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을 참지 못해 손해가 막심했던 사건이다. 지난 12월 7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중국전서 이을용(28ㆍ안양)이 상대 선수의 뒤통수를 때려 퇴장당했다. 후반 15분, 뒤에서 거칠게 덮치는 중국 선수의 머리를 향해 분노에 찬 이을용의 손바닥이 바람을 갈랐다. 한수 아래인 전력을 몸싸움으로 만회하겠다는 중국의 심리전에 말려든 결과였다. 한순간을 참지 못한 이을용은 10일 일본전에 출전하지 못해 막대한 전력손실을 초래했다.
② 선수와 개 그라운드 대충돌
지난 8월 21일 안양종합운동장, 안양과 대전의 K-리그 경기 하프타임에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 몸을 풀고 있던 대전의 후보 선수 배성재와 볼거리를 위해 '애완견 재롱 잔치'를 하던 강아지가 우연찮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 보기 드문 '사람과 개의 그라운드 충돌 사건'이 낳은 양측의 피해는 엄청났다. 배성재는 왼쪽 다리에 통증을 호소해 교체 멤버로도 나설 수 없었고, 쇼크를 먹은 강아지는 공연을 조기에 중단했다.
③ 1골 넣고 2골 먹은 그라운드 여우
'그라운드 의 여우'신태용(33ㆍ사진ㆍ성남)이 한 경기에서 1득점-2실점의 진기록을 남겼다. 지난 7월 27일 대전과의 원정경기서 전반 31분 K-리그 통산 11번째 코너킥골을 터뜨린 신태용은 경기 종료 약 10분을 남겨놓고 GK로 깜짝 변신했다. 성남이 3-0으로 앞선 후반 34분 교체선수를 모두 쓴 상황에서 GK 김해운이 부상으로 실려나갔기 때문.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신의손'으로 통했다는 신태용은 장갑을 낀 지 2분만에 한 골, 44분 추가골을 내주며 가까스로 3대2 승리를 지켜냈다.
④ 유비 가슴 노출 '앗싸~ 팬서비스'
올해 첫 한-일전이 열린 지난 4월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전반 초반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 도중에 '유비' 유상철(32ㆍ요코하마)의 유니폼 상의가 찢어졌다. 그것도 야하게(?) 찢어진 탓에 유상철의 구릿빛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다. 하지만 한-일전의 진지함과 열기에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유니폼을 갈아입을 틈이 없었다. 평소 유상철을 흠모해 온 여성팬들에겐 가슴설레는 '팬서비스'가 됐음은 물론이다. 이날 한국은 유상철의 '노출 투혼'에도 불구하고 0대1로 패했다.
⑤ '120만원 전복회' 코엘류에 바가지?
지난 4월말 코엘류 A대표팀 감독의 '제주도 바가지 관광설'이 제주도 뿐 아니라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일부 언론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찾은 코엘류 감독이 120만원짜리 식사(전복회)와 골프 1홀 비용이 60만원인 데 놀랐다'고 보도되자 제주도관광협회와 제주도민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식사비용은 120만원이 아니라 17만원이었고 휴가 뒷얘기를 통역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와 코엘류 감독 모두 진상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⑥ 3명 퇴장-2명 부상…"경기 그만해라"
루마니아 프로축구에선 한 팀의 선수가 6명까지 줄어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11월 9일 벌어진 1부리그 바카우-오라데아전이 치열했던 격전 무대. 전반에 무려 3명의 선수가 과격한 행동으로 퇴장당한 바카우가 서둘러 교체선수를 투입했다. 그러나 후반 17분만에 다시 2명의 선수가 부상하자 주심이 더이상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날 경기는 3대0으로 리드했던 오라데아의 승리로 끝냈다.
⑦ 심판 때려잡기 게임…얼마나 미웠으면
얼마나 심판이 싫었으면 구단주가 심판을 때려잡는 게임을 개발하려고 했을까. 이탈리아 세리에A 코모의 엔리코 프레지오시 구단주는 평소 심판 판정에 불만이 많았다. 그러던 중 프레지오시 구단주는 심판을 골탕먹일 마음으로 자신이 소유한 장난감 회사 '프레지오시 게임스'를 통해 '심판 때려잡기' 게임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탈리아심판협회가 법에 호소하면서, 결국 게임 제작은 무산되고 말았다.
⑧ 베컴 눈두덩 축구화에 '날벼락'
'뉴스메이커' 데이비드 베컴(27ㆍ레알 마드리드)이 '축구화 벼락'을 맞았다. 사건 발생일은 지난 2월 16일. 당시 소속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스날과의 FA컵 경기서 0대2로 지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분을 삭이지 못해 라커룸에서 축구화를 걷어찼는데 아뿔싸. 공교롭게도 축구화가 베컴의 얼굴에 맞았고, 베컴은 왼쪽 눈두덩이 찢어져 병원에서 두 바늘을 꿰매야 했다. 퍼거슨 감독은 사고 뒤 "살다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했지만 이 사건은 베컴 이적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⑨ 여권분실 구티 日서 발목 "다신 안와"
'스타군단'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7월 6일 일본 공항에서 발목이 잡혔다. 일본 투어를 마치고 홍콩으로 출국하려는데 미드필더 구티(27ㆍ오른쪽)가 여권을 분실, 1시간 17분간이나 출국 금지를 당했다. 구티는 전날 짐을 챙기다 여권을 분실한 사실을 알고도 '어떻게 되려니'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결국 특별기는 구티와 국제담당매니저만 남겨놓고 떠났고, 구티는 여권을 재발급 받은 뒤 항공료 15만엔(약 150만원)을 자비로 부담하고 출국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구티는 "다시는 일본에 안 온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⑩ 北 대표팀 경기도중 관중 폭죽 맞아
북한 남자 대표팀에게 올 한해는 가장 불운한 해였다. 지난 11월 12일 이란과의 아시안컵 예선 원정 경기 도중 이란 팬들이 쏜 대형 폭죽에 소혁철이 눈 부근을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당시 격분한 북한 감독은 선수들에게 철수 지시를 했고, 경기는 중단됐다. 이에 AFC(아시아축구연맹)는 최근 집행위를 열고 무단 퇴장한 북한에 책임을 물어 몰수패(0대3) 판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