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무협소설에 흠뻑 빠져던 적이 있다
무술세게에서는 18계가 고수다
그 보다 더 고수가 36계이다.
36계 줄행랑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안전하게 도망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말이다.
오늘 낮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점심때쯤 연산동 지하철역에서 만나자고 했다.
젊은이들 같으면 스타벅스나 이름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기다릴텐데, 돈도 좀 아끼고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기다린다고
지하철역에 있는 '만남의 장소'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그 장소에서 약간 떨어져 서 있었더니
웬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게 망미동쪽으로 나가는 출구가 어디냐고 물었다.
몇번 돌아다녀봐도 도저히 출구를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도 그곳 지리가 익숙하지 않았으므로 안내판을 쳐다보니 망미동 방향은 표시가 없었다.
아마도 안락동 출구로 나가서 물어보면 되겠다 싶어 8번으로 나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몇 년 전 중국 북경 이화원 정문앞에서 어떤 노인이 한 사람이 많은 중국인들 사이에 서 있는데
얼굴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인데 낭패한 감이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
우리팀이 마침 이화원을 구경하고 나오던터라 그분에게 다가가서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일행이 함께 관광을 왔는데 구경하고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던중 화장실에 갔다오니
일행이 모두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여권과 중국돈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수중에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어디 가시지 말고 이 자리에 가만이 서 있으면 아마도 가이드가 찾으러 올 것이다"라고 일러 두고 나왔다.
나이가 들면 어딜 간다고 하면 행동이 뜸해서 일행들에게 지장을 줄 우려가 많다고 패키지팀에도 잘 끼워주지 않는다고 한다.
나 역시 배 타면서 프랑스 어느 항구에 정박중에 기차를 타고 파리 구경을 간 적이 있다.
파리지하철은 역사가 백년이 훨씬 넘는다. 시내 어느 곳으로 이동하려면 지하철이 제일 수월하다.
개선문을 구경하려고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역에서 내렸다. 그랬더니 개선문역에서는 적어도 7개 노선이 한 곳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아주 복잡했다.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고 언제 급히 나가버리는지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눈으로 바로 윗층 통로가 보이는데 출구가 보이지 않으니 다음 열차 손님이 나오기를 기다릴 여유도 없고...
할 수 없이 펜스를 뛰어 넘었다.
출구전략은 전쟁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월남전때 미군은 도망갈 통로부터 확보해 놓고 전투를 하였다.
배수진을 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군과 상대한 월맹군 사령관 보 구엔 지압장군은 3불 전략을 썼다.
*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다.
* 적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운다
대학 다닐 때 노교수님 강의시간에 교과목수업보다도
더 필요한 인생수업에 필요한 이야길 해 주십사고 했더니
"그래 한마디 해 주지!" 하시면서 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What come in must come out"
즉 들어간 것은 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가 있으면 나오는 출구도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상당히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출구전략을 잘 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