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크게 두 곳의 터미널(동대전, 유성)로 구분된다.
하지만 시외버스의 경우는 10여년 전만 해도 동대전, 유성이 아닌 동대전, 서부로 구분되었다.
유성이라고 해봤자 조그만 간이노상정류장에 불과했었지만,
서부터미널은 넓은 부지와 화려한 조망권을 바탕으로,
충남권과 호남권 대부분의 노선들이 기점으로 삼고 꾸준히 발판을 돋아갔다.
하지만 월드컵경기장이 유성에 들어서면서 노상터미널을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설상가상으로 대전의 신흥 중심지구로 떠오르면서 유성터미널의 입지가 급격히 커져갔다.
세월이 지나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던 서부터미널은 그대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하천변을 따라 쭉 내려와야 하기에 접근성도 좋지 않고,
터미널 간판조차 제대로 달려있지 않아 찾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지은지 너무 오래되어 반지하의 내부는 어두컴컴하고 시설물들은 심각한 노후화로 몸살을 앓는다.
동대전도 유성도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정작 가장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곳이 바로 대전서부터미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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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부터미널의 구조는 정말 특이하게도 생겼다.
대전의 3대 하천 중 하나인 유등천이 바로 옆에 있어서,
하천제방을 도로로 이용하고 근처 배후지에 터미널을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도로에 입구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에 반해 터미널은 고도가 낮으니 굉장히 이색적인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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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터미널 주차장의 모습을 위에서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대로변과 떨어져 있다는 심각한 단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천변을 따라 내려오기만 하면 의외로 터미널을 찾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다.
조금만 가다보면 바로 옆에 수많은 시외버스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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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부터미널은 시외버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의 기점지이기도 하다.
일부 간선버스와 대부분의 지선버스가 이 곳 서부터미널을 기점으로 하는데,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전부 가변에서 대기하고 있다.
2차선 도로에서 가변대기를 하므로 상당히 번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차량통행이 그리 많지 않아 그렇게 복잡한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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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3대 하천 중 하나인 유등천.
서부터미널 바로 옆에 시원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 때문에 대전서부터미널은 동대전, 유성과는 다르게 조망이 무척 좋다.
넓고 시원하게 뚫린 풍경 덕분에 대전 시내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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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교각이 대전역, 서대전역, 가수원동을 넘어 계룡으로 이어지는 국도다.
대전에서 가장 비중있는 도로인만큼 좀 더 대로변에 가깝게 터미널을 설치해놨으면,
지금처럼 한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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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는 버스주차장과 하천이 각각 따라가는 시원한 풍경이 이어지다가,
조금만 더 가면 아예 터미널 건물이 버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터미널을 알리는 큰 간판조차 없어 정작 터미널인줄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다.
설상가상으로 유동인구도 거의 없고 주변 상권도 딱히 발달해있지 않아서,
서부터미널은 점점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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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오른쪽에 한자로 목판을 새겨놓은 것이 서부터미널을 알리는 유일한 간판이다.
이미 건물 양 옆의 가판대는 모두 문을 굳게 잠가버린 상황이고,
1층의 얼마 되지 않는 상업시설들도 모두 문이 닫혀있다.
아까도 보았듯 터미널 주차장/승차장이 입구보다 아래에 있기 때문에,
대합실로 가려면 또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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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건물이 제방에 세워진 관계로 정말 독특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계단을 올라오면 유등천 제방(도로)이 나타나면서 버스와 택시가 줄지어 서있는 것이 보이고,
계단을 내려가면 어두컴컴한 대합실과 창문 너머 어렴풋 보이는 승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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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보이는 것보다 서부터미널의 규모는 무척 큰 편이다.
이 정도면 대전시외터미널과 비교해도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인데,
어찌 된 게 터미널 이용객 숫자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대전시외터미널은 사람들로 가득차 공간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반면,
대전서부터미널은 오히려 사람이 너무 없어 휑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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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덕분일까. 그 넓었던 매표소 창구도 이젠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매표 공간의 반은 자동판매기로 대체한 상태고, 나머지 반도 대부분을 꽉꽉 막아놓았다.
용도가 바뀐 공간이나 꽉꽉 막힌 매표창구...
그만큼 서부터미널의 수요가 상당히 감소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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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한 물 건너간 터미널이라곤 하지만 아직까지 노선은 적잖게 뚫려있다.
특히 보령, 부여, 논산, 강경 등으로 이어지는 버스는 아직까지 서부터미널이 강세를 띄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동부, 유성에게 주도권을 상당히 많이 내준 터라,
나머지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버스 횟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상황이다.
천안, 아산행 버스도 1시간이 넘는 간격이고 군산, 익산, 전주행 버스도 하루에 몇 회 되지 않는다.
게다가 동부에서는 10분 간격인 금산행이 여기선 2회 뿐이고,
그나마도 청주행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으니 더 이상의 할말조차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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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충남 서남부권(보령/서천/장항/논산/부여)이 서부터미널을 지탱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가장 조밀하게 운행되는 곳이 서부터미널인데,
유성은 너무 부지가 좁아 혼잡하고 동부로는 아예 가는 버스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서부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일테다.
만약 이들마저 없었으면 서부터미널은 정말로 고사 직전의 폐허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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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시간표를 살펴봐도 보이는건 온통 충남권의 버스들 뿐이다.
공주의 경우는 지리적 입지상 대부분의 완행버스가 거쳐가므로 배차가 조밀할 수 밖에 없긴 한데,
한쪽 시간표가 아예 '공주'로만 도배되어 있는 경우는 동부에서도 유성에서도 보기 힘들 것이다.
동부와 유성에선 흔하게 보이는 서울/인천/수원행 버스조차도 여기선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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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표에 쓰여진 행선지가 무척 다양하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충남권이다.
전북권(전주/익산/군산/김제/부안/무주)도 꽤 쓰여지긴 했지만,
실제 운행횟수는 많아야 10회를 겨우 채우는 수준이므로 큰 의미는 없다.
이외에 영남권/수도권/강원권 차량들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그렇게 가까운 거리인 청주행마저도 폐지가 되었으니...
정말로 서부터미널은 거의 계륵(鷄肋)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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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보면 운행되는 버스가 무척 많아보이지만...
실상은 그 정반대이니 상당히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국도를 경유하고 있으니 요금은 상상 이상으로 비싸고,
다른 곳에 비해 경쟁력 있는 지역은 오직 충남 서남부권 뿐이다.
거리상으로 무척 가까운 전북권 버스조차도 수요 감소로 인해 점점 사양화 되어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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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터미널이 이렇게까지 몰락한 데에는 대전시 측의 안이한 투자와 무관심이 한 몫 했다.
우체통마저 거의 사라져가는 상황에 아직도 우편엽서가 버젓이 남아있는 서부터미널.
건물 자체도 리모델링이 전혀 안 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고,
서부터미널에 대한 안내도 거의 하지 않고 연계망도 무척 열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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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강세를 띄는 대전.
그나마도 버스 수요를 동부와 유성이 양분하고 둔산이 새롭게 부상하는 현 상황에서,
서부터미널의 입지는 점점 좁혀져 가고 있다.
이미 충남 서남부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선망은 사라졌으며,
유일하게 남은 충남 서남부권도 유성터미널 통합이전 후면 상당한 위기가 들이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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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부터미널이 사라진다고 해서 대전에 크게 타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성터미널 통합이전이 완료되면 충분히 분산 흡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부터미널의 여건이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서부터미널 폐지와 충남 서남부권 버스의 유성터미널 흡수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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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랫동안 동부와 함께 시외버스 노선을 양분했다는 상징성,
40년이 넘도록 줄곧 이 자리에서 서민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잃는다는 것은 크나큰 손해일 뿐이다.
언젠가 없어지게 될 서부터미널. 그리고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심정의 서부터미널.
점점 계륵처럼 잊혀져만 가는 상황을 받아들이긴 싫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첫댓글 서부터미널이 한 2003년도였나 서대전ic쪽으로 이전한다는 대전쪽 지방일간지 보도가 있었었는데 만약 이전했다고 해도 수익성이 안맞아 망했을거 같습니다. 원래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해서 유성정류장(유성터미널)을 거처가는 노선이 대부분 많은데 지금은 이용객이 반대로 되어 버린 샘이죠 그리고 서부터미널은 금남 중부고속의 차고지이지만 터미널 주인은 대전시내버스 회사중 대전교통 회장 ( 현재 대전교통 회장은 비서가 살해하여 저새상가심) 이 최대주주로 있어 실 소유주로 되있으나 대전교통 이라는 회사는 대전에서도 몇몇 계열사를 가진 업체이면서도 투자를 안하여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이전하지 않기를 잘했네요. 동대전과 유성으로 양분화되는 마당에 무리한 투자를 시도했다간 오히려 더 타격을 입을 수도 있으니... 그나저나 터미널 소유주가 누군가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대형 버스업체 사장이라는 것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가만 놔두고 있는 걸까요..
80년대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용객들이 제법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부터미널에서 유등천만 건너면 친척집이었죠. 그러고 보니 80년대말까지만 해도 유등천에서 고기도 잡았던 것 같은데 .. 현재 금남고속이 전용하여 쓰고 있는 유등천 하상주차장도 언제 그 용도가 바뀔지 모르는 일이고 금남고속도 자체 차고지를 마련한다고 하니 갈수록 서부터미널의 위상이 추락할 것 같네요. 유성에서 서부터미널 오고 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유성종착하는 버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구요.
그나마 서부터미널을 드나드는 금남고속마저 철수한다면 정말로 서부터미널은 이도저도 아닌 터미널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들어오는 버스의 거의 대부분이 금남 차량들이니...;
제가 논산에서 대전 갈 때 50%정도는 서부터미널을 이용합니다.(나머지 50%는 서대전역, 유성정류장 등 이용) 서부터미널을 먹여살리는게 충남 서남부 지역인데 버스가 짧은 배차간격으로 밀어붙이곤 있지만 최근에는 이 지역도 철도에게 도전을 많이 받습니다.(짧은 소요시간, 운임, 승차감 등) 더군다나 올 12월 부터 장항선 서대전역 종착도 증편된다고 하니깐 군산, 서천, 보령 승객 중 일부는 서대전역으로 갈 가능성도 있구요-_-;;서부터미널이 살아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오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대둔산행 버스도 1시간에 1대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하루 3대로 줄어버렸네요-_-;;
서천역, 장항역, 군산역이 시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강경, 논산 정도를 제외하면 철도 수요가 크게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유성터미널의 성장이 서부터미널의 입지를 점점 약화시킨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성터미널로의 역할이전과 주요 운행노선의 철도와의 경쟁등도 한몫을 합니다. 사실 소유주라고 하는 대전교통은 동진여객(현, 대전버스)까지 먹을 정도의 규모이지만,(정작 재미를 못봤다고 하지요.) 이미 서부터미널 주변 역세권이 거의 파탄난 상황에서 유지시키기도 어렵고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한게 사실이지요.
투자 자체를 안했으니 터미널은 점점 노후화되고 주변 상권도 몰락하고... 애초부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서부터미널을 지금 상황에 몰고간게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47516 뉴스 기사인데 첫 리플에서 언급한 피살된 회장 재산이 703억원이라죠 대전에서도 알려진 재력가입니다. 서부터미널 최대주주라서 어떻게 보면 소유주라고도 볼 수있고 지분 투자자라고도 볼 수있습니다.
저희집에서 불과 10분거리 (도보로) 에 위치한 곳이지만 저역시 서부터미널의 존재는 거이 잊고 사는듯 합니다. 터미널 하면 동부시외나 고속터미널 심지어는 논산 갈때도 서부터미널을 이용한다기 보단 도마동 간이 정류장을 이용하는 날이 더 많다보니 정말 잊혀져 가는 곳이네요.. 더군다나 주변상권은 대전 제일(?)의 사창가 골목에다가 모텔등 유흥가를 넘어 퇴페수준으로 다다르다 보니 사람들이 더더욱 발길을 끊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터미널에서 불과 차로 10여분 거리에는 서대전역이 자리잡고 있구요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논산,부여,보령방면인 충남 서남부권역은 도마동 간이정류장에서 또 공주 천안권역은 용두동과 유성간이 터미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보니 아무래도 서부터미널은 차고지정도로만 인식이 되는건 아닌가 싶네요.. 도마동지역이나 유성지역의 생활권역의 인구가 자기권역에도 버스들이 정차를 하는데궂이 터미널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지니까요.. 저의 짧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서부터미널을 기점으로 운행하는 노선들은 유난히 간이터미널이 한두군데 정도 꼭 거쳐가네요 ㅋ 충남 서남부권은 도마동 간이터미널, 유성 천안권역은 용두동간이정류장과 유성터미널 그 간이정류장의 존재도
어쩌면 서부터미널의 몰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제가 생활하는 생활권역인데도 저희 동네분들도 저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는 형국이니 맥심엄님께서 말씀하신 제목이 정말 딱 맞는거 같습니다.. 계륵처럼 잊혀져간다라는... 아니 어쩌면 잊혀진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터미널 인근지역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버렸으니 그 많던 사창가지역도 언젠간 없어질꺼구 물론 지금도 단속때문에 거이 문닫고 암흑도시로 변해가는지역이지만요..(정말 그동네 날만 어두워지면 지나다니기 무서울 정도지요). 몇년뒤 재개발되고 난후 운명이 어찌될지는 모르죠..암튼 글 잘보고 갑니다.
터미널을 방문할 때엔 하천변을 따라갔기에 주변엔 그저 일반 주택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유흥가와 사창가도 상당한 동네였군요. -_-;; 주변 주민들마저 외면할 정도로 지지기반이 상당히 무너진 현실이 꽤나 씁쓸합니다..
몇년전 대천가는 막차 타려고 들렸던 게 마지막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을씨년스러운건 똑같네요. 앞으로도 똑같겠죠 뭐. 당시 탔던 차가 금남 BH113 이었습니다.
금남 BH113이라... 대천 구터미널을 이용하셨다면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겠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