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땐
늘 사람이 그리웠다.
몇 달에 한 번씩 우리집에서 구역예배를 드릴라치면
하루종일 마당을 쓸었다.
퇴직한 지 스무 개월 남짓 되었다.
교회가는 일 빼고
결혼식 참석하는 일 빼고
셋 이상 모임에 참석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같다.
그런데 다음 주 연달아 만남이 있는데
한번은 대여섯 명이고
또 한번은 예닐곱 명이다.
이거 큰일났다.
어느덧 사람많은 모임에 나설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무슨 옷을 입고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그리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전 삶방 모임에 일 번 타자로
참석 댓글을 달던 내가 아니었다.
"무조건 불러만 주세요."
하던 내가 아니었다.
누가 자연인 짝꿍 아니랄까봐
점점 사람들이 어색하고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지고 있다.
어쩌면 예닐곱 모임에
방금 하산한 사람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옷을 입고
대화주제에서 한참 빗나간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남을 앞두고
설렘이 정상이거늘
세상밖으로 나가야 하는 숙제부터가 걱정이다.
이렇게 살아가다가
더 세월이 흐르면
나도 노틀담의 곱추와 부시맨 비스무리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슬슬 인간세상은 멀어지고
딱따구리 시끄런 산중에서
누구 시처럼 놋양푼에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이름없는 여인으로 살다가
그 산에 묻힐 지도 모르겠다.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만남을 앞두고
베리꽃
추천 1
조회 537
24.07.11 11:54
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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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베리꽃님
기차가 지나는 마을
마당엔 욕심껏 하늘을 들여놓고
밤이면 별을안고
놋양푼 수수엿을 녹여먹으며
내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나는 산골얘기를 하며........
나는 여왕보다 더욱 행복하겠소
안과밖이 촌스런 예비 자연인이라
하시는데 여왕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시지 않나 생각합니다.^^
고요맑음님이 이웃사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놋양푼에 수수엿을 담아서 문지방이 닳도록 갖다 드릴텐데요.
따뜻한 댓글에 즐거운 하루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