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자는 뜻글자입니다.
그러다보니 품사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군처럼 행동하면서 여러 뜻을 거느립니다.
한 한자에 하나를 더하면 보통의 단어가 되고, 하나만 더 추가하면 본인의 이름처럼 세 글자가 되지요.
여기에 하나를 보태면 사자성어, 다시 하나를 붙이면 오언율시,
둘을 더 얹으면 칠언절구의 그윽한 한시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여기에 몇 글자와 더 어울리면 동양 고전의 심오한 문장들이 되어 문집을 채웁니다.
이렇게 산술적으로 더해나가면 쉽게 넘는 계단이 될 수 있을까요?
60년대에 천자문을 떼고 소학을 징검돌 밟듯 하면서 70년대 후반에,
자유교양경시대회라고 하는 고전읽기에서 처음 <논어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이때 읽은 깜냥을 논어의 전부로 생각한 게 아직까지 병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교단을 은퇴한 뒤에 문범 앞의 하룻강아지인 줄을 깨닫고 <논어>를 찬찬히 읽었네요.
빈 깡통은 언제나 요란한 법이지요.
문학의 숲에 들었다고 이런저런 느낌을 경박하게 떠들던 자리에서 선배님들의 고견을 접합니다.
실은 동양 고전들은 그냥 다 알 만하고 하나마나한 문장들이라서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는 입술의 얼룩 같은 것일 수 있다더라구요. 그만 말문이 탁 막히데요.
실은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같은 생각을 가졌던 바였거든요.
무언가 뾰족하고 날카로운 난공불락의 사이다같은 인간 정신이 아니라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처럼 너무나 평범하고 두루뭉실한 말씀들이라고 폄훼를 서슴지않았지요.
이렇다 할 식견이 부족한 터라 부부 사이에 구별이 있다는 ‘부부유별’도
참 당연한 말이지만, 정색하고 이 네 글자를 뜯어보면 여러 권의 책으론 모자라지 않음을 깨달았답니다.
지금 시대정신이 '사필귀정'이랍니다.
유명인사의 부부유별이 빚고 있는 사회적 해악을 들려다봅니다.
‘부부(夫婦). 명사,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
부도탑처럼 나란한 둘을 골똘히 보면, 똑같은 글자 사이 은하수가 흐릅니다.
대체 둘은 무슨 관계여야 할까요?
대통령의 아내, 야당대표의 아내 그 부부의 거리는 어느 정도여야 했을까요?
어떤 뜻으로 번역해 쓰여야 했을까요?
정의 구현, 사법정의 사필귀정 모두가 ‘입술의 얼룩’이란 말에 휩쓸리나 싶어서 갑갑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