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연등 행렬로 화려한 축제의 날,초파일.석가모니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 날은 중생 모두 복되기를 기원하며 절에 가서 등을 다는 것은 물론이고,집집마다 오색의 종이를 붙여 만든 등을 식구 수대로 걸어놓기도 했다.그 중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내는 등이 가장 길하다고 하여 자기의 등이 더욱 밝기를 기대하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절에서는 재를 올리고 소반(素飯·고기 반찬 없는 밥)과 느티나무의 연한 잎을 따서 멥쌀가루와 섞어 찐 느티떡과 미나리강회를 먹고 볶은 콩을 나누며 석가의 뜻을 기렸다.
무엇보다도 불교를 상징하는 것은 연꽃.꽃뿐만 아니라 뿌리,연밥(열매)도 이롭다.고려도경에 보면 연꽃,연근,연밥까지도 부처님의 보좌로 인정하여 신성시했다고 한다.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중요한 식량이었으며 약초 구실도 했다.이것이 우리에게도 전해져 개성있는 민속식으로 발전했다.
어린 연잎은 살짝 데쳐서 쌈을 싸 먹었는데 이것을 연화포라 하고,연근 녹말을 우분이라 하여 이것으로 경단도 만들고 갈탕(葛湯)처럼 걸쭉하게 죽을 쑤어 마시기도 했다.
연근은 땅속 정기를 머금은 뿌리채소이다.비타민과 미네랄,당질이 주성분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준다.몸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작용과 비타민B가 많은 보혈식품 중의 하나이다.
연근으로 정과(조린 것),저냐(지진 것),죽도 만들었다.절에서는 김치도 담갔고 연뿌리의 구멍마다 찹쌀을 넣어 밥을 지어먹기도 한다.
연밥은 연실이라 하며 연밥장아찌,연밥죽,연인죽(連仁粥),연자당(蓮子糖) 등도 있고 연육(蓮肉)은 약제로도 쓰였다.우리 고유의 명주였던 연엽주(蓮葉酒)는 찹쌀과 누룩을 버무려 켜켜이 연잎을 넣든가 연잎에 싸서 빚는 독특한 향미의 술이다.특히 연다(蓮茶)는 향미를 즐기는 민속차이다.벌어진 연꽃 속에 진한 차를 부어 꽃 향기가 배어나게 한다.이것을 따로 마련해 두고 차에 조금씩 넣어서 마시는 차로 풍류가 넘치는 차이다.
‘…맑은 물에 씻겼어도 요염하지 않으며/줄기가 곧고 덩굴지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는다.꽃향기는 멀어질수록 맑아지며/우뚝 선 깨끗한 모습은 멀리서 바라볼 뿐…’
송나라 때 주돈이의 애연설(愛蓮設)이 있는 연못에 가고 싶다.그윽한 연다(蓮茶) 한 잔만으로도 옷깃을 여미고 맑은 눈을 뜰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