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지금의 평가에 반영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많은 업적(?) 중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사운드의 풍부함이 있다.
넥스트 2집부터 그의 사운드는 항상 다양하고, 다채로왔으며,
하이 퀄리티를 자랑했다.
물론 World 앨범에서의 (거의 고의적이라 보여지는)
사운드의 과잉이라는 실기도 있긴 했으나, 그의 사운드적인
풍요로움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있어 최초이자 최고가 아닐까 한다.
갠적으로 신해철과 비교되는 S모군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암튼 그 친구와 사운드만 비교해 보더라도, 그 평면적인
사운드의 아쉬움과 비교가 많이 된달까...
가사의 변화가 재밌다.
그의 가사는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현학적이지도 자기과시적이지도 않으면서 한국어의 그윽함과
매끄러움을 한껏 자랑하면서도 품위있게 메시지를 담아내곤 했었다.
허나 이번엔 아니다.
단순히 욕설이 난무하고, 거친 표현이 쏟아진다는 점을 떠나
휘갈겨 쓴 듯 생경하고 서툴다. 분명히 고의적이다.
CD1을 컨셉트 앨범으로 CD2를 그외에 싣고 싶었던 곡을 싣는
형식으로 다소 파격적인 구성을 보이고 있는데,
그는 단단히 맘 먹고, 정치적인 소리를 높이기로 한 듯 하다.
지독하게 감정적인 메세지들이 여과없이 쏟아져 내린다.
긴 가뭄 끝의 시원한 장대비 마냥...
웃기는 건 그 와중에서도 라임을 맞추려고 꽤나 애 쓴 흔적들이다.
우리 귀에 잘 붙는 80년대의 리프가 난무하는 곡들부터 신해철식
발라드, 신해철식 드라마틱 메틀곡, 하드코어 분위기의 리프들,
랩까지 여전히 다양하고 자신감 넘치는 곡들이 가득하다.
발전이 없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도 Devil Doll의 앨범들을 들으면서 다 똑같쟎아~라고
불평하지는 않는다.
그는 여전히 최고다.
(나중에 더 천천히 들어보고 더 쓰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더 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