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전문가도 아닌데 도면을 볼 줄 알아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아닙니다!
건축을 하려면 건축주는 최소한 설계도면 정도는 볼 줄 알아야 하지요.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하우빌드의 곳곳에서 여러 차례 설명을 드린 내용이 있습니다만, 다시 반복해서 강조를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건축주가 생각하는 것들이 설계자를 통해서 비로소 설계도면으로 표현 되고, 시공자는 이 설계도면으로 시공을 하지요.
당연히 설계도면에 표기가 되어 있지 않는 것은 공사가 될리 없고요.
따라서 설계도면에는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이 잘 표현되어 있어야 합니다.
먄약, 건축주가 '설계자는 전문가니까 당연히 잘 했겠지'하고 설계도면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 공사는 건축주의 뜻을 짐작하여 잘 마무리 될까요?
누구나 전문가에게 일을 맡겼으면 내가 하는 것보다 일이 잘 처리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설계자는 건축주의 요청이 별달리 없으면 경험에 따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건물의 각 부분을 설계 합니다.
설계자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설계를 하는데 왜 기대가 채워지지 않는 일들이 생길까?
그것은 이 기대의 기준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택에서 어떤 사람은 화장실의 바닥에 난방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방수의 어려움이나 화장실 문턱이 낮아짐으로써 생기는 불편 때문에 벽에 난방을 하는 것이 당연히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 하기도 하지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추주가 자신의 취향이나 원하는 것을 설계자에게 모두 설명을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실은, 이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같이 사는 부부라도 대화가 부족하다면 모든 것을 서로 알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건축주가 설계도면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설계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설계자에게 요구해서 수정하여 반영하면 간단합니다.
설계자가 이야기하는 건물의 내용을 건축주가 알아들으려면~?
설계자의 언어인 "도면"을 볼 줄 알아야겠지요.
설계는 기본설계를 거쳐 실시설계, 허가, 내역서의 순으로 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기본설계에서는 건물의 배치, 평면, 단면과 같은 건축의 기본 틀을 잡고,
실시설계에서는 기본설계의 바탕 위에 건축의 상세부분, 창호, 구조, 전기, 기계 등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게 되지요.
각각의 설계단계에서 건축주는 도면을 확인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제대로 도면상에 표현이 되어 있는지 점검을 한 다음,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설계도면의 수정을 요구해서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 합니다.
만약 건축주가 기본설계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도면을 확인하지 않고,
설계가 다 끝난 후에야 설계도면을 확인하고 설계도면의 수정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설계자는 이미 했던 작업을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여 작업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므로 당연히 추가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나마 양호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공사를 할 때까지도 도면을 확인하지 않고 지났다가, 공사된 것을 본 뒤에야 '내가 원한 것은 이것이 아닌데?' 라고 하는 일이 생기면 시공자는 머리가 아파집니다.
공사된 것을 건축주가 원하는데로 수정하려면 당연히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하지요.
만약 건축주가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공사가 잘 끝나기를 기대한다면~?
건축주는 최소한 설계도면을 볼줄알아야 하고, 설계의 각 단계마다 설계도면을 확인해야 합니다.
'건축주가 전문가도 아닌데 어떻게 설계도면을 보고 하나하나 확인을 하나?'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맞는 말입니다. 건축주는 건축의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원하는 건물을 짓고 싶다면 설계도면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제대로 표현이 되어 있는지를 살피는 최소한의 확인은 필요합니다.
건축주에게 구조도면을 보고 「허용응력」이나 「극한강도설계법에 따른 철근의 이음길이」나 「정착길이」를 확인해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전기의 부하계산이나 물탱크의 용량이 적정한지를 확인해보라는 것도 더더욱 아니에요.
이런 것들은 건축주가 확인을 하지 않아도 전문가가 계산을 하고 확인해서 설계를 할 부분입니다.
단지, 건축주는 공간이 원하는 크기와 위치로 나누어져 있고, 창과 문이 원하는 크기로 있는지.
그리고 난방은 어디까지 되고, 전등의 스위치는 제자리에 있는지,
각 부분의 높이가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확보가 되어 있는지,
내. 외부의 마감이 내가 원하는 재료로 되어 있는지,
이런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설계도면을 보고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데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조금의 시간과 건물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충분하지요.
만약 설계도면을 보고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면 설계자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설계도면에 대해서 건축주의 질문에 귀찮다고 답을 해주지 않는 설계자라면?
그런 설계자에게서 제대로 된 설계가 나오기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다른 설계자를 찾는 것이 더 나을겝니다.
이제 도면을 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