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구이십니까?(요19: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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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쓰신 사람들에 대한 기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로버트 맥체인(Robert M. Mccheyen)은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소유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칭찬듣기를 좋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칭찬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칭찬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쾌락을 사랑하지 말고 경건을 추구하라고 했습니다. 쾌락은 끝도 없고, 족함도 없고,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든 늪과 같습니다.

쾌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한 가지라면 경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열 가지 이상입니다. 그래서 그는 쾌락보다는 경건을 추구하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탐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하라고 했습니다. 영혼의 양식인 말씀이, 육신을 위한 양식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맥체인은 이렇게 거룩하게 준비된 사람이 하나님께 쓰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주장이 다분히 인위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사용하심에 있어서, 꼭 "이것이다"라고 정해진 원칙을 갖고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람이 갖춘 조건이나 환경보다는, 그가 당신의 뜻을 얼마나 이룰 수 있는지의 여부에 더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뜻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남녀노소와 빈부귀천, 심지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믿음의 여부까지도 떠나 모두 다 사용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예레미야를 통해 남 유다의 장래에 대해 "이 온 땅이 황폐하여 놀램이 될 것이며 이 나라들은 칠십년 동안 바벨론 왕을 섬기리라"(렘25:11)고 예언하셨습니다.

남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을 당하고 70년간 포로 생활을 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바벨론에서 칠십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권고하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실행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렘29:10), "....내가 너희에게 만나지겠고 너희를 포로 된 중에서 다시 돌아오게 하되 내가 쫓아 보내었던 열방과 모든 곳에서 모아 사로잡혀 떠나게 하던 본 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렘29:15a)고 예언하셨습니다.

70년 동안의 포로 생활이 끝나면 다시 예루살렘 본토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스1:1a절은 "바사 왕 고레스 원년에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을 응하게 하시려고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 예언하셨던 내용을 이루시기 위해서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바사 왕이 믿음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합니다. 그는 하나님과 상관없는 이방인이었습니다. 당연히 우상 숭배자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역 성경이 "주상"으로 해석하고 있는 오벨리스크(obelisk), 곧 태양신 숭배의 상징인 방첨탑(方尖塔)이 바벨론 종교의 상징인 것을 보면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니엘이 제물로 바쳐진 왕의 진미를 거절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레스는 그 태양신을 숭배하는 바사의 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놀랍게도 바로 그런 그의 마음을 감동시키셨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셨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가진 조건과는 상관없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당신의 도구로 쓰십니다.

그래서 헨리 나우엔은 "하나님께서는 별 볼 일없는 사람일지라도 아주 특별하게 (고쳐서) 쓰신다. 이것이 그분의 할 일 이시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과연 하나님의 많은 뜻 가운데 어떤 뜻을 이루어 드리는 도구로 쓰임 받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잠14:1절은 "무릇 지혜로운 여인은 그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그것을 허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세상에는 세우자가 있는가 하면 허무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장래는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새날, 새해, 새로운 기회인 2008년을 허락받은 저와 여러분은 하나님의 어떤 뜻을 이루어 드리는 도구로 쓰임 받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에는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은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 성경의 예언대로 자신의 생명을 버리신 날은 예비일, 곧 안식을 준비하는 금요일이었습니다. 31a절입니다.

"이 날은 예비일이라"

로마 정부는 십자가에 못 박힌 죄인들이 죽을 때까지 십자가에 매달아 둠으로 새들의 밥이 되게 하였습니다.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로 하여금 감히 죄를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경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명절을 앞둔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로마인들의 관습은 대단한 골칫거리였습니다. 모세의 율법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땅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은 시체를 당일에 끌어내려 장사지내라"(신21:22-23)고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날은, 해가 떨어지기만 하면 안식일이 시작되는 예비일 이었습니다. 그것도 유대인들이 가장 큰 명절로 여기는 유월절 절기가 시작되는 안식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시체를 십자가에 매달아 둔 채 가장 거룩한 절기를 맞을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빌라도 총독에게 죄인들이 빨리 죽을 수 있도록 다리를 꺾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31b-33절입니다.

"유대인들은 그 안식일이 큰 날이므로 그 안식일에 시체들을 십자가에 두지 아니하려 하여 빌라도에게 그들의 다리를 꺾어 시체를 치워 달라 하니 군병들이 가서 예수와 함께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그 다른 사람의 다리를 꺾고 예수께 이르러는 이미 죽은 것을 보고 다리를 꺾지 아니하고"

당시 십자가에 매달린 죄인들의 발밑에는 일종의 발판이 놓여 있었습니다. 몸이 아래로 쳐질 때 양팔과 가슴으로 밀려오는 압력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발을 발판에 디딜 수 없도록 다리를 꺾어버리면 몸은 아래로 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가슴으로 강력한 압박이 가해졌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십자가에 달린 채 삼일에서 일주일까지도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죄인들은 순식간에 질식해 죽고 말았습니다. 특히 죄인들의 다리를 꺾을 때 사용된 도구는 무지막지한 쇠망치 또는 몽둥이였습니다.

그리고 그것들로 내려칠 때 받게 되는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죽음을 재촉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시신으로 인해 자기 땅이 더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유대인들은, 그 무지막지한 쇠망치로 몽둥이질을 해서라도 주님의 죽음을 재촉해 달라는 지독하게도 비인간적인 요구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간절히 거룩하게 지키려고 했던 땅은, 이미 이기적인 그들이 저지른 온갖 부정과 불의로 인해 더렵혀질 대로 더렵혀져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땅은 더럽고 부정한 것만 치운다고 해서 거룩해 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자리의 주인이 누구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시내산에서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께서는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3:5b)고 명령하셨습니다. 또 여리고 성 전투를 앞두고 있었던 여호수아에게도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수5:15b)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을 벗는 것은 자신이 종임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가진 생각과 경험과 지식 등 모든 조건 내려놓고 주인의 명령에 철저히 순종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 철저히 순종하는 사람들이 선 자리는 거룩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영광 중에 함께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하나님의 뜻을 떠나 있었던 종교 지도자들은 그때까지 누리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서로 반목하던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뜻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가장 거룩하다고 자처하던 그들은 또 당시 가장 세속적이었던 헤롯당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탁된 그들은 아무런 죄도 없는 주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모함했습니다. 사람들을 선동했습니다. 그 결과 주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땅이 더러워진 이유는 그들의 불의와 불법 때문이지, 주님의 시신 때문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유지라는 자기 정욕에 빠져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분별하지 못했던 그들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주님의 시신을 치워야만 자기들의 땅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닙니다. 마음입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탐욕과 불순종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 있는 땅은 거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 가득 하나님을 모신 사람들이 서 있는 자리는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거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저와 여러분의 마음은 무엇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까? 하나님입니까? 아니면 썩어 없어질 불의와 탐욕입니까? 저와 여러분이 선 자리는 어떠합니까? 거룩합니까? 하나님께서 영광 중에 함께하실 수 있는 자리입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 가득 채우심으로, 자신이 선 자리가 어디이든 그곳을 거룩하게 만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요구대로 죄인들의 다리를 꺾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군병들은 먼저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의 다리를 꺾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다리뼈가 으스러진 두 강도는 이내 질식해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돌아가신 주님의 다리는 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옆에 있던 한 병사가 주님께서 정말로 돌아가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34-35절입니다.

"그 중 한 군병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 이를 본 자가 증거 하였으니 그 증거가 참이라 저가 자기의 말하는 것이 참인 줄 알고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니라"

창에 찔린 주님의 옆구리에서는 물이 피와 함께 흘러나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의학박사인 William Stroud는 이 현상을 "심장의 파열은 엄청난 정신적 고뇌로 인해 일어난다. 심장이 파열하면 즉시 사망이 찾아온다. 그리고 심낭에는 심장을 돌던 피가 터져 들어간다. 이러한 파열 현상이 일어나면, 혈액이 분리되어 물과 피로 나뉘어 진다. 이 경우에 심낭이 팽창하여 혈청이 물과 피로 분리된 채로 가득 차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예수께서 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27:46b)라고 통곡하시며 운명하셨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 있어서 십자가의 죽음은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셨던 아버지 하나님과의 단절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비록 잠시 동안일지라도 예수께는 죽음보다 견디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과 절망이었습니다. 사실 예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의 배신을 묵묵히 견디셨습니다. 로마 군사들의 가혹한 채찍질과 조롱까지도 고스란히 견뎌 내셨습니다.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들에게 보복하지 않으셨고, 손목에 대못이 박히는 순간에도 소리 지르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리시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으셨습니다. 영원 전부터 하나이셨던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처참하게 둘로 갈라지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피하신다면, 견뎌내지 않으신다면 인류 구원이라는 아버지 하나님의 뜻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는 전혀 상반된 삶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은 이제까지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며 살아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인류 구원을 위해 자신이 고통을 당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아버지 하나님과의 단절을 감수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 순간 거룩하신 주님의 마음이 산산이 깨졌습니다. 찢어졌습니다. 바싹 마른 주님의 입술을 타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27:46b)라는 피맺힌 절규가 터져 나왔습니다. 바로 그때 주님의 심장이 파열되었습니다.

물과 피가 분리되었습니다. 그렇게 분리된 물과 피는 심낭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옆구리를 관통(貫通)한 병사의 창이 심장에 꽂히자 물과 피가 함께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이는 물과 피로 임하신 자니 곧 예수 그리스도시라 물로만 아니요 물과 피로 임하셨고"(요일5:6)라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티끌보다 못한 저와 여러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아버지 하나님과 단절되는 아픔을 당하기로 결정하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저와 여러분은 그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무엇을 선택하며 살고 있습니까? 주님을 위해서라면 마음이 찢어지고, 깨지는 아픔까지라도 선택할 수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거룩한 피 값으로 사신 교회, 하나님께서 친히 담장처럼 두르고 계신 교회, 눈동자처럼 귀하게 여기시는 교회를 위하여 얼마만큼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고 계십니까? 마음을 얼마나 아버지 하나님께 드리고 있습니까? 요한이 현장의 상황을 이렇게 자세히 기록한 이유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믿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견디시면서 까지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는지 밝히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해서 예언된 성경이 일점일획도 틀림없이 정확하게 이루어졌음을 증거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36-37절입니다.

"이 일이 이룬 것은 그 뼈가 하나도 꺾이우지 아니하리라 한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함이라 또 다른 성경에 저희가 그 찌른 자를 보리라 하였느니라"

세례요한은 자신에게 나아오시는 주님을 보고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요1:29b)이라고 외쳤습니다. 예수께서 유월절 어린양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출12:46절은 "한 집에서 먹되 그 고기를 조금도 집밖으로 내지 말고 뼈도 꺾지 말지며"라고 말씀했습니다. 또 민9:12절은 "아침까지 그것을 조금도 남겨 두지 말며 그 뼈를 하나도 꺾지 말아서 유월절 모든 율례대로 지킬 것이니라"고 말씀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은 "그 모든 뼈를 보호하심이여 그 중에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도다"(시34:20)라고 고백했습니다.

유월절 희생제물을 바칠 때는 절대로 뼈를 꺾거나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유월절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않도록 보호하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않은 것은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슥12:10a절은 "내가 다윗의 집과 예루살렘 거민에게 은총과 간구 하는 심령을 부어 주리니 그들이 그 찌른 바 그를 바라보고"라고 말씀합니다. 스가랴 선지자 역시 이미 오래 전에 예수께서 병사의 창에 찔리는 수난을 당하실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입니다.

특히 37절의 "찌른"에 해당하는 헬라어 "엑켄테오"(ekkenteh'o)입니다. 이는 성경에 단 두 번만 사용되는 특수한 단어로 "찔러 꿰뚫다, 파서 뚫다, 관통하다"는 뜻입니다. 찔러도 그냥 찌른 것이 아니라, 옆구리는 물론 심장까지 관통할 정도로 깊이 꿰뚫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병사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현듯 예수께서 정말 죽었는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한번 주님의 옆구리를 찔러봤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심장까지 관통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창을 찌른 병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병사의 행동이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상관없이 그것으로 인해 주님께서 창에 찔릴 것이라는 성경의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유대인의 압력에 못 이겨 죄 없는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내어준 빌라도는 불신자였습니다. 주님을 채찍질하고 능욕한 군사들이나,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대가로 주님의 유품을 나눠 갖기 위해 제비뽑기를 한 군사들 역시 불신자들이었습니다. 갑자기 끔찍한 몽둥이질을 멈춘 군사와 느닷없이 창으로 찌른 군사도 하나님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한결 같이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도구로 쓰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악한 도구로 쓰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 스스로 그것을 선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기도를 마치신 예수께서는 당신을 잡으러 오는 무리들과 마주칠 수 있는 장소까지 스스로 걸어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마주치자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들이 "나사렛 예수를 찾는다."고 대답하자 "내가 바로 나사렛 예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도 요한은 바로 그때의 상황을 "예수께서 저희에게 내로라 하실 때에 저희가 물러가서 땅에 엎드러지는지라"(요18:6)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예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자, 주님을 잡으러 왔던 모든 사람들이 땅에 고꾸라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왜요? 예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는 순간 만 왕의 왕이신 하나님으로서의 권능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리에 있던 가룟 유다에게는 마지막으로 돌아설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당연히 주님을 잡으러 온 사람들에게도 기회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님을 잡아 대제사장인 가야바에게로 끌고 갔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하나님의 권능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들 스스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야바는 당시 실질적인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야바에게 충성하는 것을 선택한 그들은 악한 도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들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38, 41-42절입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예수의 제자나 유대인을 두려워하여 은휘(隱諱)하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더러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38), "예수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있는지라 이 날은 유대인의 예비일이요 또 무덤이 가까운 고로 예수를 거기 두니라"(41-42)

예수께서 마침내 성경의 예언대로 운명하셨을 때, 주님의 친척이나 열 한 제자들 가운데 주님의 시신을 장사지내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끝까지 주님의 임종을 지켜본 요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리마대 요셉이 빌라도를 찾아가 주님의 시체를 가져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마태는 그를 "...아리마대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마27:57)고 소개했습니다. 마가는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와서 당돌히 빌라도에게 들어가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 사람은 존귀한 공회원이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라"(막15:43)고 소개했습니다.

또 누가는 "공회 의원으로 선하고 의로운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저희의 결의와 행사에 가(可)타 하지 아니한 자라] 그는 유대인의 동네 아리마대 사람이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러니"(눅23:50-51)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서북쪽에 위치한 아리마대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최고 의결 기관인 산헤드린 공회의 회원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존경받는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을 죽이려는 산헤드린의 결의에 동의하지 않았었습니다. 공개적으로 주님을 좇지는 않았었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미 마음으로는 주님의 제자였습니다.

또 비록 지방에 거주했지만 예루살렘 근처에 자기 무덤을 소유할 정도로 부자였던 그는 "그 무덤이 악인과 함께 되었으며 그 묘실(墓室)이 부자와 함께 되었도다"(사53:9b)라는 예언의 말씀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27:58a절은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가서"에 해당하는 헬라어 "프로셀코마이"(proser'khomahee)는 그가 미처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급히 달려갔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 막15:43에 소개된 "당돌히"에 해당하는 헬라어 "톨마오"(tolmah'o)는 "극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다, 감정적인 면에서 용기를 내다" 등의 뜻입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지위와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행동했음을 의미합니다. 친척이나 제자가 아니었던 그는 주님과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습니다. 빌라도가 반역죄로 돌아가신 주님의 시신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컸었습니다. 시체를 만지면 부정해 진다는 유대인의 규정에 따라 가장 큰 절기인 유월절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종교지도자인 동료들의 적개심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일은 자신이 반역죄로 죽은 주님의 제자라는 사실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는 주님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 곧 사회적인 지위는 물론 생명까지도 포기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했던 것입니다.

주님을 위해 버림과 고난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행동은 요한복음이 기록될 당시 혹독한 환난과 핍박 속에 살고 있던 로마 성도들이 반드시 가져야할 신앙 자세였습니다. 그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한때 유대인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라는 사실을 은휘 곧 숨겨왔던 그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바른 선택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참으로 용기 있는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쓰임 받은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밤에 주님을 찾아왔던 니고데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39-40절입니다.

"일찍 예수께 밤에 나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근쯤 가지고 온지라 이에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유대인의 장례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쌌더라"

유대인들의 장례법을 따르면 십자가에 처형된 죄인의 시체는 십자가에서 내린 후 물로 깨끗이 씻었습니다. 그리고 방부제를 바르는 애굽이나 로마의 장례법과는 달리, 시체에 향품을 바르고 부드러운 세마포로 단단히 감쌌습니다. 그런데 요셉이 유대인의 장례법에 따라 장례를 준비하고 있을 때, 밤중에 주님을 찾았었던 니고데모가 장례에 필요한 값비싼 향품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요한은 그를 "바리새인 중에 니고데모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유대인의 관원이라"(요3:1)고 소개했습니다. 대단한 종교적인 열심을 가졌던 그는 율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육천 명의 바리새인들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모든 분야에 관련된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산헤드린 공회 회원이었습니다.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지성인인 동시에 부자이기까지 했습니다. 또 예수께서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에게 공격을 받고 계실 때, 위험을 무릎 쓰고 "우리 율법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행한 것을 알기 전에 판결하느냐"(요7:51)고 변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이르러 주님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제자들마저 다 도망가 버린 바로 그 순간, 돌아가신 주님 곁을 지킬 수 있는 강하고 담대한 믿음의 소유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네고데모 역시 죽음과 절망과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극한 상황 속에서, 요셉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주님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바른 선택을 통해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 이재철 목사는 "내게 있는 것"이라는 책을 통해서 한 인간이 마음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 하는 것은 필연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앉다"라는 동사를 사용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는 프랑스어에 의하면 "앉다"는 대명동사로, "자신을 앉히다"라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책을 보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라는 말의 프랑스식 표현은 "나는 책을 보기 위해 나 자신을 책상에 앉혔다"라는 것입니다. 바로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여러 가지 일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하기로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색깔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노아를 비웃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노아와 그의 가족은 살았고, 하나님과 그를 비웃던 세상 모든 사람들은 죽고 말았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선택했고, 롯은 당장은 에덴동산처럼 보이는 소돔과 고모라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만, 롯은 저주받은 민족의 조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빌라도는 아무런 죄도 발견하지 못한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그것은 군병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이 주님을 외면해 버린 결과는 너무도 참혹했습니다. 얼마 후 모함을 받아 총독의 자리에서 쫓겨나듯 물러난 빌라도는 오랫동안 아무런 직책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자살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군사들은 영원히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핍박하고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이라는 저주받은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리마데 요셉과 니고데모는 달랐습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피 땀 흘려 이루어놓은 모든 것과 함께 생명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한 그들은, 당시 핍박받고 있는 로마 성도들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린 선한 도구로 쓰임 받았습니다.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그렇게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생들은 본인이 의식하든 못하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저와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언젠가는 반드시 놓아야할, 한줌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육신적인 것들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하나님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비결, 곧 경쟁력은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죠지 휘필드처럼 "나의 인생은 (육신의 정욕을 좇다가) 녹슬어 없어지기보다는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어드리 다가) 닳아서 없어지길 원한다."고 외치십시오. 하나님의 선한 도구가 되고야 말겠다는 거룩한 꿈과 비전을 가지십시오.

그러기 위해서 어떤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환난과 시험 속에서도,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하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선택하기로 결정하십시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저와 여러분을 당신이 쓰시기에 합당한 도구로 다듬어 주실 것입니다. 필요한 능력을 주실 것입니다. 환경까지도 열어주실 것입니다. 당신의 뜻을 이루는 거룩한 도구로 사용해 주실 것입니다. 바른 선택을 통해 새 날, 새 해, 새로운 기회로 주어진 2008년 무자년(戊子年) 한 해 동안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어 드리는 아름답고 선한 도구로 쓰임 받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