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쿠하라 요시하루 日 기업메세나협의회 이사장 겸 시세이도 명예회장 …“메세나 잘하는 것도 경영 과제” ] *****
< ‘사회공헌’이 아니라 ‘사회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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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짧은 세월 동안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허전함 같은 것이 남아 있는데, 국가의 진정한 풍요로움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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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버블 경기가 한창일 때 모두들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버블이 붕괴되면서 돈이 있어도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라고 깨닫게 됐죠. 돈이 있어도 정말 원하는 것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돈이 있어도 감출 곳이 없어 걱정이기도 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돈을 늘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기업과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원봉사나 메세나(Mecenat:사회적·인도적 입장에서 기업들이 문화예술·스포츠 등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것을 뜻함) 활동 등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행복도는 사실 계측하기 힘든 것 아닙니까.”
시세이도는 특히 일본에서 메세나 활동에 열심인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세이도는 설립된 지 130년이 넘은 전통적인 기업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것은 눈앞의 고객뿐만 아니라 그 고객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있어야만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1억 인구가 있어야만 600만 고객이 있는 법이죠. 그래서 사회 전체에 대해 극히 일부라도 환원 또는 공헌해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공헌’이란 표현은 좀 거창한 느낌이 있어 저는 ‘사회관계’(Social Relation)라고 부른답니다. 꼭 돈을 몇억엔 내야만 기업이 사회관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 자신이 비영리법인의 좌장(座長)을 맡거나, 90년부터 (사)기업메세나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도 나름대로 사회관계를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죠.”
한국에도 지난 94년에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설립돼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구체적인 활동은 매년 발행되는 메세나 백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메세나 활동이 14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재 약 400개 기업과 200개 개인재단이 참여하고 있죠.
지난 80년대 후반 국제화나 정보화, 소자(少子) 고령화 등 기업을 둘러싼 사회 환경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또 경제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이 생겨나면서 기업도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사회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 공헌해야 한다는 생각이 급속히 확산됐죠.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과거에는 기업 내부에서만 배분됐던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게 됐습니다.
90년에 (사)기업메세나협의회가 탄생하면서 예술·문화 지원, 즉 메세나를 포함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가 점점 깊어지면서 경영인들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경영상 고려해야 하는 과제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덩치 큰 회사가 큰 공헌을 하는 것을 당연시했지만 메세나 활동에는 지방에서 성공한 중소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의회는 그런 기업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죠.”
기업메세나협의회 이사장으로서 메세나 활동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메세나는 프랑스어로 국가나 기업의 예술·문화 지원 활동을 뜻합니다. 일본에서 협의회가 발족한 것은 지난 90년이지만 사실 메이지(明治) 시대에도 비슷한 활동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선행은 숨기는 것이 미덕’이라는 풍조가 있어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죠.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메세나 활동을 직접 행하는 예산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활동이 압도적으로 많죠. 대신 국가에서는 세금 우대 조치를 해줍니다.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지원금액 대부분을 국가가 직접 부담합니다.
일본은 국가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균형을 취하면서 서로 경쟁 또는 협조를 해가며 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에 대한 규제도 별로 없고, 미국과 프랑스의 중간 정도의 이상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세이도는 오랜 전통의 기업으로서 어떻게 혁신과 조화시킬 것인가가 과제겠군요.
“그렇습니다. 혁신이 없으면 전통도 없는 것이죠. 저는 전통 속에 혁신을 심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전통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 전쟁 동안에도 시세이도는 매우 전위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비록 일반인들이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세대를 열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죠. 기업은 언제나 앞을 내다봐야 합니다.
메세나 활동이라고 하면 오페라나 콘서트 같은 큰 규모의 행사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많은 사람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시대를 공감하는 소수의 사람이 함께 느낄 수 있는 활동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세이도는 많은 사람이 오지 않더라도 반드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문화 활동을 계속하고 있죠.
예컨대 지금 이 건물 안에서 열리고 있는 ‘기와 함께 논다’ 행사는 작지만 한·중·일의 소중한 문화교류 행사입니다. 시세이도는 매년 경상이익의 6%를 사회공헌 활동으로 내놓고 있으며, 이 중 예술 지원 활동에는 1% 정도를 배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에는 베이징(北京)시로부터 명예시민으로 위촉되셨더군요.
“베이징시로부터 경제·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베이징시 명예시민’이 됐습니다. 베이징시가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위 칭호로 스즈키 준이치(鈴木俊一) 전 도쿄도지사에 이어 두번째였습니다.
시세이도의 외국부장에 취임한 지난 78년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추진해 지금은 중국 전국에 20여개의 영업소와 오리지널 브랜드 ‘오프레’까지 생겼습니다.
94년부터 판매를 시작해 78개 도시의 290개 백화점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는 오프레는 이제 중국을 대표하는 인기 화장품 브랜드가 됐습니다.”
< 한국과는 메세나 활동을 통한 교류가 있습니까? >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 한·일 월드컵 때를 비롯해 매년 조금씩 예술 활동을 위해 지원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신 이어령 선생과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앞으로 주선하신다면 기꺼이 한국 메세나협의회와의 교류에 참가할 용의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경영 일선에서 시세이도를 이끌어오셨는데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우리 회사명 ‘자생’(資生)은 중국의 고대 철학서 ‘역경’(易經)에 있는 ‘지재곤원 만물자생 급순승천’(至哉坤元 万物資生 乃順承天)이란 문구에서 유래됐습니다.
대지의 덕에 의해 모든 만물은 생성된다’는 뜻이죠. 이는 ‘제품의 우수성을 고객에게 전한다’는 시세이도의 가치관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창업 3대째인 저도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 팔고, 그 제품에 고객이 만족하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후쿠하라 요시하루 日 기업메세나협의회 이사장 겸 시세이도 명예회장 >
나의 생각 =
일본의 시세이도 같이 우리나라도 자신의 이익을 만을 위해 기업을 운영할것이 아니라 사회 많은 것들을 메세나 하여 우리나라가 좀더 살기 좋고 풍요로운 나라가 됬으면 하는 생각이다.
04 이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