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화악산은 높은 만큼 조망도 시원하다. 취재팀이 화악산 정상길에 만난 바위전망대에서 들머리였던 대촌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봄산행에서 꽃을 빼면 무엇이 있으랴. 여름산행이 짙은 수목의 청량함으로 걷고, 가을산행이 낙엽 바스러지는 맛에 걸으며, 겨울산행이 설화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걷는다면 봄산행은 봄꽃의 화사함에 몽롱이 빠져들어 걷는 여정이다. 자줏빛 진달래, 하얀 제비꽃, 보랏빛 각시붓꽃, 노란 양지꽃….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산자락에 야생화가 곱게 피고 있다. 도심에서 성급하게 피고 져버린 벚꽃 개나리도 산골에서는 이제야 만개한다. 조용한 숲을 지나 야생화가 난 길섶을 따라 걷는 봄산행길.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은 근교산 동호인이라면 이번 주에는 밀양 화악산(華岳山)으로 찾아가 보자. 산행은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걷는다. 구간은 ‘밀양시 청도면 대촌마을~독립가옥~요전재~439곒봉~580곒봉~화악산(932곒)~소화악산~바위전망대~산성터~청도군 청도읍 대현초등학교’이다. 소요시간은 5시간~5시간30분 정도. 능선 길이 부드럽고 완만해 체력소모가 심하지 않다. 그러므로 봄산행을 즐기려는 부부 산악동호인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밀양에서 대촌행 버스를 타고 가다 종점에서 내린다. 하차하면서 주변 산세를 가늠해 보자. 대촌마을은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한 눈에 골 깊은 곳에 들어왔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대촌동 마을회관을 지나 왼쪽으로 개울을 끼고 걷는다. 오른쪽 길섶을 따라 노랗게 핀 대롱모양의 꽃이 아름답다. “그거? 노랑재이야. 허리 아프고 무릎 시릴때 먹으면 좋아.” 이 꽃은 산괴불주머니라 불리는 야생화. 하지만 마을노인들은 ‘노랑재이’라 부르고 있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20분 가량 걸으면 오르막길에서 삼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꺾어 대여섯 가옥이 오붓이 모여 있는 마을로 간다. 마을을 가로 질러 오르면 축사를 지나 논길이 시작된다. 경운기가 지나갈 수 있는 너른 흙길이다. 논길이 내리막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왼쪽 오르막으로 흐릿한 길이 나있다. 산너머 보이는 철탑으로 올라간다는 기분으로 길을 잇는다. 논밭이 사라지는 산아랫녘에 다다르면 오솔길이 시작된다. 이곳이 들머리다. 초입에는 하얀 조팝나무와 자줏빛 산복숭꽃이 활짝 펴 있다. 암반위를 지나는 작은 개울을 건너자 마자 오른쪽으로 튼다. 10분쯤 가면 무덤 3기가 나타난다. 무덤 옆길을 따라 오르면 곧 움막을 만난다. 움막을 지나 완급이 있는 오르막 경사길이 이어진다. 20여분 뒤 희미한 산길을 헤쳐나오면 또 무덤 3기를 만나고 그 너머로 하늘선이 보인다. 능선이다. 이 능선을 따라 경상남북도가 갈라진다. 능선에서는 오른쪽 오르막으로 가야 한다. 벌목된 나무가 일부 산길을 가로막고 있다. 200여곒 가면 439곒봉이다. 이곳에는 삼각점이 있으나 나무등걸과 잡목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20분 정도 더가면 철탑이다. 철탑을 지나 임도가 시작된다. 100여곒 임도를 따르면 삼거리다. 오른쪽이 화악산 가는 길이다. 인적없는 능선 길이 계속된다. 소나무 잡목이 우거져 그늘은 짙다. 월성 이씨 묘를 지나 고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튼다. 솔숲이 터널처럼 이어지는 꿈같은 산길이 시작된다. 100여곒 지난 뒤 오른쪽으로 열린 잡목구간으로 파고든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는 보랏빛 각시붓꽃과 노란 양지꽃이 산꾼의 발길을 붙잡는다. 30분 가량 너무도 조용한 산길이 이어진다. 잘 다져진 흙길에 솔가리가 깔려 있어 산책길보다 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는가 싶더니 580고지에 올라선다. 이 봉우리를 지나면 우뚝 솟아오른 준봉을 만날 수 있다. 화악산이다. 580고지를 넘어서면서 부터 조망이 서서히 열린다. 암석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미는 오른쪽 벼랑에 서니 아랫마을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 품속처럼 편안한 숲길을 30분정도 더 이어간다. 오르막이 갑자기 시작된다. 20분 더 땀께나 흘리는 구간을 지나야 경사가 다소 완만해진다. 산정 바로 아랫부분에서는 억새군락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길이 여러 갈래로 찢어지지만 당황해 할 필요는 없다. 오른쪽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화악산 정상이다. 따라서 등반길도 오른쪽 오르막길이다. 억새가 눈에 띄는 지점부터 정상까지는 15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는 2곒높이의 대형 정상석이 서 있다.
900고지의 화악산은 밀양·청도 인근에서는 가장 높다. 따라서 화악산 멧부리는 경남과 경북의 명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을 가지고 있다. 경남의 억산 구만산 육화산 철마산은 동쪽으로, 대구의 비슬산은 서북쪽에서 몸을 일으킨다. 서남쪽으로는 창녕의 화왕산 관룡산이 다가와 있다. 하산을 위해 발걸음을 남동쪽 능선으로 옮긴다. 뚜렷한 한가닥 길이 나있으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안부를 지나 10분 뒤 소화악산 정상에 선다. 이곳에서는 오가는 산꾼들의 손길이 닿았을 큰 돌무덤(돌무더기)이 인상깊다. 이제 능선 길을 버리고 동쪽 내리막 길을 잡는다. 만약 남동쪽으로 계속 걸음을 옮기면 아래화악산, 철마산으로 넘어갈 수 있다. 동쪽 하산길은 급한 내리막이어서 하산 속도가 빠르다. 하산길에도 볼거리가 있다. 이번 산행 최고의 바위전망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전망대에 서면 화악산과 소화악산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바로 아래 세갈래 길에는 청도산악회에서 세워놓은 표지판이 있다. 직진해 곧바로 떨어지는 코스는 ‘험로’다. 취재팀은 여유있는 산행을 위해 왼쪽으로 틀었다. 지그재그로 산허리를 타고 내려온다. 갑자기 산아래가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왕벚나무다. 하얀 왕벚꽃이 너무나 탐스럽다. 수목이 짙게 깔려 한낮에도 시원한 느낌이 드는 계곡 길을 따라 하산을 재촉한다. 산성터를 지나 10여분 내려오면 임도에 닿는다. 파란물통 아래로 임도가 마을까지 닿아있다.아랫마을인 불당, 중리는 유명한 미나리 재배지다. 이곳 미나리는 화악산의 맑은 물을 받아 기르기 때문에 맛도, 향내도 상큼한 특산품이다. 미나리 재배 하우스를 지나 버스를 탈 수 있는 대현초등학교 앞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
첫댓글 오~~~~예.. 즐산행 ㅋㅋ 해여...
진달래가 만개한 봄산.. 함께하고픈데... 또 못가니 아쉽습니다. 즐 산행 하시고 다음주 한번 뵐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