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도 부산이 야구로 떠들썩하다. 야구에 살고 죽는다는 소위 야생야사(野生野死)의 도시이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을 앞두고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요즘에는 경기 중반에 1~2점 뒤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롯데는 삼성과 사직 3차전에서 0-5의 열세를 뒤집는 역전승으로 팀 역대 최다인 10연승에 성공했다. 특히 8회말 이대호와 가르시아 등 중심타선이 폭발했고, 새로 온 마무리 데이비드 코르테스는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하며 롯데의 고질병이었던 뒷문을 한 순간에 강점으로 만들었다. 코르테스와 같은 멕시코 출신인 가르시아는 "코르테스가 우리 팀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태줘 더욱 기쁘다"며 남다른 동료애를 과시했다. 롯데 투타의 '멕시코 듀오'가 '가을야구'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10연승의 새역사를 쓴 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롯데 자이언츠"라며 4강행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롯데'의 선전에 열광하는 부산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사직구장을 떠날 줄 모르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만끽했다. 부산의 8월 마지막 밤은 축제였다.
◇10연승 환희의 부산
롯데의 재상승세는 7월말 올림픽 휴식기를 앞두고 태동됐다. 부진에 빠져 있던 이대호가 부활하면서 전체적인 타선의 집중력이 좋아졌고, 마운드에서는 좌완 강영식의 분전으로 불안한 불펜진이 안정을 되찾았다. 올림픽 휴식기 이후에도 롯데의 페이스는 꺾일 줄 몰랐다. 한화와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더니 홈에서 열린 삼성과 3연전에서도 모두 주머니에 담았다. 롯데와 만나기 전 8연승을 달리던 삼성도 롯데의 상승세에는 맥을 못췄다. 올림픽 야구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데다 홈팀 롯데의 연승가도가 이어지면서 부산에는 야구 열기가 전염되고 있다. 롯데 손광민은 "모교인 양정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님과 며칠 전 통화를 했는데 요즘 야구부에 지원하는 어린이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이게 다 롯데가 올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뿌듯해 했다.
◇만원 관중의 열기
30일에 이어 31일에도 사직구장에 만원관중이 들어찼다. 전반기에도 여러차례 만원을 기록했지만 올림픽 휴식기 이후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롯데 팬들이 꿈에도 그리던 '가을 야구'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사직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대단하고(tremendous),놀랍다(amazing)"고 입을 열며 "원래도 야구열기가 뜨겁다고 들었는데 예년보다 더 많은 팬들이 사직구장을 찾아주고 있다니 감독으로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롯데의 정보명은 "관중들의 응원에 힘이 나고 즐겁다"며 웃었다.
◇사직 원정팀들은 괴로워
사직구장의 만원 관중은 롯데에 큰 힘이 되지만 원정팀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삼성의 한대화 수석코치는 "야구를 이렇게 사랑해 주는 팬들을 보니 야구인으로서 고맙고 롯데에게는 부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 코치는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은 만원 관중들 앞에서 들뜨고, 자기 페이스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직구장 분위기에 적응이 돼 있는 롯데 선수들에 비해 아무래도 불리하다는 것이다.
롯데 선수들 역시 아직 홈승률이 4할7푼 언저리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의 상승세를 통해 홈에서도 야구를 즐기며 이겨가는 법을 터득해가는 분위기다. 롯데의 '가을잔치' 행은 더이상 꿈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