떨어지고, 국민들은 더 불안해진다. 정책의 효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도 그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정작 필요했던 유동성 축소는 회피하면서,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일들에 떠밀려왔다” 김 전 실장은 집값 상승 등의 책임론으로 2019년 6월 사실상 경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자기변명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출판한 '부동산과 정치' /출판사 홈페이지
그는 자신이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과 관련 “노무현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은 것이 ‘실패 프레임’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는 “정부 정책이란 것이 특정 자연인이 압도하는 구조가 절대로 아니고 나 또한 그런 식의 전횡을 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의인화’됨으로써 불신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안타깝다”면서 " 금융 규제, 3기 신도시 발표, 임대등록제 등이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에서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좌절에서 배워야 할 교훈으로 ①전 세계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주택의 금융화 ②시장의 일- 정부의 일을 구분해야 하며 ③수요는 빠르고 공급은 더디고 ④ 정부는 집값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책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좌절의 교훈이라는 내용이 부동산 교과서 한두권 읽은 대학생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고 보수적 학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을 비판할 때 수도 없이 제기했던 내용”이라며 “전문가들의 견해를 경청했다면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가 좀더 현실적인 정책을 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