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만 사망 시에라리온 내전때 ‘무기 구매’ 악용::) ‘영원한 사랑의 상징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그러나 이 반짝 이는 작은 돌 속에 20세기의 가장 끔찍한 역사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 2001년 영국의 국제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 ss)가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아프리카 내전의 실상을 폭로했을 때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피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그 참상의 중심에는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 광맥을 가진 서부 아프 리카의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이 있었다.
186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대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 되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영국과 프랑스 등 당시 점령국들은 근 대적인 채굴법을 내세워 아프리카 곳곳에 대규모 광산을 설립하 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논과 밭에 굴러다니던 반짝이는 돌이 엄 청난 부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이아몬드 채굴에 뛰어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991년에 등장한 반군 혁명연합전선(RUF)은 반군활동 유지를 목 적으로 광산지역을 점령하고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반군 지도부는 7000여명의 소년들을 납치해 이들에게 마약과 무 기를 들려주었고, 10살 남짓의 아이들은 마약에 취한 채 총과 도 끼를 휘둘러 사람들을 무차별 살육했다. 2002년 유엔 평화유지군 의 개입으로 마무리되기까지 무려 370만명이 목숨을 잃고, 600만 명이 난민이 되었으며 사지가 절단된 사람도 4000명에 달한다.
다이아몬드를 살육의 도구로 이용한 것은 RUF 뿐이 아니었다. 시 에라리온 내전을 다룬 ‘다이아몬드 잔혹사’를 집필한 그레그 켐벨은 1991년 당시 9·11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가 테러자금 을 위해 시에라리온 등지에서 다이아몬드를 밀수한 증거를 확보 하고 이를 폭로했다.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비극이 소개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다이아몬드=영원한 사랑’이라는 신화를 퍼뜨린 다이아몬드 회 사들이었다. 특히 한때 전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85%를 독점했 던 드비어스(Debeers)는 싼 값으로 다이아몬드를 사기 위해 이런 살육과 테러를 방조, 이용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위기에 빠 졌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클린다이아몬드 운동’이다. 다이아몬드 회사들은 국제적인 비난에 맞서기 위해 자체 감사기구를 구성하 고 모든 다이아몬드에 ‘미분쟁원산지증명’을 부착하는 킴벌리 회합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다 이아몬드 밀거래가 계속되고 있으며 수십만명의 광산 노동자들이 하루에 1000리온(약 350원)의 값싼 임금을 받으며 매일 10시간 씩 다이아몬드를 캐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결국 다이아몬드에 인류가 부여한 헛된 환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드비어스의 그 유 명한 광고문구처럼 ‘다이아몬드의 비극은 영원히’ 계속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