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6일
밤새 떨다가 도착한 독일의 아침은 상쾌하였다.
서늘하다 못해 추운 기차에서 내리니 오히려 따뜻한 것이 더 좋았다.
일행들이 걸어가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그 아버지와 아들 팀의 아저씨가 어제 그 집시들에게 돈을 몽땅 소매치기 당했다고 하였다.
앞에 맨 가방에 돈을 전부 넣어뒀는데 가방을 열고 다가져갔다는 것이다.
아까운 것은 둘째 치고 여행을 망친 것이 더 속상할 것 같았다. 그 아저씨 네는 이번여행에 마가 낀 것 같다고 한탄하신다.
그때까지도 우즈베키스탄 비행기에서 실종된 배낭이 돌아오지 않아서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옷도 없어서 캐주얼풍의 아들바지를 입고 다니시는 아저씨가 안쓰럽던 차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뭔가 안 될 땐 또 다른 불행이 꼭 같이 따라서 오는 것을 누구나 살다보면 한 번씩 겪어 봤을 려나.
다시 한 번 우리가 소매치기 당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역을 걸어 나온다.
뮌헨 중앙역은 우선 이탈리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깨끗하다.
뮌헨 지하철은 하나의 선로를 여러 노선이 함께 사용하는 터라 노선별로 도착하는 예정시각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있다.
그것을 잘 보고 지하철을 타야한다. 우린 뮌헨 중앙역에서 U-Bahn으로 4정거장을 타고 실버호른 스트라베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역이 깨끗하고 개찰구가 없는 것이 인상적이다. 들어갈 때 티켓 펀칭기에 표를 넣어서 찍고 들어가면 된다. 막는 것도 없다.
승무원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타는 사람 양심에 맡기는 것인지. 무임승차해도 모를 것 같다. 그러다 걸리면 벌금이 엄청나겠지만.
호텔까지 걸어가는데 동네가 깨끗하고 조용하다.
참 독일이란 나라 이미지에 맞다 생각하며 동네를 따라 조금 걸어 가다보니 우리가 묵을 레오나르도호텔이 나타났다.
짐을 호텔 지하에 맡겨두고 각자 뮌헨 구경에 나섰다.
저녁 7시에 우리 일행 모두 호프브로이란 맥주홀에서 만나 한잔하기로 하였다.
시간에 맞추어 뮌헨 중앙역까지 나갈 것을 생각해서 우리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다하우 수용소에 가기로 했다.
우리 팀 중 어떤 이는 오스트리아 짤쯔브르크에 간 팀도 있었고 벤츠자동차 박물관에 간 이도 있었다.
엄연히 다른 나라인데 오스트리아를 이웃 동네 가듯이 유레일패스로 기차타고 간단하게 간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우리는 S-Bahn 2호선을 타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또 하나둘씩 졸기 시작했다.
야간열차를 탄 날은 꼭 그러는 것이다. 주위가 조용해서 눈을 뜨니 승객은 우리들 뿐.
전철은 어느덧 종점인 듯한 곳에 도착해있었다. 부랴부랴 내렸더니 시골동네다.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고 다시 역으로 돌아와 반대쪽이 다시 돌아 나가는 곳이라 생각하고 건너 노선으로 갔다.
마침 도착한 기차에 막 타려는 어떤 모녀에게 우리 딸 친구가 갑자기 질문을 하는 바람에 그 모녀는 기차를 못타고 말았다.
독일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듣겠고 Oh. my god!이라 여겨지는 제스쳐를 취하며 낭패스러워한다.
미안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가 원래 타고 왔던 노선에서 돌아가는 전철을 타고 가라고 알려준다.
고맙고도 미안해서 Thank you를 진심으로 말한다.
어렵사리 다하우 역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다하우 수용소 앞에서 내렸다.
겉으로 보기에 깨끗하고 조용한 것이 수용소 같지가 않았다.
다하우 수용소는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수용소와 버금갈 만큼 규모가 큰 수용소이다.
수많은 유태인들이 수용되어 있다가 목숨까지 잃었던 곳이라 그런지 넓은 연병장이 더 스산하고 쓸쓸해 보였다.
날씨는 마침 화창하게 개어서 더 이율배반적으로 대비되었다. 돌아보는 내내 마음이 아픈 게 이상하였다.
독일인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런 수용소까지도 관광객에게 공개하면서 사죄의 태도를 취하는데 일본이란 나라는 그들의 잘못을 인정도 안하는 오만함이 대조된다고나 할까.
버스를 타고 다시 다하우 역 앞으로 와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아 음식을 시켰더니 오! 입맛에 딱 맞았다.
서빙하는 사람에게 맛있다고 말했더니 주방장에게 전해주겠단다.
외모가 아시안 같아서 중국사람이냐고 물으니 자신은 태국사람이라고 한다.
음식도 맛있고 동네 분위기도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아 방으로 들어가니 깨끗하고 아담한 게 조리시설까지 되어있다.
그러나 가스렌지를 사용할 일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뮌헨 중앙역으로 나갔다.
신청사 앞에서 사진도 찍고 마리엔 광장을 돌아다니다가 독일칼도 사고 이리저리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다되어 그 유명한 호프 브로이로 갔다. 엄청 규모가 컸다. 그렇게 넓은 호프집은 처음 본다.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또 얼마나 시끄러운지.
우린 인원이 많아서(15명. 소매치기 휴유증인지 그 아버지와 아들은 빠졌다)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참만에야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맥주와 안주를 시켰다. 웅성웅성 너무 시끄러워서 적응이 안 되었지만 젊은 아이들 틈에서 마시는 척은 하였다. 얼마 만에 나온 흑맥주에 삶은 돼지뒷다리와 독일 수제 소세지를 안주로 하여 시원하게 들이켰다.
1000cc 한잔이 얼마나 양이 많은지 줄지도 않는다. 딸과 둘이서 한잔을 시켜서 겨우 반쯤 줄어들었는데 벌써 얼굴이 화끈 붉어졌다. 한참 만에 여독을 푸는 술자리가 파하고 우린 뮌헨 밤거리를 좀 더 헤매다 가기로 하였다.
유난히 연주자들이 많은 마리엔 광장으로 다시 가서 거리의 악사들의 연주를 듣다가 박수세례를 주었다. 스케일이 크기도하지. 그랜드 피아노까지 동원한 그들의 연주는 피아노를 어떻게 운반해왔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목이 타서 젤라또를 하나씩 베어 먹고 독일 아이스크림이 이탈리아보다 더 맛있네 하면서 밤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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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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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열씨미 읽고 있습니다. 너무 가고 싶어지네요...
네 고맙습니다. 저도 다시 가고싶으네요~~~
저기 스와로브스키에서 팔찌 사가지고왔어요. 호프브로이에서 마신 맥주가 그리워지내요. 잘 읽고 있어요
저도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구경만하고 나왔어요. ~~~
호프브로이의 그 밤이 저도 그리워 지네요. ^^ 뮌헨 거리의 악사들 중엔 수준급 연주를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멋진 시간 갖으셨으리라 믿어요. ^^
연주들이 훌륭해서 한참을 들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여행기 잘 읽고잇습니다. 같이오신분들이 소매치기를 당하셔서 마음이 아픕니다.
하여튼 유럽여행가서는 소매치기 조심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