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과학기술로 여는 미래
“세계 최고 대학을 위한 선택”
미래 한국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국내외 과학자들 대다수는 ‘과학인재 양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30여년 한국 경제발전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이와 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누구도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능력 있는 젊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 되면서 과학 한국의 미래에 대한 위기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2년 전 카이스트에 부임한 서남표 총장이 다소 파격적인 발전구상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이스트가 지금까지 한국과학기술의 핵심 인력을 양성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서총장의 개혁은 한 학교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이공계 교육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내에 카이스트를 MIT 수준의 세계적인 연구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서남표 총장의 도전.
대한민국 과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을 과학카페에서 들여다 본다.
■ KAIST 이름만 빼고 모조리 다 바꾼다
한국 과학 기술의 산실이자 과학기술의 핵심 인력을 양성해 온 연구중심 대학 카이스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의 개발인력 절반을 카이스트 출신으로 채울 만큼 카이스트는 대한민국 ‘최고’ 자리를 지켜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7월. ‘제2의 개교’라 부를 정도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카이스트가 나빠서 개혁한다는 건 아닙니다. 개혁이라는 게 언제 필요하냐면
목적을 세운 후, 그 목적에 맞지 않으면 개혁을 하는 거죠.
지금 우리의 목적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과학기술 대학이 됨으로써
인류에 공헌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목적을 결정하고 보니까 과거에 하던 방법이나 조직체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목적과 방법이 다를 때 개혁이 있는 거죠.” (서남표 총장)
■ 카이스트 개혁의 출발점, 서남표 총장
- MIT 석사
- 카네기 멜론大 박사
- 前 MIT 교수
- 前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
- 前 美 국립과학재단 부총재
(공학담당)
- 現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식 개혁은 ‘쓰나미’다.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이런 개혁은 MIT 공대 학과장 시절 130년 전통의 기계과를 성공적으로 혁신했고, 연간 수 십억 달러의 연구 예산을 배분하는 미국 과학재단(NSF)의 부총재를 지내면서 탄탄히 쌓아온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카이스트를 MIT 버금가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당당히 밝힌 서남표 총장. 세계를 상대로 한 그의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대담한 리더입니다.”
- Rohan Abeyaratnem (현 MIT 기계과 학과장)
"'혁신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는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그 분을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
- Dr. Nannaji Saka (MIT, Field of Tribology)
“그 분은 작은 변화가 아니라 큰 변화를 일으키는 분이다.
관리자(manager)는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지만 서 교수님은
큰 변화를 일으키는 지도자이다.”
- Dr. Mats Nordland (Swedish Subsidiary company of Emerson)
■ 카이스트를 세일즈 하다!
“카이스트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가요?
“많이는 모릅니다.”
“곧 많이 알게 되실 겁니다.”
- 스웨덴왕립공과대학 (KTH) 방문 中
지난 4월, 카이스트 홍보를 위해 유럽으로 향한 서남표 총장. 유럽 내 총 5개의 대학을 돌며 카이스트의 꿈과 비전을 제시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이동하는 차 안, 비행기 안에서 쉬지 않고 카이스트의 성공 방안을 구상하는 서남표 총장. 카이스트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그만의 ‘카이스트 세일즈 현장’을 따라가 본다.
■ 남을 따라가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 뛰고 있는 카이스트.
그렇다면, 카이스트가 세계 최고 대학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
서총장은 ‘테뉴어 심사(교수 영년제) 강화’, ‘전과목 영어수업’, ‘수업료 차등 부과’ 등 1차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훌륭한 교수진을 확보할 것, 그것도 충분한 숫자로. 학생들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할 것. 그것도 자기 힘으로 클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세계가 인정하는 집중 연구 분야가 있을 것.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서너 개.” (서남표 총장)
▷ 카이스트 개교 이래 ‘첫 등록금’
하루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카이스트 도서관.
도서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 1학년 신입생들이다.
KAIST에서는 1971년 개교 후 처음으로 학부생 200여명이 이른바 ‘등록금 폭탄’을 맞았다.
이로써 KAIST 개교 37년만에 '수업료 공짜' 신화가 깨진 것이다.
서남표 세대라고도 불리는 08학번 신입생들.
새벽 1~2시에도 스터디 모임을 해야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1학년들의 카이스트 생활을 들어다 본다.
“압박이 심해요. 다들 대학생이면 놀면서 하잖아요.
여기는 애들이 놀지도 않고 공부만 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4학년이라고 해요. 제가 생각할 때는 고등학교 보다
심한것 같고요. 고3때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 08학번 허서문
▷ 교수의 質이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세계 수준에 도달해 있는 KAIST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교수들의 책임이다"
교수정년 보장 심사에서 신청 교수의 43%를 탈락시켜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겨준 카이스트.
KAIST는 1971년 개교 이후 테뉴어 제도를 시행했지만 이 제도를 통해 퇴출된 교수는 이전까지 한 명도 없었다. 현재 400여 명의 교수 중 200여 명은 이미 이전 기준에 따라 정년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서총장이 강화된 테뉴어 심사제도를 실천에 옮기자, 신청자 중 15명이 탈락하는 등 최근 대학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스트레스 많이 받죠. 한편으로는 나는 잘하면 해당되지 않겠지.
한편으로는 잘 못하면 내가 낙오자가 될 수 있겠다,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집에서도 걱정 많이 하고. 주변에 친척들도 전화 많이 오고.
아는 지인들이 연락을 많이 합니다."
- 카이스트 조규춘 교수
서총장이 이렇게 엄격한 테뉴어 심사제도를 KAIST에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MIT 교수와 학과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경험이 밑바탕 됐다.
대학 수준을 끌어올리는 핵심은 교수다. 최고급 교수 1명이 탁월한 연구성과를 내면 그 대학 그 연구실은 고급 두뇌의 집결지가 된다. 그래서 세계 명문대들은 파격 대우를 내걸고 최고 교수를 스카우트한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 MIT의 교수들에게 새로운 것을 연구개발해야 하고, 그래야 테뉴어를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젊은 교수진의 정년 보장 여부를 평가할 때 주로 살펴보는 요소는
‘영향(impact)’ 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그들이 연구나 교육 자체에서 그 분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다."
- Charles M. Vest (전 MIT 총장)
■ ‘레벨 업’에서 ‘점프 업’!
테뉴어 제도의 개혁과 100% 영어 강의 추진 등 1단계 개혁의 성공에 이어,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한 힘찬 점프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1단계 개혁은 카이스트가 글로벌 롤 모델이 되기 위한 발판에 불과 했다. 하지만 제 2단계 개혁으로 카이스트는 세계 최고의 대학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EEWS (Energy, Environment, Water, Sustainability)'와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연구 풍토 조성을 위한 'HRHR(High risk, High return)프로젝트까지.
세계 최고 대학과의 경쟁은 지금 부터다 !
■ 서남표 신드롬. 과연 성공할 것인가?
'대학 개혁'을 넘어 '대학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는 서남표 신드롬.
그간 카이스트에는 개혁의 목소리는 높았으나 실제로 실행되어 옮겨진 것은 서남표 총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 덕분이다. 그는 이러한 개혁이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카이스트가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도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도전에 앞서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다.
“기본을 움직일 때나 인생을 살 때나 모든 것에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이 ‘목적이 뭐냐’ 이겁니다”
그의 목적은 카이스트를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