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인생 공부”… 7년 절연 딸 만나 ‘진짜 국민아빠’로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통해 아픈 가족사 극복한 배우 백일섭
"계모만 세 분, 계부는 술주정꾼..."
텔런트 백일섭은 졸혼 후 7년간 딸과 연이 끊겼지만, 딸과의 갈등이 풀리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굉장히 편안하다"고 말했다. / 이태경 사진
최보윤 기자
입력 2024.02.21. 03:00업데이트 2024.02.2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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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섭은 “딸내미 가족 보고 싶어서 키우는 강아지 미용도 일부러 딸네 동네까지 가서 받으며 먼 발치서라도 보려 했었다”면서 “아빠 공부를 제대로 해보면서 연기자로서도 이제 좀 더 성숙해진 백일섭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이태경 기자
“이게 가족인가 이제서야 느낀 것 같아요. 고독한 삶이 내 삶이려니 생각했는데…. 내 인생 공부도 이제 시작하는 거겠죠.”
‘인자한 아버지상(像)’ ‘졸혼(卒婚)’ ‘꽃할배’.... 데뷔 50년 차 베테랑 배우 백일섭(80) 앞에 붙은 수식어다.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친 모습이다. 푸근하지만 자유로운 영혼. 2016년 결혼 40년 만에 ‘졸혼’을 선언한 이후 황혼도 청춘처럼 즐기는 모습은 거리낌 없는 신세대처럼 보였다. 그랬던 그가 7년간 절연했던 딸과 TV 앞에 나서면서 문드러졌던 과거를 드러냈다. TV조선 프로그램 ‘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서다. 지난 1월 17일 딸 백지은씨와 첫 만남을 그린 일화는 시청률 5.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7.5%를 돌파했다. 이날 방송분은 지상파 포함 수요 예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녀(父女)의 화해 과정은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 매 회차 유튜브 급상승 동영상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가족 붕괴와 해체의 시대에 자신의 가족사를 극복하며 화제의 중심이 된 백일섭을 최근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많은 응원을 주실 줄 몰랐다”면서 “겉으론 다 좋아 보여도 아픈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둘 사이 다리를 놔준 건 사위였다. 지난해 사위와 외손주들을 만나게 됐다. “딸을 그때도 못 봤어요. 안 보고 싶다고 하니까. 방송은 그 이후에 연락이 왔어요. 딸은 처음에 안 나오겠다고 했대요. 사위는 이전부터 딸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던 것 같더라고요.”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의 한 장면. 백일섭이 사위와 대화하고 있다. /TV조선
7년이란 시간은 어쩌면 70년보다 더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오해와 원망, 미안함을 한순간에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집을 잘못 지었어요. 아이 어렸을 때 경기도 오포에 내가 직접 집을 지었거든. 난 우리 딸을 세상에서 최고로 잘 키우고 싶었어요.
집 2층에 공주방처럼 크고 예쁘게 꾸며줬는데, 올라가 자기 방문 닫아 버리면 끝이니까, 그게 오히려 얼굴 제대로 못 보게 한 것 같아요.” 집 탓을 했지만 결국 딸에게 먼저 다가서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아빠랑 정반대인 사람으로 남편을 골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가슴 아플 수가 없어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나쁜 아빠’였나 하는 생각에.”
자신도 몰랐다. 그렇게도 혐오하던 아버지들의 모습을 닮아 있을 거라고는. 백일섭의 부모는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쯤 이혼했다. 사업하러 일본 가면 몇 달이고 집을 비웠던 아버지에겐 이후 새어머니가 세 분이 생겼다. 그사이 이복동생 넷이 태어났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서울에 있는 친어머니를 찾아갔다. “엄마 간다”라는 한마디 남기고 그를 떠났던 엄마는 그가 기억했던 손맛으로 맞아줬다. 잡채를 해주는 날이 곧 명절이었고, 짜장면을 사주면 그날이 생일 같았다. 하지만 마음을 쉽게 붙이진 못했다. “계부가 계셨어요. 술주정뱅이였어요. 어느 날은 나한테 자기 성을 따서 ‘김일섭으로 바꾸라’고 소리치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났지요. 나한테 아버지가 있는데 왜 그 사람 말을 들어요.”
아내와는 결혼 초기부터 삐걱댔다. “나는 그저 평온하게 살기를 바랐지요. 그런데 잘 안 맞는 것 같으니까 화가 나서 술을 먹게 되고, 집에 들어가기 싫고, 누구도 반겨주는 것 같지 않고…. 헤어질까 하다 아이들에게 나 같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훌쩍 짐가방 하나 들고 나왔지요. 그걸 사람들이 졸혼(卒婚)이라고 부르대요. 난 졸혼이 뭔지도 몰랐지.”
1남 1녀를 둔 그는 “나이 팔십에 이제야 아빠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한테는 그간 ‘아버지가 외롭다’는 얘기를 감히 하지 못했어요. 요즘엔 살아가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아기자기한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고, 집에 쌀 떨어지기 전까지는 무언가 계속 해주고 싶고(웃음). 딸을 보고 나니 외로움에 절어 묵직하게 곪아 있던 내 안의 병이 조금씩 나아질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아요. 사는 게 좀 편해집디다.”
한동안 잊고 있던 어머니의 손맛이 다시 생각난 건 딸이 해준 음식을 먹은 뒤다. “얼마 전에 딸이 내가 좋아하는 곱창국수를 해주는 거에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백일섭 눈가에 초승달 눈웃음이 번졌다. TV에서 자주 보던 인자하고 푸근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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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가족 안에서 외로웠던 아빠...백일섭이 졸혼한 속사정은? #아빠하고나하고
아빠하고 나하고 2024. 2. 18.
졸혼 9년 차 백일섭, 드디어 졸혼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 고백?
"엄마가 4명" 가슴 아픈 가정사부터 매일이 폭탄 같았던 아내와의 결혼 생활까지!
K-아빠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백일섭의 이야기!
그가 결국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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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촌놈, 백일섭! 그의 아픈 과거! [마이웨이] 19회 20161103
TVCHOSUN - TV조선 2016. 11. 3.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는 백일섭.
여수에는 그의 아픈 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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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2/21/3TK4IVPIFFFVBAST27TVYVHUW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