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따라 기술이 발전한다고 했을 때 현재의 엔진 트렌드에는 작금의 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최근의 엔진 만들기 경향 중에서 두드러진 것이 바로 ‘배기량 줄이기+터보’이다. 흔히 다운사이징 터보로 불리는 이 트렌드는 배기량 또는 기통수를 줄여 연비를 높이지만 터보를 달아 출력면에서도 부족함 없다. 다운사이징 터보는 배기량이 낮은 4기통이 위주지만 차후 6기통 이상까지 확산될 것이 확실하다.
글 / 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터보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디젤은 일찍이 터보가 기본이 됐지만 가솔린은 조금 다르다. 한때 가솔린 터보는 사양길로 접어든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이전의 터보는 달리기 성능을 중시하는 스포츠카 및 일부 세단에 한정적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연비를 중요시 하는 소형차들까지 채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의 터보 시스템은 고성능 촉매의 발달과 함께 엔진 제어 기술이 더욱 정밀해지면서 유럽과 미국 시장의 배기 가스 규정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새 해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교한 EMS와 직분사로 성능 업
터보의 기본 원리는 버려지는 배기가스를 다시 터빈으로 압축해 연소실에 강제로 불어넣는 것이다. 엔진에 많은 공기가 들어간다는 것은 더 높은 출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터보는 실제 배기량 이상의 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 엔진의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나오고 있는 2리터 터보는 출력과 토크에 있어 3리터 자연흡기와 큰 차이가 없다. 근래의 터보는 리터당 100마력을 가뿐하게 달성한다. 2리터급은 최하가 200마력으로 시작하고 그 이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순간 한때 유행하던 저압 터보라는 말 자체가 들리지 않게 됐다. 저압 터보는 부스트를 낮게 가져가 저회전의 반응을 살려 자연흡기와 같은 느낌을 강조한 컨셉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사브가 있지만 터보 기술의 발전으로 그 의미는 다소 퇴색된 느낌이다.
저압 터보가 나왔던 배경은 특유의 지제 현상에 있다. 연소되어 나오는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려 압축된 힘이 완성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 양산차에 터보가 처음 도입된 것은 60년대 초에 나온 GM의 시보레 코르베어였다. 코르베어는 출력이 높지 않으면서도 지나친 지체 현상으로 인해 좋은 평을 듣지 못했지만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터보는 미국 보다는 유럽에서 먼저 발전했다. 유럽 최초의 양산 터보는 BMW의 2002, 그리고 1975년에 나왔던 포르쉐 911 3.0 터보에서 발전된 기술이 선보였다. 포르쉐는 부스트가 뜨기 전 미리 터빈을 돌리는 프리-스핀으로 지체 현상을 대폭 줄였다. 그리고 터보의 성능을 더욱 높여주는 인터쿨러는 1978년의 911 3.3 터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인터쿨러는 공기의 온도를 약 50~60도 낮춰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과열의 가능성도 크게 낮췄다.
80년대 들어서면서 무게와 관성을 줄인 터빈이 개발되면서 전체적인 성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IHI는 터빈 날개를 스테인레스 스틸 또는 세라믹으로 만들어 지체 현상을 더욱 줄였으며 코스트의 부담 때문에 일부 고가 모델에만 쓰였던 티타늄도 점처 사용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터빈의 부스트를 컨트롤하기 시작한 것과 트윈 터보가 나온 것도 80년대부터이다. 현재 트윈 터보는 6기통 이상에 주로 쓰이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시퀀셜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의 터보는 디젤에 쓰이던 VTG 기술이 더해지면서 완성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VTG는 배기가스 온도 때문에 가솔린에 쓰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디젤의 배기가스 온도는 700~800도에 그치지만 가솔린은 950도에 이른다. 따라서 일반적인 재질로는 내구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혼다는 1989년 레전드 윙 터보에 VTG를 사용한바 있지만 내구성을 확보하지 못해 포기했다. 거기다 압축비가 올라가면서 배기가스의 온도로 비례하고 있어 차후에는 1천도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솔린 VTG의 선구자는 911 터보에 쓰인 보그워너이다. 자세한 제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우주항공 기술에서 비롯된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확보했다. 그리고 직접 연료를 분사하는 직분사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연소실의 온도도 더욱 낮출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터보는 고출력의 도구로 주로 사용이 됐다. 출력을 쉽게 올릴 수 있지만 본격적인 규제 강화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고출력을 위한 터보 기술은 연비를 올리는 쪽으로 쓰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타난 뚜렷한 트렌드 중 하나는 다운사이징 터보이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배기량 또는 실린더를 줄이지만 출력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터보를 다는 것이다.
현재로서 주된 분야는 저배기량의 4기통 터보이다. 소형차에 올라가는 1.6~2리터 사이의 자연흡기는 빠르게 다운사이징 터보로 대체되고 있다. 또 6기통에도 터보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벤츠와 BMW는 디젤 뿐 아니라 모든 가솔린 엔진의 터보화를 표명했고 다른 메이커 역시 이에 동참할 예정이다. 과거의 터보는 고성능의 상징으로 통했지만 요즘의 터보는 규제 만족의 첨병 역할을 한다. 앞으로 가솔린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 주역은 터보가 될 것이다.
주요 메이커의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한때 터보 기술은 배기가스 규제를 맞추기 힘들어 양산 가솔린에는 쓰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 후 터보는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해법으로 재탄생했다. 유럽을 위주로 퍼지고 있는 다운사이징 터보는 4기통이 주력이고 포드는 V6 트윈 터보로 V8을 대체한다.
BMW/PSA 1.6 터보
BMW와 PSA는 1.6리터 직분사 터보를 미니와 207에 나눠 사용하고 있다. 출력은 회사에 따라 150마력과 175마력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쿠퍼 S에 올라가는 엔진은 트윈 스크롤 터보가 적용되면서 최고 출력 175마력, 최대 토크는 24.5kg.m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1,600rpm에서 시작해 5천 rpm까지 지속된다. 이 엔진은 1,400rpm에서 터빈의 부스트가 0.8바에 이르기 때문에 지체 현상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이 1.6 터보는 자연흡기와 달리 밸브트로닉도 없고, 바노스 시스템도 흡기만 적용된 싱글 타입이지만 335i와 같은 직분사 시스템이 더해져 보다 정밀한 연료 분사가 가능하다. 터보 엔진이지만 압축비는 10.5:1(구형 수퍼차저는 8.3:1)로 매우 높아 저회전의 토크를 극대화 한다. 재미있는 것은 포르쉐가 997 터보에 선보였던 오버부스트 기능이 추가된 것. 이 오버부스트 기능을 실행시키면 토크는 순간적으로 26.6kg.m까지 올라간다. 쿠퍼 S의 연비는 17.2km/L로 이전 보다 30%나 좋아졌다.
푸조는 동일한 엔진을 207 GT THP(Turbo High Pressure)에 적용하고 있다. 미니 보다 출력이 15마력 낮은 대신 24.5kg.m의 최대 토크가 1,40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나온다.
포드 V6 3.5 에코부스트
에코부스트는 포드가 추진하고 있는 엔진 다운사이징 전략의 핵심이다. 에코부스트는 2009년형 링컨 MKS에 첫 선을 보이며 V8 이상의 출력과 V6의 연비를 동시에 추구한다. 즉 타운카 등에 사용되는 V8 4.6리터 자연흡기는 에코부스트로 대체된다.
포드의 에코부스트는 하니웰이 제공한 트윈 터보 시스템이 핵심이다. 출력은 340마력으로 리터당 100마력에 근접하고 47.0kg.m의 최대 토크는 2,000~5,000rpm 사이의 넓은 구간에 발휘된다. 현재의 자연흡기 V8 4.6리터가 동일 구간에서 37.3~42.9kg.m의 토크를 내는 것과 쉽게 비교된다. 여기에 직분사 기술이 추가되면 연료 소모는 20%, CO2 배출량은 15% 줄어든다. 4기통 버전도 출시되는 에코부스트는 앞으로 5년 안에 대부분의 포드 차에 올라갈 예정이다.
한편 유럽 포드는 올해 말 1.6리터 터보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1.6리터 터보는 현재 포커스, 몬데오, S-맥스, 갤럭시 등에 쓰이고 있는 듀라텍 2.0 & 2.3리터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되며 아직 정확한 제원은 나와 있지 않다.
피아트 1.4 T-젯
피아트는 디젤은 멀티젯, 가솔린은 T-젯이라는 이름으로 터보 엔진을 출시하고 있다. 가솔린 터보의 주력은 1.4 T-젯이다. 1.4 T-젯은 푼토, 브라보 같은 피아트 차 뿐만 아니라 산하의 란치아와 알파로메오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1.4 T-젯은 차종에 따라 120마력에서 최대 180마력까지 출력이 나뉜다.
1.4 T-젯은 자연흡기를 대체하는 것보다는 배기량을 올리지 않고 보다 나은 출력을 얻는 개념이다. 베이스 엔진은 77마력의 1.4리터 자연흡기로 여기에 터보를 달아 출력을 120마력까지 높였다. 최대 토크는 20.9kg.m으로 1,75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며 이는 2리터 자연흡기에 맞먹는 수치이다. 이 엔진을 얹은 푼토 스포트 T-젯은 0→100km/h 가속을 8.9초 만에 끊는다.
또 500 아바르트 버전에는 135마력으로 튠업된다. 135마력 엔진의 평상시 최대 토크 2,500rpm에서 18.3kg.m이지만 스포트 모드에서는 3천 rpm에서 20.9kg.m으로 높아진다. IHI가 제공한 RHF3-P 터빈은 낮은 회전수에서 빠른 반응이 장점이다. 1.4 T-젯은 500 아바르트 ESSEESSE에는 160마력(23.4kg.m, 스포트 모드 시), 아세토 코르세에는 190마력(30.5kg.m)까지 출력이 올라간다. 아세토 코르세는 터빈도 가레트의 GT 1446으로 바뀐다.
GM 1.4리터 터보
GM은 새 1.4리터 터보를 새 월드카 시보레 크루즈에 선보인다. 크루즈는 파리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된 모델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생산과 판매가 진행된다. 국내에는 뉴 라세티로 팔리게 되며 1.4 터보 버전은 차후 소개된다.
새 1.4리터 터보는 오펠 아스트라 등이 사용하고 있는 1.4 트윈포트 에코텍이 베이스 엔진이다. 여기에 터보를 달아 출력을 90마력에서 140마력(20.5kg.m)까지 끌어올린다. 터보와 배기 매니폴드를 합쳐 전체적인 사이즈와 코스트를 줄이는데도 주력한다. 이 1.4리터 엔진은 1.6리터 자연흡기를 대체하게 된다. GM은 앞으로 북미에서 생산되는 4기통 엔진 중에서 21%는 터보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7배가 넘는다.
오펠 1.6 에코텍 터보
오펠은 몇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터보를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다른 메이커와 조금 다른 것은 주로 성능적인 면에 치중된다는 것이다. 오펠의 1.6 & 2리터 터보는 OPC(Opel Performance Center) 모델에 주로 사용되고 최대 240마력까지 튠업된다. 국내에 들어온 G2X도 오펠의 에코텍 2리터 터보이다.
1.6리터 터보는 터빈의 부스트를 달리해 여러 출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메리바 OPC에는 180마력, 코르사 OPC에는 192마력까지 출력이 높아진다. 코르사 OPC는 0→100km/h 가속 시간은 7.2초, 최고속도는 225km/h로 배기량 대비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코르사 OPC의 경우 오버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최대 토크는 23.4kg.m에서 27.1kg.m까지 치솟는다. 이 1.6리터 터보는 2.0 & 2.2리터 에코텍을 대신해 차기 벡트라에도 올라갈 예정이다.
르노 TCE 100 & TCE 130
르노는 TCE(Turbo Control Efficiency) 엔진을 선보이며 빠르게 자연흡기를 대체하고 있다. 르노의 TCE는 반응이 빠른 소형 터빈을 채용해 고출력 보다는 신속한 리스폰스와 저회전 토크 위주로 세팅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트윙고를 시작으로 클리오와 모두스 등에 쓰이고 있다. TCE 뒤의 숫자는 출력을 나타낸다.
100마력의 출력과 14.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TCE 100(D4Ft)은 1991년에 나온 90마력의 1.7리터와 98마력의 1.4리터 자연흡기를 대체한다. 배기량은 1.2리터에 불과하지만 토크 밴드가 넓어 실제 느낌은 112마력의 1.6리터 VVT와 맞먹는다는 르노의 설명이다. 이 엔진을 얹은 클리오 1.2 TCE는 연비가 20.4km/L로 좋아졌으며 CO2 배출량도 140g/km으로 낮아졌다. 140g/km의 CO2 배출량은 구식 1.7리터에 비해 무려 75g이나 낮아진 것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11.1초로 2리터 엔진을 얹은 중형급 순발력을 발휘한다. 르노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공회전 스피드도 650rpm으로 낮췄다.
C 세그먼트에 쓰이는 2리터 자연흡기는 TCE 130(H4Jt)으로 대체된다. TCE는 136마력의 2리터 보다 출력은 조금 낮지만 최대 토크는 그 이상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CO2 배출량이 16%나 줄었다. 배기량은 1.4리터지만 출력은 1.8리터급, 19.3kg.m의 최대 토크는 2리터급에 맞먹는다. 최대 토크가 2,250rpm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체 현상을 최소화 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TCE 130은 닛산의 자연흡기 HR15와 HR16 엔진이 베이스다. 르노는 배기량을 줄이고 알루미늄 섬프와 저항이 적은 소형 터보를 달아 TCE 130을 개발한 것. TCE 130은 6단 수동변속기가 기본이다.
폭스바겐 1.4 TSI
폭스바겐의 1.4 TSI(EA111)은 1.6리터 FSI를 대신하는 엔진이다. 1.4 트윈차저가 2리터 FSI를 대신한다면 수퍼차저를 떼어낸 1.4 TSI는 115마력의 1.6리터 자연흡기를 대신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1.4 TSI는 골프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델에 적용된다.
1.4 TSI의 출력은 122마력, 최대 토크는 20.5kg.m으로, 1.6 FSI와 비교 시 출력과 토크는 각각 7마력, 4.7kg.m 늘어났다. 출력과 토크가 늘어났지만 골프 기준으로 연비는 17.7km/L에서 20.3km/L로 오히려 좋아졌다. 이 1.4 TSI 엔진은 7단 DSG와 매칭된다.
이 1.4 TSI는 저배기량답지 않게 낮은 회전수에서 풍부한 토크를 발휘한다. 단 1,25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전체 토크의 80%가 발휘되고 1,500~3,500rpm 사이의 넓은 구간에 최대 토크가 나온다. 또 122마력의 최대 출력은 5천~6,400rpm에 걸쳐 발휘돼 전체적인 토크 밴드가 매우 넓은 엔진이다. 터빈의 최대 회전수는 22만 rpm에 이르고 최대 1.8바의 부스트를 사용한다. 트윈차저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경량화에 힘쓴 것도 특징이다. 전체 중량은 1.4 트윈차저 보다 14kg 가볍고 캠 샤프트에서만 304g을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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