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간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해도 낮에는 제법 여름 티가 난다.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이제 6월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더위와 싸워야 할 판이다.
그런데 더위는 나만 느끼는 게 아닌 모양이다. 지휘자도 더위를 타는지 "아, 오늘은 반 팔을 입고 올 걸... 괜히 긴 팔 입었네요..."라며 후회한다. 그러나 찬양대실에는 성능 좋은 에어컨이 있지 않은가! 에어컨 덕에 우리는 시원한 분위기에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 찬양은 "주의 사랑 안에서"였다. 이 곡 역시 까다로운 곡이 아니라서 제법 여유를 부리며 연습을 하였다. 그런데 연습 중간에 쑥떡이 배달되었다. 모두들 "이게 웬 떡이냐?"하며 반색이다.
떡이 배달된 유래에 관해서 내가 들은바는 대충 이러하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 때 철원 수양관에 간 이돈영 집사님은 지천에 널린 유기농(!) 천연 자연산 쑥을 보고는 예루살렘 대원들에게 먹일 일념으로 그 좋은 날 땡볕에 아무 것도 못하고 하루 종일 쑥만 캤단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하여간 쑥을 잔뜩 캐어 집에 갖고가 떡집에 그걸 재로료 하여 참기름이 잘 발린 담백한 절편을 부탁해 대원들에게 공급했다.
그런데...
나는 절편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독일에서 유학할 때, 어느 유학생이 자기 생일 파티를 열어 교회 식구들과 절친한 독일 여학생을 초대했다.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은 후에 식사 시간이 되어 주인이 절편을 내 놓았더니 독일 학생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도대체 이게 뭐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건 떡이라고 하는데 한국식 전통 케이크다!"라고 했더니 "오우! 한국식 전통 케이크!"라면서 자기도 하나 먹어도 되겠냐고 했다. 우리는 당연하다면서 하나 주고, 우리도 먹기 시작했는데 독일 학생이 절편을 한 입 베어 물고 오물오물 씹는 것 같더니 몇 번 씹지 못하고 그만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물었다.
독일학생: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이야?"
주인: "왜?"
독일학생: "케이크라고 했잖아. 근데 달지도 않고 아무 맛도 없어."
주인: "그건 원래 그런거야."
독일학생: "아무 맛도 없는 게 무슨 케이크야? 그리고 이게 자꾸 치아에 들러붙어 기분이 너무 이상해."
이 말을 들은 우리는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하긴... 절편이 무슨 맛이 있나? 그냥 그 맛이지 뭐...
그래서 주인은 종지에 꿀을 담아 절편을 찍어 먹으라고 했더니 독일학생은 꿀맛으로 겨우 하나 먹고는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 맛도 없이 슴슴한 맛으로 먹는 절편... 이게 참 묘미다 묘미... 맛없는 맛...
하여간, 우리는 쑥떡 한 조각을 먹고는 또 연습에 돌입했는데 대장 집사님이 '스승의 날'은 지나갔지만, 우리를 지도해 주심에 감사한다며 지휘자와 반주자들, 그리고 관악팀에게 꽃과 선물을 마련하여 주셨다. 꽃은 박추자 집사님께서 친히 정성을 기울여 만드신 거란다. 예루살렘 대원들 중 이런 저런 솜씨있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
찬양 준비를 마치고 본당에 올라가 기쁜 마음으로 찬양을 드렸는데 마침 오늘이 전도회 날이라 한나여전도회원들이 본당에 그대로 남아 있어 퇴장송까지 다 들으셨다. 그 분들 얼굴에서도 찬양의 기쁨과 감사가 역력함을 볼 수 있었다.
점심으로 간단히 국수를 먹고는 "주와나" 대표급 어린이 6명과 함께 다음 주일 찬양을 준비하였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찬양을 준비하는 것 같다. 지휘자 말대로 찬양하는 어린이들이 중고등부와 대학부까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참 좋겠다.
요즘은 학생성가대가 없어 너무너무 아쉬운데 주와나가 출발점이 되어 성도교회에 학생성가대가 부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