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귓속에서 기침을 하는 엄마
김혜순
온 세상이 온 힘으로 상상해온 엄마라는 온 세상
나는 막상 엄마가 되니 엄마가 되기 싫은데 엄마에겐 엄마가 되지 않았다고 질책한다
우리가 돌아갈 구멍을 얼굴 양쪽에 달고 다니는 우리
물에서 죽은 사람은 왜 물 밖으로 떠오르는가
죽은 사람은 왜 이 세상에 고막을 남기고 가는가
왼쪽 귓속 사막을 가로질러 앰뷸런스 백 대가 달려가는 왼쪽 귓속 사막
오른쪽 귓속의 나선을 엄마를 실은 들것이 내려가는 오른쪽 귓속 나선
나의 상상에 어긋나는 엄마를 자꾸만 처단하는 나의 상상
엄마와 내가 잘라진 심장 양쪽 심방에 살 때
엄마는 나에게 했던 말
나는 네 엄마가 아닌 네 엄마의 딸이란다
엄마가 죽어도 죽지 않던 엄마의 고막
아지랑이보다 얇아서 꿰맬 수도 찢을 수도 없는 고막
엄마, 울고 싶어서 울지 않아
엄마, 잠들고 싶어서 잠들지 않아
내 아잇적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엄마의 아잇젓
숨을 참은 엄마가 내 귓속에 숨어 있는 엄마의 숨
나는 지금 인공호흡을 해주러 양쪽 귀로 가야 합니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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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 1955년 경북 울진 출생. 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陰畵』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