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KBS2 1박2일에서 다시 완전체로 만난 출연자들이 통영 욕지도에서 촬영했더군요.
지난달 인기 개그맨 조세호 씨의 결혼식이 화제 속에서 치러졌지요.
욕지도를 배위에서 둘러보던 일행이 경치에 감탄하면서 '야, 가관이다'하며 놀랐습니다.
대중의 인기를 모으는 출연진이 모두 지식 정보에 어두워서 오히려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런 대화에서 주목할 것은 ‘가관’이란 말입니다.
이 말은 ‘옳을 가(可), 볼 관(觀)’, 즉 경치가 꽤 볼 만함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비꼬는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원래 칭찬을 나타내던 게 지금은 반대로 비웃음을 담은, 놀림조의 말로 쓰이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KBS2의 1박2일팀이 나눈 대화는 우리말 이해도 수준을 짐작케 합니다.
조세호 씨가 신혼여행 떠나고 대체투입된 멤버와 나눈 지난 방송분에서도
‘점입가경’(① 갈수록 점점 더 좋거나 재미가 있음 ② 갈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꼴불견임)도
11월 끝자락에 음미해볼 만한 우리말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점입가경’은 중국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에게서 유래한 사자성어지요.
그는 사탕수수를 먹을 때 항상 뿌리에서 먼 데서부터 씹어먹었다네요.
그 이유를 그는 “갈수록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漸入佳境)”이라고 했다지요.
이때부터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상황이 갈수록 재밌어지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였고요.
하지만 이 말도 요즘은 원래 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그것도 정반대 뜻으로 바뀌어 꼴불견을 가리킬 때 쓰이고 있으니
우리말 중에서도 특이한 유형으로 분류할 만합니다.
가을을 상징하는 말 하면 떠오르는 ‘천고마비’도 이런 범주에 들어가는, 놓칠 수 없는 말입니다.
‘천고마비(天高馬肥)’, 글자 그대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이지요.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 활동하기 좋은 시절임을 드러낼 때 씁니다.
하지만 이 말도 애초부터 이런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이 출전인데요.
여기에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 말이 우리가 쓰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어원이랍니다.
정확하지 않은 지식 정보가 넘치는 사회는 아무리 웃음꽃을 피우더라도 크게 유익하지 않습니다.
많이 배우고 훌륭한 실천력을 갖춘 분들이 모인 여의도가 국론분열의 파장터로 변했어요.
가관인 국회의원들보다 훌륭한 지도자는 정말 없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