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신학은 어떻게 다른가? 그 둘은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가? 우선 신앙(信仰)과 신학(神學)이라는 한자 표기에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신앙은 ‘믿고’[信] ‘우러르다’ 혹은 ‘따른다’[仰]는 의미를 가진 두 글자로 이루어졌고, 신학은 ‘하나님’[神]에 관해 ‘배운다’[學]는 의미를 가진 두 글자의 합성어다. 이것을 종합하면, 어떤 대상을 믿고 따르는 것이 신앙이고, 그 대상인 하나님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이 신학이다.
신앙과 신학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신앙의 정체성을 세워나가는 첫걸음이다. 신앙은 신학의 내용을 채워주고 신학은 신앙의 형식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신앙은 1차 체험이고 신학은 2차 체험이다. 2차 체험은 1차 체험이라는 자료에 의존되어 있기 때문에, 신학은 신앙의 내용을 설명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신학이 신앙을 통제하는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그 순서가 뒤바뀌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신앙을 체계화하기 위해 탄생한 신학이 신앙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면 불행하게도 신앙은 신학에 종속되기 시작한다. 그 결과 특정 신학의 프레임 안에서만 신앙의 경험이 허용되는 신앙검열이 이루어진다. 주객이 전도된 이런 상황은 종종 그리스도인의 주체적 신앙이 제한받고 억압당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