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것처럼
송 윤 한
(공인회계사/인제대 겸임교수)
.....구멍 난 가슴에 /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 잡아보려 해도 /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 아플 거 같진 않아......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인기 가수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의 일부이다.
필자에게 2009년 2월에 이 노래가 다시금 다가온다. “총 맞은 것처럼”은 실연한 연인의 슬픔을 노래한 것인데 무슨 연관이 있냐고 물을 수 있다. 나이 사십 중반에 무슨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필자와 같은 기업 경영에 관한 진단과 분석을 하는 공인회계사들은 지금 2008년도 기업체결산을 앞두고 정말 고민이 이만 저만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 경제가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기업이 잘되고 해야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기업과 함께 일하며 먹고 사는 외주업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기업의 이윤을 통해 세금을 받는 국가 등등이 잘 된다. 정말 기업이 잘되어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10년 전의 무시무시한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어제까지 잘 나가던 친구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는가 하면, 부산에서 큰 사업으로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기업이 부도를 내는가 하면, 많은 노동자가 실직을 하고 자살하는 등 우리의 가슴을 섬뜩하게 하는 일들이 발생했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급격히 영미식 자본주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로 빠져들었다.
더 이상 한국은 온정적 자본주의가 사라졌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IMF는 우리에게 고금리와 시장 개방을 강요했다. 각종 기업이 외국 자본에 팔리고 나서야 우리는 그 무시무시한 IMF관리체제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 우리에게 남겨진 상처는 너무나 컸다. 빈부격차의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수도권의 팽창, 공교육과 사교육의 불균등 심화 등... 한마디로 돈에 대한 영향력이 우리를 더욱 더 지배하기 시작했다.
다시 우리 김해를 보자. 대부분이 2차, 3차 하도급을 통해 사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 김해 중소기업은 그 수익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올 3월에는 많은 김해 중소기업이 조업 단축 내지 중단을 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돈다. 인근 창원이나 양산과는 달리 우리 김해는 대기업 보다는 중기업이 아닌 소기업이 태반을 차지한다.
그곳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정상근무를 하지 못하고 그 배우자가 비정규직 부수입으로 생활하는 형편에 자녀의 공부는 고사하고 생활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더 “총 맞은 것처럼” 노래를 좋아한다.
가사 마디와 마디를 잇는 가수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결코 멈출 수 없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느껴진다. 총 맞은 그 순간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떠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이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구멍 난 가슴을 가득 메워 아프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절박한 순간에 떠 올리는 사랑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진리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지금 미국발 경제위기라는 총을 맞은 것이다. 지난 IMF때의 슬픈 경험을 거울삼아 이 순간 우리는 무작정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족,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그들에게 진정한 배려와 사랑을 쏟자. 그러면 그 사랑으로 우리의 아픔은 어느 듯 사라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구멍난 가슴에 /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 잡아보려해도 / 가슴을 막아도 /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 아플거 같진 않아.....
첫댓글 송교수 잘계시나?
단지유행가 가사처럼만 느껴섰는데~~이렇게 경제와 연관을지으니..총맞은 것처럼.ㅋㅋㅋ
방갑습니다. 가슴에 와닫는 글 잘읽고 갑니다.
이시대에 살고 있는 국민들 대다수가 총맞은 가슴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서로 상처를 치유해주는 맘으로 욜씨미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