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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빠들,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빠이빠이 하자!’ 한국이, 가족이, 친척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짧디짧았던 오빠들의 젊은 시절의 나날을 일본 게이오 기주쿠 대학이, 평양고보가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의 청춘대(靑春代)를 품었던, 부모와 형제가 놓치고 보지 못한 아픔, 고난, 어쩌면 가슴 깊이 숨기고 있었던 소망까지도 그들은 갖고 있을지 모른다. 대학 연혁에 한 줄의 글로 입학, 졸업 연도 정도랑 사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기적일까.
‘아베 아트꿰 발레(ave atque vale), 오빠들이여!’ 나는 올해 현충일이 6월의 빛을 푸르게 물들이었기에 ‘안녕, 오빠들,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빠이빠이 하자’라고 말하려 한다.
아베 아트꿰 발레는 라틴말로 ‘안녕하시오(Ave) 그리고(Atque) 안녕히 가시오(Vale)’다. 이 표현은 고대 로마 시절에 카툴루스 시인이 죽은 형을 추모하며 썼던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침통한 이별의 엄숙한 표현이다. 뜻하는 바가 깊다. 나도 그러한 마음이기에 이 구절을 놓고 묵상했다.
카툴루스 시인의 이 구절처럼 올해로 76년이 되는 한국 전쟁을 기억하면서 이제 나의 세 오빠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억울하기만 한 제일 큰사람의 전사에 이어 그의 전사로 인한 연쇄반응으로 짧아져 버린 자신의 청춘을 뒤로하고 서둘러 어른이 돼야 했던 둘째와 그의 사촌 동생이 아니었나. 누군가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왜, 뭐가 억울하냐?’고.
큰오빠가 전사했을 때 그는 겨우 26살이었다. 그래서 억울하다. 전사했다는 137,889명 중 한 숫자가 아니라 알지 못할 전쟁터 고지에서 사라져 버린 그 젊은 몸을 그 젊은 영(靈)을 어찌 억울한 삶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나이 때문에 한국전에 참전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동생과 사촌 동생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대학 진학의 길이 막혔다. 그들은 갑자기 부모와 형제, 조카들을 부양해야 하는 새로운 의무에 당면했고 그것은 피할 수 있던 일이 아니었다.
올해, 폭탄과 수류탄 사이를 걸었던 오빠들과 모든 전쟁에서 희생된 분들에게 속죄하자는 마음으로 내 나름대로 참회록을 쓰고, 그들을 기억하려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위로하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대의 영웅이 됐다. 한국전도 마찬가지이다. 전쟁 기념일을 전후해 여러 기관들이 그들을 초대해 대접하는 내용들이 미디어에 보도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전사한 ‘젊은 그들’의 영들도 하나하나 초대하고 잊지 말자.
젊은 그들이 이 지구에 남기고 간 어린 신부, 어린 자식들, 늙은 부모, 남루(襤樓)한 동생들은 거의 모두 그들이 기다리는 세상으로 떠나갔다. 몇몇 동생들과 조카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내 큰오빠의 사연도 다를 바 없다. 그는 전사한 14만 군인 중 한 사람이다. 나의 직장 동료 미국 의료인의 삼촌은 40,670명 유엔 전사자 중 한 명이었다. 만여 명의 유엔군과 약 3만 3,000명의 한국군은 한국 땅 어딘가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들의 유해는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떠돌고 있을지 모르는 큰 형제 오빠의 영(靈)에게 세상에 남기고 간 젊은 아내, 딸, 형제들과 부모님은 절제되고 검소하게, 당신의 죽음을 가슴에 담고 울지 않고 잘 견디며 살았다고 알린다. 큰형의 아우는 하늘을 나르고 싶은 희망을 버리고 미국 독지가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당신의 외사촌 동생은 전쟁을 잘 치르고 헌병감까지 됐다가 12·12 군사 반란에 연루돼 예편되었다는 것까지.
4년 전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러시아는 5십만 명의 젊은이들을 전쟁에서 잃었다. 약 6만에서 14만 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청년들도 전사했다고 한다. 두 나라를 합쳐 보면, 백 8십만 명의 사상자가 생긴 셈이다. 왜 이토록 참담하고 처참한 전쟁이 한반도 반대편 저쪽에서 이어지고 있는가. 이제 남은 우리가 그들의 영혼을 달래 안식에 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나도 이제 세 젊은이에게 ‘오빠들이여 안녕, 영원히 안녕’이라고 말씀 올려 드린다. 오빠들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러시아, 태곳적 카툴루스 시대까지, 무모한 전쟁에서 전사한 모든 이들에게, 우리의 뜻을 알린다. ‘이제는 편안히 쉬십시오. 그래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우리들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