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연구실 새책모둠에서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우선 그림책, 동화, 청소년문학 갈래의 책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점차 지식 갈래 책까지 확대해 갈 것입니다. 우리 회에서 <새로 나온 책>을 싣는 것은 상업 출판이 횡행하는 시대에 어린이 책 독자들에게 좋은 책 정보를 주고, 나아가 우리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함입니다.
달마다 소개하는 책 가운데서 널리 읽혔으면 하는 책은 표지 그림과 함께 서평을 싣습니다. 그 밖엔 서지사항만 소개합니다. 이 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모두 12종입니다. 새책모둠에서 11월 말까지 출판된 책을 평가한 결과를 모은 것입니다. 의견을 조정하느라 이번 달에 소개하지 못하는 책도 있습니다.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
박재철 글·그림|천둥거인|2009.11.26|36쪽|9800원|그림책ㆍ옛이야기|유아(4-7세)
눈물바다
서현 글ㆍ그림|사계절|2009.11.2|48쪽|9800원|그림책|초등 중
귀신 잡는 방구 탐정
고재현 글|조경규 그림|창비|2009.9.8|236쪽|9000원|우리창작|초등 고
날 좀 내버려 둬
박현경 외 글|푸른책들|2009.11.30|192쪽|9500원|우리창작|초등 고
안녕, 사바나
명창순 글|푸른책들|2009.10.5|144쪽|9000원|우리창작|초등 고
라모나는 아빠를 사랑해
비벌리 클리어리 글|크레이시 도크레이 그림|김난령 옮김|열린어린이|2009.10.15|184쪽|9500원|외국창작|초등 중
손 안의 참새 지붕 위의 비둘기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김경연 옮김|풀빛|2009.9.22|144쪽|8500원|외국창작|초등 고
정어리 같은 내 인생
샤론 크리치 글·그림|김영진 옮김|비룡소|2009.8.25|268쪽|8500원|외국창작|초등 고
빠듯한 가정 형편에 네 남매 중 둘째인 열두 살 레오는 자신이 염소 떼의 염소처럼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 느끼며, 변화를 기대하나 변화가 두렵다. 레오는 몰래 아빠의 ‘열세 살 자서전’을 읽고, 자기가 맡은 연극의 배역을 생각하는 동안 식구들의 행복과 불행을 새롭게 발견하고, 결국 자신이 주역이 되는 인생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연다.
열두 살은, 본인에게나 주변 사람에게나 특별한 때로 여겨지는 수가 많고, 레오에게 붙여진 ‘몽상가’란 별명도 어딘지 특별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작품의 매력은 레오가 ‘특별한’ 자기 속에 틀어박히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를 비춰 보며 평범한 삶에 깃든 진실을 발견한다는 데 있다.
식구들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레오는 왜 행복하던 사람들이 불행해졌을까 의아해진다. 왜 겁 많던 남동생은 마냥 거친 운동광이 되었고, 다정하던 누나는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는 변덕쟁이가 된 걸까. 왜 아빠는 열세 살 때 꿈꾸던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고 그냥 아빠가 되었을까. 왜 친구 루비와 할머니는 동생과 자식을 잃은 과거의 아픔을 묻어 두려고만 할까. 인생에도 대본이 있다면 실패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나쁜 대본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물음과 씨름하며, 인생은 함정이 많지만 행복을 발견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과정을 조금도 허황하지 않게 그렸다.
작품은 극적인 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자잘한 일상을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펼쳐가며, 간간이 웃음이 터질 만큼 경쾌하다. 레오와 아빠의 꿈을 잇는 소재이자, 인생의 비유이기도 한 연극의 대본이 작품 끝에 실려 있다.
꼰끌라베
오진원 글|양경희 그림|문학과지성사|2009.10.9|495쪽|1만3000원|청소년문학|청소년
리디아는 동생과 함께 삼촌과 숙모가 사는 바닷가 여관으로 가게 된다. 아빠가 죽고, 엄마는 일을 해야 해서 남매를 돌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거인증을 앓고 있는 숙모는 남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마다 심하게 리디아를 괴롭히며 온갖 일을 시킨다. 리디아의 동생 다니엘은 아주 어릴 때 겪은 큰 충격으로 그 날부터 기억을 하지 못 한다. 늘 해맑게 웃으며 지내는 다니엘은 자신의 본능대로 움직인다. 리디아는 동생이 왜 기억을 못 하는지 궁금해 하고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동생의 기억을 찾아주고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다짐한다.
숙모의 모진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리디아는 동생과 함께 자신들의 할아버지가 가려고 했던 ‘꼰끌라베’에 가려고 한다. 그 곳은 기억의 세계이고, 동생의 기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꼰끌라베에 가기 위해 고양이 디나와 몸의 반은 하얗고 반은 검은 플라쉬밍이 함께 한다.
꼰끌라베에는 기억을 수집하는 황금발톱이 물어다 놓은 중요한 기억들이 있다. 그 기억들은 기억의 세계를 지탱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된다. 꼰끌라베에 갇힌 기억들은 인간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억이다. 리디아와 일행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문지기들을 물리치고 열쇠를 얻어 죽음을 무릅쓰고 꼰끌라베로 간다.
리디아는 디나와 플라쉬밍을 의심하지만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면서 믿음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꼰끌라베에서 리디아는 너무나 두렵고 무서워서 스스로 잊어버렸던 자신의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용기를 내어 과거의 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새로운 삶을 찾는다.
판타지 세계가 잘 그려져 있어 눈에 보이는 듯하고, 리디아가 겪는 험난한 여정이 긴장감을 준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박선희 글|비룡소|2009.11.1|242쪽|1만원|청소년문학|청소년
강호는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불안정한 가정을 뛰쳐나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도윤은 외고에 진학을 했다가 한 학기만에 강호가 다니고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강호와 도윤은 한 때 친구였으나 도윤의 엄마로부터 상처를 받은 강호는 도윤을 왕따 시킨다. 도윤은 강호가 왜 자신을 왕따 시켰을까 늘 궁금하다. 자신에게 왜 그랬느냐고 묻는 도윤에게 강호는 도윤이 ‘자신과 다른 부류의 인간’이기 때문이라 대답 한다. 도윤은 강호를 따라갔던 클럽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유를 느끼고 어느 순간 자신도 그들처럼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강호는 현실의 고달픔 속에서도 어떻게든 학교는 마치고 싶어 한다. 강호가 ‘파랑 치타’라는 오토바이를 탈 때 보면 자신과의 그 약속은 굳건해 보인다. 클럽을 다녀 온 후 도윤은 엄마의 눈을 피해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하고 이세욱 선생님은 강호가 중학교 때까지 밴드부 생활을 했던 것을 알고 자신의 악기를 강호가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뒤 밴드부를 결성하려고 하지만 도윤 엄마의 반대로 실패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이들은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악기 연습을 했다. 그리고 정식 무대는 아니지만 클럽 오프닝 무대에서 연주한다.
가출 소년 강호와 엄마의 지나친 간섭 속에 사는 도윤이의 이야기는 어쩌면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강호와 도윤이 음악을 중심에 두고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과 잃었던 우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아주 치밀하게 짜여있다. 강호가 머무는 공간은 자칫 사회적 편견이 얼마든지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주유소에 머무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하여 주유소가 가출한 불량한 아이들의 집합소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호나 도윤을 작가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다. 작가는 강호나 도윤을 그가 가지고 있는 배경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같은 또래로, 같은 인간으로 놓고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가출 청소년인 강호와 작은 반란을 일으키는 도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강호의 현실적인 어려움, 도윤과 엄마와 갈등은 여전하지만 강호와 도윤이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서쪽 마녀가 죽었다
나시키 가호 글|김미란 옮김|비룡소|2000.9.25|164쪽|8000원|청소년문학|청소년
시타델의 소년
제임스 램지 울만 글|김민석 옮김|양철북|2009.10.29|328쪽|9500원|청소년문학|청소년
루디의 아버지는 알프스의 산을 오르는 산악 가이드였다. 아버지는 어느 날 시타델 산을 오르던 중 고용인을 보호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 뒤 시타델은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저주의 산으로 불린다. 어머니는 산에서 남편을 잃은 기억 때문에 루디 또한 잃게 될까 두려워 산에는 근접도 못하게 하고 호텔 접시닦이로 일하게 한다. 그러나 루디의 마음은 온통 시타델을 향하고 어쩔 수 없는 루디의 본성은 시타델 등반을 감행한다. 루디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부상당한 이웃 마을 산악인 삭소를 위해 정상 정복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산을 내려온다. 그렇지만 산 정상에는 루디의 빨간 깃발이 꽂혀있고 마을은 시타델을 처음 정복한 루디를 위한 파티가 열린다.
이야기의 배경은 1800년대이다. 당시는 등반 상황이 열악하던 때로 등반하는 데 필요한 장비도 허술했고 등산객의 안전이 오로지 가이드의 손에 달려 있던 때다. 가파른 수직의 절벽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눈사태,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루디와 함께 시타델을 오르게 한다. 루디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에 이끌려 산을 오르게 되지만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루디의 내면은 정상과 가까워질수록 더 단단해 진다. 루디의 삼촌 프란츠와 산악인 윈터가 루디의 빨간 셔츠(루디 아버지가 시타델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 입었던 옷)와 루디의 지팡이를 정상에 꽂고 정상 정복의 영광을 루디에게 돌리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열정과 정상에 오를수록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짐을 보여준다. 또한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 한 인간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