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 아다지오로..
오늘도 석촌 호반 따라 걷는다. 아다지오, 아다지오로. 아다지오(Adagio)는 악보에서 느리게 연주하라는 말이다. 라르고와 안단테 중간 속도이니 라르고보다 조금 빠르고 안단테보다 조금 느린 속도다.
기악곡의 경우 제목을 숫자나 빠르기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사무엘 바버의 기악곡 ‘현을 위한 아다지오’ 도 ‘작품 11’이라고도, ‘아다지오’라고도 한다. 이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잔잔한 환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나만 그럴까...?
눈앞에서부터 멀리로 지평선이 펼쳐진다. 그를 따라 앞으로 앞으로 다가가면 가도 가도 가물가물한 지평선이 일렁이며 일정 거리 앞으로 밀려난다. 다가가도 다가가도 시야에 온전히 안아볼 수가 없다. 다만 길옆으로 풀들이 스쳐가고 나무가 스쳐가고 꽃들이 스쳐가고 새들이 울고 바람이 스쳐간다. 안개가 피었다 사라지기도 하고 또 피었다 사라지고, 그러는 사이에 지평선은 또 말없이 앞으로 밀려나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다만 지평선은 천천히 걸으며 따라오라는 듯한다. 잠시 '꽤액' 하는 물오리 소리에 환상에서 빠져나왔다가 사위를 둘러보며 다시 걷는다.
지평선은 절대계(絶對界)다. 거기에 꿈이 있고 이상이 있고 모든 게 다 있다. 그걸 따라잡으러 우리는 걷는다. 그를 향해 걸어가는 양 옆에 나타나는 것들은 현상계(現象界)일 뿐이다. 쥐었다 놓고 또 쥐었다 놓고 가는 현상계.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은 아다지에토(Adagietto) 이다. 사무엘 바버의 아다지오보다 ‘조금 더 빠르게’가 된다. 사무엘 바버의 아다지오는 10분가량 흐르지만 말러의 아다지에토를 포함한 교향곡 5번은 장장 한 시간 넘게 흐른다. 마치 망망대해의 수평선을 따라가듯 시작도 없이 끝도 없이 천부경의 일시무시일, 일종무종일을 연상케 한다.
두 작품의 작곡 연대를 보면 말러의 교향곡 5번이 먼저다. 뒤이어서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나왔다. 지구에서 바다와 육지의 비율이 71 대 29라던가.., 말러가 바다를 표현한 것이라면 사무엘 바버는 육지를 표현한 것이라 하면 안 될까? 격정성보다 잔잔한 낭만성을 들라면 바다의 수평선보다 육지의 지평선일 테니 그리 생각해 본다.
격정적 한 방 없는 사무엘 바버의 아다지오, 나는 오늘도 석촌 호반을 따라 그렇게 걸었다. 가로수를 스치고 풀잎을 스치고 꽃창포를 스치고 바람을 스치면서..
첫댓글 석촌호숫길이라 불리워지는 아다지오길 따라,
바람을 친구 삼아
가로수와 풀잎 스치며
힐링하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건강이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닌거 같군요!
오늘 날이 반짝했지요.
그래서 걸었습니다.
오늘
석촌 호반을 걸을때 잔찬한
호수 같은 맘 이었다는 것인지요?
그렇다고도 하겠지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 2악장 아다지오"
이 음악을
난 생명의 끈이라 부릅니다
하이틴 시절에 죽음을 생각했을 때
이 음악을 접했거든요
결국
이 음악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살았네요
지금도 살고 싶지 않을 때
이 음악을 듣습니다
그랬군요.
그 음악은 어떤영화의 배경음악이기도 했지요.
아웃 오브 아메리카던가~
홑샘 형님!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모짜르트의 클라니넷 협주곡 A장조 아다지오'는 그만 들으셔도 될 듯요.
아니 100세 시대인데 29년 더 살려면 계속 들으십시오.
말리지 않을께요.
@박민순
밍돌이!
네가 왜 여기에
사실 난 매일
새벽 운동 끝나면
이렇게 평화롭게
고이 영면해달라고
기도한다니까
진짜
오래 살고 싶지 않음
@홑샘 아니! 방밍돌,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미친 놈 아닌가?
오ㅐ? 홑샘 행님에게 대들고 싶어서리......
격정적 한방 없음이
최고의 평온이라는거죠?
석촌호수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오늘 하늘은
카메라 들이대게 하더군요
옴마야 ~
잘 지내죠?
@석촌 옴마야~~
석촌님이 이리 반가이 해주시니 배시시~~^^
잘지냅니다 ㅎ
@정 아 ㅎㅎ
호수공원을 adagio adagio 로 맘보 맘보 이상 노년의 여유 행복
룸바 맘보 탱고요?
그냥 만보 절반쯤 걸었습니다. ㅎ
편리하고 좋은 환경에서
걸으시니 늘 건강해 보이십니다.
느리게 보다도 더 느리게 걷는다는 말씀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것보다 체력에 맞춰 움직이고
체력에 맞춰 사고하게 되네요.
불현듯
닉을
아다지오로 바꾸고 싶다는 충동이 드네요.
석촌님~~
고운 밤 되세요.
페이지도 좋은데요.ㅎ
페이지의 워킹하는 모습에 아다지오는?
좀 역동성이 사라지는것 같기도 하고요.ㅎ
아다지오의 느릿한 속도로 석촌 호반을 따라 걷는
선배님의 여유로운 모습이 느껴집니다.
말러의 음악이 바다의 수평선을, 바버의 음악이 육지의 지평선을 상징한다는
선배님의 생각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절대계와 현상계를 오가는 깊은 사색과 함께하는 선배님의 산책에서 문득
허허로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이 들어가니 허허로움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7.11 02:1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7.11 05:47
석촌 호수와 평온함 참 잘 어울립니다.
걷는 걸 즐기는 사람들은 장소 불문 어디를 걷던지 사색도 함께 즐기게 됩니다. ^^~
호수는 언제나 진정제 역할을 해주데요.
비밀댓글이 달려서 비밀댓글로 화답했는데
말러의 교향곡 5번이 모두 한시간십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본문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까봐서요.
저는 모르는 ㅎ 트로트는 해박한데
트로트나 아다지오나 결국은 몸의 율동 내지 리듬이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