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에게 우중 산행은 복병이며 불청객이다.
누구나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를 만나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고로 욕심을 포기하고 스스로 흔쾌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손해를 보면 또 다른 면에서 반사이익을 얻는다.
어차피 인생살이도 그와 비슷하지 않던가.
지난 7월말 연화산 구와우마을 산행 때에도 비를 만났다.
그때는 해바라기의 고개 떨굼을 새삼 발견하고 흡족했다.
지난 북설악 성인대와 운봉산 산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등산의 백미는 기암(奇巖) 기행이었기 때문이다.
뱀바위봉 대신 택한 운봉산에서 만난 괴석(怪石)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미 눈치 빠른 등산객들은 익히 알겠지만 기암괴석은 비를 만나야 빛난다.
밝은 날의 무미건조한 바위는 비를 맞으면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변모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말 못하는 바위도 살아 있는 셈이다.
비가 올 때만 자신을 표현하므로 이를 발견하는 새와 나무, 자연인(自然人)은 행복하다.
그야말로 낮은 산이라고 얕보기 쉬운 운봉산을 만난 것은 즐거운 발견이었다.
머리바위와 거북바위 옆에 같잖게 생긴 남근석을 보고 풋~ 헛웃음이 나온 것도 행운이다.
물론 뱀바위 능선을 갑자기 취소한 데 대한 사전 공지가 없어 어느 산악회원 분이 불만을 털어놓았지만 아쉬움은 있다.
이보다 훨씬 더한 폭거를 저지르고도 모른 척하는 다른 산악회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이다.
다행히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앞으로 더욱 조심하겠다는 엠티 대장님의 고개 숙임이 아름답다.
그나저나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1970년대 군부대의 위압과 폭거가 남아 있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대체 어떤 부대인지 취재하고 싶은~ ㅋㅋ.
특히 북파공작원 부대라면 이미 작살이 났을 텐데 여태껏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쨌든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점에서 또 한 수 배운 산행이 즐거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