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볼카운트와 아웃카운트, 수비 포메이션과 타자의 타격 성향, 투수의 투구 스타일 등에 따라 수 많은 작전이 오가는 경기입니다. 그래서 구경꾼 입장에서도 이것저것 파고 들기 시작하면 생각해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을 던지고 치는 시간 말고도 번외 시간이 많아 서포터들이 응원 하기에도 좋습니다. 아주 정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동적인 스포츠라는 얘기죠. 그래서 야구장에는 수많은 스타일의 관중이 섞여있습니다. 북치며 응원하는 서포터도 있고, 서너명이 모여 수다떠는 사람도 있고, 자기만의 자리에 앉아 진득허니 경기에만 집중하는 나홀로 관중도 많죠. 일본의 어느 작가는 클래식 음악을 귀에 꼽고 외야에서 혼자 경기를 본다고 하더군요.
사실 야구는 혼자 봐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포수 바로 뒷쪽 2층 좌석에서 혼자 보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그 자리에서는 수비 포메이션이 한 눈에 보이고 경기장 전체를 같은 비율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양팀 불펜도 한 눈에 보이구요. 그래서 중계진과 스카우터, 기자들이 경기를 보는 곳도 바로 포수 뒷편입니다. 저는 학창시절 야구장에 다닐 때는 늘 혼자 아니면 친구와 둘이었고, 자리는 항상 포수 뒤였습니다. 연습장에 투구수 하나하나 기록하고 변화구 던졌는지 직구를 던졌는지 계속 체크하면서 봤습니다. 인터넷도 없고 선발투수 예고도 안 되던 시절이라 그 노트에는 8개구단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전부 수작업으로 써가면서 다음주에는 상대팀 선발투수가 누구겠구나. 이런것도 혼자 체크했었죠.
그러다 지난 2000년 카페 회원들과 같이 야구장을 다니면서 관전 스타일이 좀 변했습니다. 그 시절은 우리 카페가 소규모로 움직일 때라 6~7명 정도 모여서 단장 리드에 따라 응원을 했죠. 비록 경기 흐름을 놓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응원도 해보니까 나름 재밌더군요. 그러다 2002년부터는 카페에서 유니폼도 맞춰입고, 꽹과리 치면서 스탠딩 응원을 했습니다. 선수별로 응원가 따로 만들어서 부르고, 응원단장 없는 날에는 관중들한테 우리가 만든 응원가 가사를 프린트해 돌리면서 응원도 주도했죠. 뭐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단, 체력소모가 너무 심하다는 것만 빼면 말입니다.
그 관전 스타일이 또 바뀐게 2004년 후반기 부터입니다. 이때 카페에 '싸이질 열풍'이 불었는데요. 야구장에서 오며가며 얼굴은 많이 봤어도 서로 안 친했던 몇몇 카페 회원 무리(?)들이 싸이 1촌으로 서로 친해지면서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2층에서 응원하던 회원들, 1층 덕아웃 바로 앞에서 선수들 사진 찍는 걸 더 좋아하던 회원들이 한데 모이면서 관전 스타일도 서포터 응원보다 '각자 알아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스타일로 변했죠. '서서 응원하는게 너무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고, '응원 소리가 다른 관중들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나오던 터라 단관 형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였거든요. 사실 북치고 그러려면 외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자니 경기가 잘 안 보이고. 그래서 단관장소를 내야 2층에서 1층으로 바꾸고 북이나 꽹과리는 내려놨습니다.
그 스타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 카페 단관은 그야말로 프리스타일입니다. 응원은 그냥 알아서 하는거죠. 단장이 시키는 대로 해도 되고, 자기 혼자 노래를 불러도 되고, 응원 안하고 그냥 수다떨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겁니다. 빨간옷을 안 입어도 되고 야구는 제껴놓고 옆사람이랑 술 마시고 놀아도 됩니다.
저는 운영자니까 필수적으로 회원들이랑 같이 야구를 보는데요.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지금 스타일이 제 취향에 가장 맞습니다. 일행이 아무리 적어도 최소한 7~8명, 많으면 30명 이상씩 모여서 보는데 늘 시끌벅적 활기 넘치고 재밌거든요. 하지만 요즘도 가끔 혼자보던 시절이 좀 그립긴 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집에서 혼자 중계를 봐도 친한 회원들끼리 서로 문자질 싸이질 해가면서 누가 홈런쳤다 누가 바보다 그렇게 수다 떨면서 보는데, 사실 야구는 몰입해서 봐야 더 재밌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거든요. 작년 여름에 혼자 대전에 내려가 3일 내내 탁자 지정석에서 혼자 봤는데 그때도 참 좋았습니다. 누구랑 얘기도 안 하고 그냥 혼자 야구만 보기. 8년만이었지만 역시 재밌더군요.
가끔 카페에 <혼자 가야 되는데, 같이 가실 분 연락주세요> 이런 글이 올라옵니다. 그러면 "회원들이 늘 모여서 보니까 연락주세요" 이렇게 답글을 달아드리는 것이 운영자로서의 도리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혼자 보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이런 글을 써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혼자 뭘 하는데 익숙지 않고, 괜히 뻘쭘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야구는 혼자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봐도 재밌고 여럿이 봐도 재밌고. 야구는 어차피 똑같거든요. 물론 제가 식당에서 밥 혼자 먹는것도 아무렇지 않게 잘 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는게 제일 재미있으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응원단상에서 단장 리드에 맞춰 응원하는게 제일 재미 없는데, 좀 특이한 취향이죠? ^^ 응원 자체는 재밌는데 단장이 시키는데로 하는 건 별로더라구요.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혼자 야구장가기라...
저도 포수 뒷쪽 자리 선호하는편... 엘지랑 경기있으면 엘지골수팬인 친구랑 가서 서로 팀분석해주며 보는재미도 쏠쏠...
저도 올해 잠실구장을 혼자 찾아간적이 있었답니다. 마른안주에 맥주 홀짝 홀짝 마시는데... 나름대로 경기에 집중하게되고 좋더군요... 단지... 지정석이나 외야를 가는것을 권합니다. 내야석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데... 수많은 커플과 일행들이 함께있기에... 좋은 자리도 눈치보여 못앉을 뿐더러... 약간... 외롭더라구요 ㅋ 1번선발님처러 포수뒷편 지정석을 가면 그런 일 없을터이니.. 그곳이 제일 좋을듯........
저는 아는 지인과 함께 보는데요..일단 맥주를 사고 마시면서 경기를 봅니다..답답한 경기 나올때마다 홀짝..ㅎㅎ 그래도 거의 집중해서 보는 편입니다..아무래도 응원단 쪽에 있음 응원에 계속 신경써야 되거든요..물론 긴박한 상황이 될때에는 동화되서 열심히 응원가를 부르긴 하죠..반반이라 할 수 있네요..
저도 친구랑 둘이....조용히 봅니다.....간혹 혼자 갈때도 있고....후배가 낄때도 있는데.....야구에 집중도가 높은 조용히 보는 편이....ㅋ 그러나....조용히 볼때는 9회에 역전이라든가 하는 상황에서 함께 좋아할 사람이 없어 살짝 뻘쭘하긴 하죠....ㅋ 하이파이브 할 사람도 없고 ;;
혼자 야구장 오시는분들 꽤 많더라구요.....저도 언젠가 한번..?ㅋㅋ 카페온이 생겼네요~ㅋㅋ<
혼자 가면 거의 포수 뒤쪽에서 경기 집중하죠.....2인이상일때 단상 근처에서 응원하고요~~
응원에 빠져서 야구장 다니는거라 응원단장 따라하는게 제일 재미있어요 ㅋㅋㅋㅋ
영씨는.졸추잖아요-ㅋㅋ
ㅠㅠ알고있어요......오늘은 집에서 혼자 응원했다는☞☜ ㅋㅋㅋ
저두 주변에 같이 갈사람이 엄써서(? 인간성이 문제?) ㅋㅋㅋ 혼자잘갑니다... 휭하니 외야로 뜰때도 있고.. 포수뒷쪽 지정석으로도 많이 가지요..ㅋㅋ 아직 이런 까페 단관은 한번도 안해봤네요..ㅋㅋ 주로 혼자서..
여자혼자 가서 보기는 좀 불쌍해 보여서 말이죠..ㅎㅎ 아직까진 여럿이서 같이 보는게 좋고..가끔은 신나게 놀기위해 응원석에 앉아서 보긴해요..ㅋㅋ 저도 개인적으론 야구장 가운데자리가 젤루 잘보이는거 같아요..ㅋㅋ
전 사실 다른건 다 혼자해도..야구장 만큼은..혼자 못가여....
여자혼자 가서 보기는 좀 불쌍해 보여서 말이죠(2) 언젠가 혼자가서 봤는데 어찌나~~ 제자신이 안스러워보이던지..그날따라 비도 오락가락하고 사방으로 커플들이...--;;; 전 친구한명꼬셔서 다닙니다. 전엔 응원석이 좋았는데 요즘은 1층에 앉아서 봐요 근데 오늘 친구꼬시다 실패했네요 ㅜㅜ
전 아직 야구를 알아가는중이라서 분석을 하면서 보진 못해도,, 혼자보는거 좋아요!!
혼자보는거 좋아해서가 아니라 주위에 친구가 없어서 혼자 야구장/축구장 자주다니는 1人 ㅜㅜ
저도 혼자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작년만 하더라도 수원에 현대 홈이었을 때에 한화 원정오면 혼자서 구경을 가고 그랬었는데;; 되게 아쉬워요~ ㅠ.ㅠ ㅋ;;
저도 혼자 두번 가봤습니다. 여자혼자 야구라.... 처음에는 쫌 뻘쭘하긴했어요. 제일 힘든건 지정석이 아니다보니 화장실이나 매점가기가 힘들어요. 화장실가고 싶을까봐 음료수도 쬐끔씩 나눠마셔요. -,.-
전 제가 하고 싶은 응원만 하는지라 ㅋㅋㅋ 응원단 쪽에 앉으면 단장님이 너무 응원하라고 강요하는게 싫어요 ~~ 응원하다가 경기 흐름을 놓치는게 한두번이 아니예요 ㅋㅋ
가끔 응원하고 싶을때 빼고는 어거지로 하는 응원은 싫더라구요- 근데 아직 혼자 본적은 없네요- 항상 친구 한명이라도 같이 한답니다. 션한 맥주 마시면서 수다떨고, 가끔은 소풍나온듯 있다가는것도 재밌고 좋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