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디우스가 그리워서 작년 6월부터 일본가디를 시작해서, 올해 1월까지 열심히 플레이 했습니다.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그리움' 때문에 이 곳을 찾고, 다들 게임을 하시는거라 생각합니다.
한국가디우스와는 다르게, '아이템' 중심적인 게임인 일본가디우스지만, 그래도 가디우스니까 저도 열심히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었는데요, 저랩 때는 친절한 유저분들의 도움으로 쩔도 받고, 쩔만 받는 건, 죄송하기도 하고, 재미도 제한적이다보니, 아이템을 사고, 캐릭터를 사서 게임하는 재미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게임을 즐겼죠.
재미는 현질에 비례해서 늘더군요. 저렙 캐릭과 조그마한 템들을 사서 친구들을 쩔해줄 때 느꼈던 희열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욕심이 더 생겨서, 조금 더 좋은 아이템, 조금 더 좋은 배권, 조금 더 좋은 캐릭터들을 사서 오토를 돌리고,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마음으로 다른 분들 레벨업도 도와주며 재밌게 게임을 했었죠.
그러다 한국에 돌아오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여태껏 사놨던 아이템들, 캐릭들을 하나 둘씩 정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도중에 아이템을 살 때 느끼지 못했던 점을 아이템을 팔면서 느끼고 있는데요. 바로 아이템 구매를 희망하는 입장과 아이템을 판매하는 입장의 확연한 차이입니다.
우선 아이템 구매를 희망하는 입장에서는, '싸게'사길 원합니다. 저도 그랬죠. 그래서 흥정이라는 것을 하고, 흥정이 잘 되면, 조금 더 저렴한 값에 구매하고, 안되면 안되는대로 템을 사기도하고, 안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템을 팔 다보니, '싸게'사길 바라는 마음이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씁쓸한 마음을 안겨주게 되는 걸 느꼈습니다.
우선 아이템에는 '시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언제 누가 어떠한 이유로 그렇게 값을 매겼는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 모든 것에는 가격이 있죠. 저는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이 되고, 그 이외 대체재나 소비자들의 선호와 같은 외부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배워왔습니다.
가디우스도 예외는 아니죠. 시세라는게 어찌 됐던 간에 형성이 되었고, 사람들은 시세를 통해 거래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시세보다 싸게 사려는 욕구와 시세보다 비싸게 팔고싶은 욕구는 인간인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거래도 있지만, 정도를 지나친 개인의 욕구가 타인에게 불편한 마음을 주는 경우 종종 겪었습니다. '재기 하는 사람한테 이익 좀 되게 싸게 파세요', '전에는 얼마에 팔았는데, 지금은 가격이 좀 더 높네요. 예전 가격으로 파시지 않겠습니까' 등 이런 말을 들으면서, '그냥 싸게 넘기고 빨리 이 짓 그만둘까'라는 생각과 '조금 너무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많이들 장사에는 상도덕이 있다고 하죠. 밑에 Nixon님이 적으셨던 글의 내용도 상도덕이지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도 상도덕의 일부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느낀 점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거래이다 보니, 개인 고유의 '어투'와 어감'이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는대서 오는 오해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값에 사면 손해'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무의식 혹은 의식 속에 박혀있다는 것입니다.
여기 '아이템 거래' 게시판에 올라오는 판매 목록들은 사람들이 가디우스 게임상에서도 많이 판매하고 있는 목록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가디에도 올리고, 여기에도 올리는데요. 가디우스에서는 아이템으로 거래를 하고, 여기서는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게임이 워낙 소수정예의 매니아게임이다 보니, 상황에 따라 현금화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적으로 판매자들이 현금거래가 이뤄지는 이 카페의 게시판에는 현금가격으로 아이템의 시세보다는 조금 낮게 적어 올립니다. 여기서 문제가 한 가지 발생하는데요, 말 그대로 현금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이용해서, 조금은 터무니없게 느껴질 정도로 가격을 후려치는 구매자분들이 계시다는 겁니다. 시세를 몰라서 그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는 분들도 더러 계시죠. 이미 할인된 가격에 내놓았는데도 더 할인을 해달라는 요구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맥이 풀리게 합니다. 구매했던 템을 파는 경우에는 판매를 결정할 때, 기존에 샀던 가격도 고려를 하는데, 시세가 폭락하면서 이미 많은 손해를 입고 파는 경우도 있죠. 시세가 반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 이 부분은 굳이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생각없이 쓰다보니,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제가 하고싶은 말은 구매와 판매 행위에서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는 지키자는 겁니다. 시세보다 10만원 싸게 팔면 충분히 싼 가격인데, 여기에 10만원을 더 싸게 팔아달라는 말은, 그냥 저에게 '나한테 디젤시계를 공짜로 선물해주라'라는 말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거 제가 사면 저도 나중에 시세 떨어질테니, 좀 더 싸게 파시죠'라는 말은 예비 구매자의 예비 손해분까지 판매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가볍게 지나쳐도 될 말들이지만, 저도 제 성격상 그렇게 되지가 않더라구요. 개인의 가격지불의사에 따라 아이템의 시세에 맞게 구매를 하는게 부담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판매자들도 구매자들도 똑같이 1000원, 1만원, 10만원이 아까운 입장이죠. 그리고 누구나 다 판매자이며 구매자이죠.
특정 인물들을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니라는 점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 팔면 그만이지 왜 여기다 이런 글까지 쓰냐'라고 말씀하셔도 저는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저는 그저, 안그래도 10~20명 남짓하는 게임인데, 아이템 거래 문화가 현재 대한민국 사회처럼 각박하기 보다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쓰면서 저 스스로도 반성도 했고, 그리고 나쁜 감정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환기시키며, 같이 즐겁게 게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플레이어수가 이렇게 적은게임은 원하는 아이템을 제값주고 사기도 팔기도 모두 힘들죠.. 거기에 현금화와 고액품의경우 난이도가 몇배로 늘어나는 느낌...^^
말씀하셨듯이 분명 터무니없는가격으로 나의 소중한 아이템들을 사가려는건 괘씸하지만... 장사라는게 급한쪽이 손해를 볼수밖에 없죠...
맞죠. 근데 저는 좀 더 상대방을 배려하면 좋겠다라는 요지에서 글을 한 번 써봤네요.ㅎㅎ
네몽님 말씀 공감합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초에 시세가 터무니없는게 문제죠.
동시접속자300명도 안되는게임에 100만원이 넘는 템이 있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되요 ㅎㅎ;
그래서 저는 항상 아이템 사려는분들께 이야기하죠.. 좀 쓰다가 다시 되판다는 생각하지말라고;; 그냥 접을때까지 안고가야된다고.. ㅎㅎ
옳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