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이
언저리에 와 있나 보다
새벽 별은 아침 여명에 스러지고
창가에는 엄마 눈썹을 닮은 달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나를 반기며 웃고 있다
잠시 어릴 적으로 돌아가
향수에 젖어본다
초가지붕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바람구멍이 숭숭 뚫린
부엌에서는 엄마의
향기로 가득하였다
부뚜막 위 설거지 함지박은
뜨거운 물을 부어도
금세 살얼음이 끼던 시간들
밤사이 눈이라도 내리던 날은
뜨락 위까지 수북이 쌓여서
마당 가득히 하얀 눈밭이 되곤 하였지
밤이면 부엉새가 동구 밖
둥구나무에서 부엉부엉 울었고
입담이 좋으시던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을 아랫목에
옹기종기 앉혀 놓고
옛날이야기로 긴긴 겨울밤을
잠들게 해주셨었지
먹을게 넉넉지 않던 시절
저녁밥 지은 잔불에 고구마 몇 개
묻어 두었다가 동치미와 먹던
그 맛은 지금도 생각하면
입가에 침이 고인다
모든 게 부족하였지만 마음만큼은
풍요하던 어린 날이 참 곱다
또한 세상 풍파를 다 막아줄 것 같던
엄마의 품속이
섣달그믐달과 함께 잠시나마
일상을 잊고 추억에 잠겨 미소지으니
세상 행복하여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소중한 기억 앞에서...
첫댓글 옛기억을 소환 해 주는 글 입니다. 설 명절 연휴 즐겁고 행복 하게 보내시길요~!!
답글이 늦어 미안합니다
은방울님의 곱고 따뜻한 맘이
전해지는것 같아서
저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아침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감기가 무서우니 조심하세요~^^
어릴때 엄마가 해주시던 김치말이 국수가 가끔 생각 나~
어릴때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고 맛나고 행복이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