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산일지[오서산]
○일자 : 2009. 6. 26. 금요일
○장소 : 오서산(충남 보령시 ․ 홍성군 소재)
○참석 : 장신, 송오식, 김원준, 김재윤, 이철환, 박주연
○ 교수 워크삽(Workshop)
금년 3월 2일 로스쿨이 개원 한 후, 어느새 한 학기가 지났다. 개원 전에도 경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개원하고 보니 모든 일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새로 시작하는 업무라고 변명을 해 보지만 그래도 시행착오가 너무 많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반추하고, 새 학기의 출범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주로 교과과정에 대해서 논의해야할 사항이 산적되어 있다. 토의주제 한 보따리 들고 1박 2일(6월 25일 - 6월 26일)의 여정으로 교수 워크삽을 출발한다.
장소는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 소재한 ‘한화 리조트’이다. 38명의 로스쿨 재직교수 중에서 17명의 교수님과 조교 2명, TA 1명, 연구조교 1명, 총 21명이다.
6월 25일 아침 10시 정각에 학교를 출발한 전세버스는 느긋하게도 12시 이전에 한화 리조트에 우리를 데려다 준다. 리조트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는 14:00부터 18:30까지 강행군으로 대충의 논의사항을 정리할 수 있었다. 교수 책임시수 문제 등 간단한 사항도 있었지만, 유급제도 ․ 기 이수 학점 인정 ․ 수강신청 방법 등 첨예한 사항에 대해서도 군살 없이 정교하게 논의해주신 교수님들의 덕이다.
○ 오서산 가는 길
교수 워크삽에 이어 다음 날인 6월 26일은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오서산 등반이다. 오서산(烏棲山)은 까마귀가 사는 산이란 뜻으로,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에 걸쳐 있는 790.7m의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무더위와 학회 등 바쁜 일정으로 아침에 학교 그리고 서울로 가신 교수님을 제외한 일행은 아침 9시 15분 한화 리조트에서 오서산으로 출발한다.
전세버스는 보령시내를 통과하여 농촌마을을 지난다. 심은 지 꽤 지난 어린모가 물고랑 사이에서 제법 녹색초원을 이루고 있다. 날씨는 맑디맑고 바람도 청명하다. 오른 쪽 찻길을 따라 조그만 저수지가 보인다. 한화 리조트에서 가져온 관광안내도를 보니 ‘청라 저수지’이다. 농사철이지만 그동안 가뭄이어서 물이 반쯤 밖에 차지 않았다. 그래도 남부지방에 비해서는 가뭄이 좀 덜한 편인가 보다.
해수욕장에서 출발한지 30분가량 지나자 ‘오서산 자연휴양림’이라고 새겨준 거석(巨石) 안내판이 보인다. 자연휴양림 매표소까지 0,5 KM 남은 주차장에서 버스는 길이 좁아 못 간다고 버틴다.
별 수 없이 여기서부터 산행이다. 산행을 왔으면서도 한 발짝이라도 더 차를 타려는 얄팍한 마음은 나만 그러는지?
등반안내도가 큼지막하다. 오서산 등반길은 여러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도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쪽에서 오르는 길과 홍성군 광천읍 상담마을에서 오르는 길이 주로 인터넷에서 안내해 주는 등산로이다. 가이드가 아무도 없는 우리는 버스 기사가 내려 준 이곳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 매표소 쪽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인지 우리 일행 이외에는 산행객이 아무도 없다.
○ 산행
주차장에서 10:00 정각에 출발한다. 자연휴양림 매표소까지는 10분 거리다. 최환주 부원장을 비롯한 노약자(?)는 휴양림 산책코스를 택하고 산행객은 교수 6명과 연구조교 1명, 모두 7명이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바람도 분다. 등산하기에 정말로 좋은 날씨다. 어제 밤늦게까지 만취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휴양림답게 오래된 잡목들이 등산로를 시원하게 덮고 있다. 출발점이 다소 오르막이 심했나? 10여 분 만에 문 선배님이 휴양림 산책조로 가신단다. 정년이 임박한 선배님에게는 더운 날씨에 무리한 오르막이기도 하겠다. 이제 산행조는 6명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지만 가뭄에 지친 계곡에는 물이 말라 건조하다. 항상 출발 20분이 힘 든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물 한 모금씩 마시고 일어서니 5분 거리에 축사 모양의 가건물이 두어 동 보인다. 씩씩하게 앞장 선 송오식 교수님 왈, 양봉하는 곳이란다. 지금 밤꽃이 한창이라는 설명을 듣고 보니 밤나무에 제법 꽃들이 무성하다. 날씨가 좋아서 인지 쾌쾌한 특유의 냄새는 풍기지 않는다. 가건물 뒤편에 조그마한 기와지붕이 있는데 법당(法堂)이다. 간판이 보이자 않자, 지도를 본다. 아마도 “월정사”인가 보다.
한여름 계곡산행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땀을 식힐 수 있어 좋으련만, 오늘은 가뭄 때문에 물소리도 물그림자도 없다. 계곡의 답답함에 더욱 덥다. 앞서 가는 송 교수는 잘도 간다. 뒤 따르면서 “쉬어주지도 않고 인정머리가 야박하다!”고 했더니, 이젠 자주 쉬어 준다. 얼마 전 병원신세를 진 김원준 교수도 잘 따르는데, 건강한 이 사람이 가장 헤맨다. 이럴 때 변명은 나이 탓 밖에-. 더위 때문인지 경사가 크게만 느껴진다. 이마에서 시작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무렵이 되자 겨우 능선에 도착한다.
○ 정상
능선에 도착하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보이고 그 뒤에 몇 사람의 소리도 들린다. 충북 괴산에서 왔다는 인사에 충청도 출신인 김재윤 교수가 반갑게 수인사를 한다. 그래 역시 고향사람이 좋지. 배낭을 걸쳐 맨 로스쿨의 신사 장신 교수님 힘들다는 소리 한 번 없이 잘도 올라가신다. 로스쿨 비젼센터 박주연 조교선생 운동화 차림을 보니 등산경험도 없는 듯한데, 교수들 사이에 끼워 땀을 훔쳐내면서도 연신 사진기를 눌러대느라고 고생이 많다.
산행에서 유일하게 본 산행객이지만 그들에게 추월은 안 당하려고 기를 쓰고 오른다. 능선에서 보는 충청도 들녘이 마치 우리 외가 동네 같은 포근함을 준다. 산맥이 이리저리 흩어지면서 그 틈새에 마련한 좁은 들녘이다.
능선 끝자락에 태양열 발전소 같은 조그마한 시설이 보인다. 안내표시도 없다. 지도에서 보니 ‘통신탑’이다. 그곳에서 정상까지는 5분 거리이다. 능선 길에 정상이라는 표시석이 서 있다. 여느 산처럼 정상이 별다른 위세(威勢) 없이 길가에 서 있음은 충청도 양반들 모습 그대로 이다. 11:40분. 쉬다가다 했어도 1시간 30분 소요되었다.
정상 표시석에서 일행이 기념촬영을 하고서야 사방을 관조한다. 우리가 올라 온 남쪽이 보령시, 반대쪽인 북쪽이 홍성군이다. 정상을 관통하는 능선길이 번들번들하다. 산행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여름 날씨이기도 하지만 휴일이 아닌 금요일이라 산행객이 적은가 보다. 나중에 알았지만, 대부분 외지 산행객은 홍성군 정암사 쪽이나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쪽에서 오른다고 한다. 지도상으로 보니 우리가 온 길이 가장 단거리다. 이는 경사가 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하산
하산은 매표소 여직원이 알려준 대로 정상을 지나 공덕고개 쪽을 향해 자연휴양림을 한 바퀴 도는 코스를 택했다. 오르던 길보다 훨씬 완만한 S자형의 육산(肉山)이다. 오르막이 다소 골산(骨山)이었음에 비하면 하산 길을 제대로 택한 셈이다. 역시 모르는 것은 물어야 답이 있다니까- 안내를 잘 해준 여직원에게 감사도 표하고-.
앞서 가는 송 교수님과 박 조교. 내리막이라고 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불편한 몸 때문에 김원준 교수님 다소 피곤해 하더니만, 지팡이를 짚고는 편안해 한다. 임도(林道) 따라 내려오는데, 벚나무에 버찌가 수두룩하다. 장정 4명이 몰려들어 자연산 버찌를 마음껏 포식하다. 입술에 새빨간 자욱까지 남기고-
한참을 내려오니 폐허된 밭 가운데 가건물로 된 ‘슈퍼’가 보이고, 선봉대인 송 교수와 박 조교가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다. 와- 맛있겠다. 4명의 본진도 아이스크림 안 빨 수 없지.
약수터의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나온다. 철지난 철쭉이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성질이 느긋한 이곳 양반들을 닮았나 보다. 휴양림 산책조에게서 전화가 온다. 기다리기에 너무 배가 고프단다. 먼저 드시라 하고 걸음을 재촉하니 거기가 바로 매표소 위쪽이다. 매표소에서 버스를 타고 관광조가 있는 촌닭 집에 도착하니 기다리다 지친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일단, 더위에 고생만 했다고 해야지- 안 가신 분들이 덜 서운하게-. 정말 즐거운 여름산행였는데. 13:15분 산행 완료. 3시간 걸렸다.
촌닭 집, 음식도 맛있다. 산속에 지어진 천정이 높은 건물이 시원해서 더 좋았다. “가든 歸鶴精舍”라는 상호이다. ‘가든’이란 말만 없으면 마치 무슨 절 이름 같은 곳이다. 더위와 허기를 해결하고 보니 이젠 주위 사람이 잘 보인다. 김재승, 이승우, 최환주, 문형섭 교수님, 그리고 김병철, 류세열, 이승재 조교 선생들. 씩씩한 장정들이 모두 산책조였다고 여기에 기록해 둔다(*^^*).
14:00 광주로 출발이다. 최환주 교수만 보령시 버스정류소에서 서울로 가신다. 이번 워크샵 및 등산을 기획․준비해 주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땡큐-
2009. 6. 28. 일요일 날 조용한 법과대학 사무실에서
이 철 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