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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년 전 그 시절엔…
5~6일 청주성탈환축제
2009년 09월 03일 (목) 20:10:35 조아라 archo@dynews.co.kr
417년 전, 임진왜란 당시 육상에서 거둔 최초의 승리인 청주성탈환 전투를 기념하는 ‘2009 청주성탈환축제’가 5~6일 청주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사)청주민예총이 주최하고 청주성탈환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임진왜란 최초의 육전 승리인 청주성 탈환 전투에서 보여준 의병, 승병들의 기백을 되살리고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다.
지난해 문화의달 행사 때 80여년 만에 재현돼 각광을 받았던 청주큰줄댕기기 행사가 열려 눈길을 모은다. 일제에 의해 사라진 청주큰줄댕기기의 맥을 이어 청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한다.
첫날인 5일에는 오후 1시 20분 중앙공원에서 식전 공연으로 창작마당극 ‘달뫼’가 선보인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청주성을 장악한 일본군에 맞서 조헌과 영규대사가 이끄는 의병과 승병 1700여명이 펼친 치열한 전투와 청주성 탈환이 마당극으로 펼쳐진다. 오후 2시에는 공원 야외무대에서 타악그룹 비트서클 공연 후 개막식이 열린다. 오후 3시 청주민예총 전통음악위원회, 국악실내악단 신모듬 등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오후 7시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CJB 직지음악회에는 송대관, 조항조, 김수희, 송문선, 마야, 원투, 아웃사이더 등이 출연한다.
둘째날인 6일 오후 2시에는 14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길놀이를 볼 수 있다. 충북대부터 모충교, 상당공원까지 의병이 진군했던 길을 따라가며 풍물놀이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오후 2시 20분 모충동 고개에서 청주성탈환을 재현하는 ‘투석전 : 왜병박터뜨리기’가 진행된다. 왜병을 상징하는 모형박에 모래주머니를 던지며 의병과 왜병의 전투 장면을 재현한다.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상당공원부터 청주대교(사직로)까지 구간에서 청주큰줄댕기기가 펼쳐진다. 암줄(흥덕구)과 수줄(상당구)로 편을 나누어 진행하며 이 구간은 경기시간 동안 전면통제된다.
이외에 부대행사로 뮤직아트 장보러가는 날, 성곽돌기 등이 진행됐으며 청주성탈환 417주년 추모대제가 6일 오전 10시 30분 중앙공원에서 청주청원불교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열린다.
문의=☏043-255-9596.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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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청주의 문화정체성 ‘청주줄댕기기’
김 희 식<흥덕문화의집 관장·시인>
2009년 09월 03일 (목) 20:08:23 동양일보 dynews1991@dynews.co.kr
한 지역에서의 문화의 지층은 많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 지역의 지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역사적 환경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거쳐 이룩된 단단한 바위 같은 것이다. 또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 것은 각 지층 속에서의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 찾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축제는 이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며 지역민을 중심에 놓고 가치를 찾아나갈 때 그 성공여부를 떠나 의미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미 예전부터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지역축제는 그 지역의 정신적 바탕이 되는 신화나 역사적 전통에 바탕을 둔 공동체적 놀이 형태를 띠고 있었고 그들이 살고 있는 터전에 바탕을 둔 지역성이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의 수는 공식적인 것이 1000여개이고 비공식적이고 마을단위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것까지 합치면 무려 5000여개가 넘는다. 실로 축제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축제 방식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의 증대라는 측면과 지역 축제를 통한 관광자원 확보와 지역 이미지 제고라는 긍정적 요인도 있다. 그러나 각 지역의 축제들이 대부분 지역의 정서와 전혀 걸맞지 않는 축제들로 만들어지는 것은 각 지자체장들의 자기 과시용 행사성 위주의 이벤트 행사로 만들어지면서 축제의 본질적인 의미를 왜곡하고 급조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민과 지역의 역사성에 근거를 두지 않은 축제의 양산, 그것은 지역민들의 세금을 축내는 도둑질 행위이며 쓰레기보다 못한 이벤트일 뿐이다.
청주를 대표하는 축제로서 직지축제와 공예비엔날레가 있다. 직지축제는 직지라는 금속활자본의 역사성에 기초를 두고 있고 비엔날레는 지역과는 무관하지만 10여년 계속적으로 해옴으로서 지역의 축제로 자리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축제와는 대별되게 청주줄댕기기 행사는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정체성을 올바로 세우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여러 유의미한 역동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청주에서 행해진 대규모 놀이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화합하고 함께 참여하여 느낄 수 있는 역동적 형태의 행사라는 점과 지역 구성원 상호간의 집단성에 바탕을 둔 대동놀이적 성격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청주성탈환 축제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청주줄댕기기 재연행사는 꽤나 의미 있는 축제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청주줄댕기기는 지역의 역사성에 근거를 두고 민족전통과 결합되어진 형태로 이루어진 축제이면서 미래를 향한 지역 정체성을 표출하는 보기 드문 축제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줄댕기기는 농경사회 속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민속놀이이고 그것이 청주만의 특별한 것은 아니다. 또한 그것이 무형의 유산이기 때문에 그 원형을 확실히 복원해 낼 수 없다. 그러나 청주줄댕기기는 그 의미가 다르다. 1923년 일본인 오쿠마온보(大熊春峰)가 쓴 청주연혁지에 그 제원이나 연희방식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데 그 규모나 연희방식이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의 것이라고 기록되어있다. 1920년 시구개정 낙성 축하연으로 행해진 이 줄댕기기는 매년 정월 보름 무심천 둔치에서 행해지던 것이며 줄꾼이 수천 명에 이르고 줄 길이가 100칸, 굵기는 두 아름이며 무게만도 수천 관에 이를 뿐만 아니라 이 행사에 참여한 관중수가 수만에 이르고 며칠씩 행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줄댕기기가 일제의 관헌에 의해 중단되어 아쉽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청주줄댕기기를 중단된 지 88년 만인 2008년 10월에 문화의 달 행사의 중심행사로 재연하였고 올해 2009년 청주성 탈환 축제의 메인행사로 다시 실시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더 많이 갖고 더 빨리 앞으로 나가야지만 이기는 서로의 경쟁사회이다. 그러나 줄댕기기는 뒤로 많이 물러설수록 이기는 경기이다. 물러섬의 미학이 전제된 관용의 놀이이고 내 것을 내어주는 양보의 철학이 없이는 행해질 수없는 것이다.
이번 청주에서 재연되는 청주줄댕기기 행사가 직지축제나 공예비엔날레와 더불어 지역을 나타내는 진정한 축제로서의 의미를 갖기 바란다. 더불어 민과 관이 협력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청주의 문화정체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를 이번 행사를 통해 만들었으면 한다. 전통의 현대화를 통한 단순 복제의 문화축제가 아닌 나날이 새로워지고 발전하는 문화축제로서의 청주줄댕기기 행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