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의료 준비가 되셨나요?
부산의사 김원장 • 2024. 2. 22.
요즘 전공의 선생님들의 사직 때문인지 저도 입원환자가 너무 많아서져 영상을 자주 올리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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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홍
10분 · YouTube · 2024.2.22.23:55
안녕하세요. 김경렬입니다.
요즘 의대 정원 확대가 큰 사회적 이슈죠. 저는 이전부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왔었는데 이번 정부의 발표에 뭐랄까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작년부터 용산에서 인상적인 수치를 원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설마 했는데 2,000명이라니... 그래도 좀 말이 되는 숫자를 불러야지,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망가지든 말든 정말 단 몇 달 뒤 선거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OECD 평균 의사수를 근거로 한국에 의사가 부족해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시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죠.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처럼 의사를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는 걸. 한 번이라도 외국에서 병원을 가보신 분들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쉽고 빠르고 그리고 싸게 진료받을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외국에 계신 교포분들이 병이 있어도 해당 국가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장시간 대기하다가 한국 와서 치료하고 돌아가는 건 너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죠. 저도 작년에 캐나다 갔을 때 현지 교포분께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3년 동안 캐나다 병원에서 원인도 밝히지 못했던 병을 한국 가서 MRI 찍고 1주일 만에 수술까지 받아서 완치하고 돌아왔다고... 실화입니다. 한국의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건 심혈관, 뇌혈관 수술, 또는 분만이나 신생아 케어같이 특정 분야에서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의 수죠.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너무 여러 번 영상을 만들었었고 저보다 훨씬 더 대단한 분들이 많은 영상을 올리셨기 때문에 제가 뭐 구구절절 더 할 말도 없을 것 같고요. 오늘 이야기할 건 이겁니다. 전공의 사직.
정부에 의해서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에 의해 절망감을 느낀 인턴 전공의 선생님들이 지금 개별적으로 사직했죠. 누가 강압적으로 주도한 게 아닙니다. 미래가 안 보여서 정말 전공을 포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정부의 반응이죠.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앞장서서 전공의들을 협박하고 있는데,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법정 최고형을 내릴 수 있다, 동료와 상의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뭐 이런 시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파시스트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어요. 내 개인적인 사직에 대한 고민을 동료와 상의하면 국가가 처벌하겠다고요. 여기가 북한인가요? 사직해서 병원에 없고, 환자를 만난 적도 없는 전공의가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있다고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애초에 환자의 주치의는 전문의 교수님들입니다.
이분들은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죠. 그런데 사직해서 환자를 만난 적도 없는 전공의가 무슨 책임이 있죠? 일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끌고 와서 연속 36시간, 주 80시간 강제 노동시키는 거, 그게 노예제입니다. 애초에 배우는 입장에 있는 전공의가 없다고 대학병원이 돌아가지 않는 게 이상한 거죠. 환자의 목숨을 살릴수록 적자가 나서 최저시급 이하로 쉬지 않고 연속 36시간 일해줄 수백 명의 노예 없이는 병원 운영이 불가능한 의료 시스템이 이상한 거죠. 이런 이상한 의료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12년 전 박민수 차관이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포괄수가제에 포함시켰다고 자랑스럽게 포스팅 하고 있는 걸 보세요. 그 뒤로 산부인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지방은 물론이고 연예인들이 다니던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마저도 전부 폐업했어요. 의사가 부족해서 폐업한 게 아닙니다. 잘못된 정책 때문이지. 산부인과만 그럴까요? 영상 초반에 말씀드린 활동하는 전문의가 부족한 심혈관 수술, 뇌혈관 수술, 분만, 신생아 케어, 모두 같은 이유로 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패한 제도를 만든 공무원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죠. 지금도 아무 근거 없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10년 뒤에 나타날 결과들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겁니다. 결과는 무얼까.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런 정책들을 시행하면 절대로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000명 증원이면 김윤 교수님도 인정하실 거예요. 한 때 의사수가 늘어나면 수요 창출이 되기 때문에 의사수 확대에 반대하셨던 분이니까. 왜 의견을 바꾸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해 의사가 5,000명씩 나오면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건 김윤 교수님도 인정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사 수가 많은 OECD 대부분 국가들처럼 총액계약제와 의료 민영화 투 트랙으로 진행되겠죠. 제 예전 영상을 보시고 의료 민영화의 공포를 조장한다고 댓글 다신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급여와 비급여의 혼합 진료 금지를 보고 더욱 확신하게 됐습니다. 의료 민영화는 되겠구나. 그런데 의료 민영화가 그렇게 특별하거나 나쁜 제도는 아닙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캐나다, 이런 의사 수가 많은 OECD 대부분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OECD의 평균적인 의료 정책이죠. 점점 비중이 확대되고 있구요.
다만 우리 국민들이 OECD 평균 의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지금 전공의 선생님들의 개별적인 사직으로 수술이 밀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OECD 평균보단 수술 대기 시간이 짧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짧은 수술 대기 시간을 경험했던 우리가 OECD 평균 수술 대기 시간을 기다릴 수 있을까? 지금은 아무리 인기 소아과라도 오픈런 해서 겨우 두세 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당일 진료를 볼 수 있지만 일반의를 거쳐서 몇 주 뒤에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OECD 평균 진료 대기 시간을 우리가 견딜 수 있을까? 물론 여유 있는 분들은 영리 병원에서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죠. 그게 OECD 평균 의료입니다. 뭐 제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글쎄요 사람은 다 똑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잊고 계신 것 같지만 의사도 사람이구요.
유럽 의사들이 한국 의사보다 게을러서 환자를 열심히 안 보고 일을 늦게 하는 걸까요? 아니죠. 그걸 유도하는 정책 때문이죠. OECD 평균 의료정책을 도입하면 결과물로 OECD 평균 의료가 나오는 게 당연한 거죠. 다만 저는 현재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들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가가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니까. 여기 한 가지 예로 분만 수가를 보시면 영국의 8분의 1도 안 되죠. 게다가 영국 의사들은 아이가 잘못됐다고 고소당하지도 않구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습니다. 경력이 쌓이면 영리 병원에서 일할 수도 있고요. 반면, 한국 의사의 소송 위험은 영국의 800배가 넘고 요즘은 정부가 나서서 의사들을 고소하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누구를 고소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보건복지부의 의도는 병원에 없는 전공의들을 고소하라는 거겠지만, 환자 개개인이 의도대로 움직여 줄까요? 이대 목동병원의 케이스를 보면 아니죠. 이런 고소고발 때문에 바이트 이탈과를 기피하는 건데 참 필수의료가 잘도 살아나겠습니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과 의사들 사이에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습니다. 원래 이런 갈등을 조절하는 게 정치의 역할일 텐데 지금은 갈등을 부추기면서 국민들에게 황금알 낳는 거위에 배를 쬐게 만들고 있네요. 뭐 할 말은 많은데 제가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으니까 딱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끝내겠습니다. 지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주장을 쉽게 하시는 분들은 인간이 어떻게 늙어서 어떻게 죽어가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에요.
노년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의사가 아닙니다.
간병인이지.... 의사가 많으면 고통스러운 삶이 연장될 뿐입니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고요.
그러면 오늘 영상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요.
이 시간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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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사 김원장 2024. 9. 5.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셔서 제목과 썸네일은 교체했습니다.
당분간 사고 조심, 건강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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