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작은 마당에 그나마 억샌 줄잔디만 깔려있어 삭막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온갖 건축 폐자재나 작은 돌들로 채워져 있어 거칠고 메마르기 짝이 없는지라
여기저기서 옮겨온 나무들과 야생화들로 조금씩 공간을 메우고 있다.

테라스 아래엔 오세영화백 집에서 옮겨온 노란 민들레와 하얀 민들레가
막 피어나기 시작한 연산홍들과 원색의 배색을 펼치려 하고 있다.

퇴직하신 손양언교수님께서 지난 이른 봄에 전화주셔서 송탄 댁에 찾아가
측백나무 두 그루와 라일락 두 그루를 얻어다 심었는데 라일락이 문득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보랏빛 향기가 호숫가를 넘실대는 듯 하다.

우물가엔 홍매화 한그루 작고 여린 분홍빛 꽃을 솜털처럼 달고 나와있는데
앵두나무인 줄 알고 심었었다.
나무와 꽃에 대해 이다지도 무지하다.

마당이 스산하여 이런저런 야생화들을 옆집에서 선물하기도 하고 산이나 들에서 옮겨 심었는데
제법 꽃을 피우고 어울리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얻어온 자란 네 그루, 옆집 할머님이 몸소 가져다 주신 금낭화와 매발톱 각 한 그루,
대부께서 사 주신 빨간 장미 한 그루, 오화백집에서 온 수선화 다섯그루,
엘리자벹이 빈집에 찾아와 심어주고간 옥잠화 한 그루와 둥굴레 한 그루, 할미꽃 한 그루
그리고 원추리 두 그루와 와 이름모를 야생화 몇 그루가 그것이다.
양 옆으로 직장인반 1기 학생들의 작품인 지구본 화본이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