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도 있다.
또 여기저기서 후임 인사를 두고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하마평도 무성하다.
2007년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금융계 인사들이 유독 많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모두 내년으로 끝난다.
증권가에서는 대우증권을 성공적으로 재기시킨 손복조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유관기관 가운데는 최고 ‘실세’ 자리로 평가받는 윤증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가 내년 7월로 막을 내린다.
특히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등 증권 관련 협회장들의 임기도 모두 내년에 만료돼 새로운 회장단 구성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정권 말기라는 점을 감안해 “정부 입김이 작용한 곳은 대부분 새로운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보은 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마(大馬)’들이 자리를 움직이게 되면 따라서 움직이는 자리들도 많다.
연쇄적으로 자리를 옮겨갈 수밖에 없다.
2007년을 뜨겁게 할 금융계의 주요 포스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짚어봤다.
■ 은행가 ■ 내년 금융권 인사 최대 이동은 은행권에서 일어날 전망이다.
주요 은행장들이 대부분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황영기 우리은행장, 강권석 기업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최대 인사 이동이 예상되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황 행장뿐 아니라 정경득 경남은행장과 정태석 광주은행장 임기도 함께 마무리되기 때문. 또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도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황 행장의 연임 여부는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손에 달려있다.
우리은행장은 절차상 행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되지만, 대주주인 예보의 의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현재 예보와 황 행장이 주요 사안에 대해 엇갈린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황 행장이 직원들에게 특별격려금을 지급하자 예보는 황 행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황 행장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유로 주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예보 규정에는 예보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금융기관의 임원이 두 차례 이상 경고 조치를 받을 경우 재선임이 금지된다는 규정이 있다.
아직 황 행장의 경우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연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직 시장은 황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의 경영 성과나 조직 장악력을 고려할 때 황 행장만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또 2008년 예정돼 있는 정부 지분 매각도 황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이면 정권 말기에 들어가는 만큼 금융권의 주요 자리들이 ‘정치적’ 입김에 의해 전격적으로 교체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어 연임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황 행장 거취에 따라 움직이는 종속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11월 취임한 강정원 국민은행장 역시 내년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동안 외형상으로 드러난 강 행장의 성적표는 화려하다.
우선 취임 초 구조조정을 완료, 조직의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냈다.
2003년 1조원이 넘던 적자는 취임 첫해에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는 금융권 사상 최대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또 만년 꼴찌로 평가받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국민은행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고, 주가는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동안 무난히 국민은행을 이끌어 온 점을 감안하면 연임이 유력시되지만 전격 교체와 같은 돌발 시나리오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 파기는 강 행장의 행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거리다.
강 행장은 글로벌 50대 은행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동안의 경영성과를 감안해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국책은행장은 연임된 전례가 없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국책은행장의 경우 재정경제부 차관급 인사가 맡아왔다는 점, 또 금융감독원을 거친 고위 관료가 주로 발탁됐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장 자리를 노리는 ‘거물급’ 인사들이 많다.
□ 성과 좋지만 교체 많을 수도 □ 외국계가 대주주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외환은행 수장 자리도 어떻게 바뀔지 이목이 집중된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를 판가름 받는다.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한미은행과 합병할 당시 한미은행장이었던 하 행장이, 자신의 지위 보전과 관련해 모종의 옵션을 맺었을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하 행장이 씨티은행의 외국 법인 중 유일하게 현지인 CEO란 점을 감안하면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의 거취는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국민은행과 론스타의 게약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2007년 3월까지가 임기인 웨커 행장은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되면 웨커 행장은 론스타와 함께 퇴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계약이 파기됨에 따라 모든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2007년 4월 임기가 끝나는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은 SC제일은행 초대 행장으로 조직을 원활히 이끌어왔지만 성장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보험 · 카드업계 ■ 보험업계에서는 론스타 로비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하종선 현대해상 사장의 임기가 내년 11월에 끝난다.
현대해상은 하 사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하 사장이 무혐의로 풀리더라도 이미지 손상을 우려, 교체될 전망이 우세하다.
실형이 선고될 경우엔 당연히 대표이사 직이 박탈된다.
현대해상 측 관계자는 “현재 검찰수사 중이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교체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네 번째 연임에 도전한다.
박 사장은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위기에 처했던 코리안리를 맡아 연 평균 13% 매출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물론 코리안리를 세계 15위의 재보험사로 성장시켰다.
대주주 신임이 높아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던 박 사장은 2007년 3월로 임기(9년)가 만료된다.
그동안 성과를 감안하면 연임이 가능하지만, 이제 후진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보이지 않는 주위 평가도 나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도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전임 박해춘 LG카드 사장에 이어 2004년 4월부터 서울보증보험을 맡은 정 사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상 최대의 수익을 실현하는 등 외환위기 당시 10조3000억원이 투여된 부실 금융기관을 우량 보증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역시 연임을 자신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카드업계에선 박해춘 LG카드 사장의 거취가 특히 주목된다.
박 사장은 지난 2002년 부도위기에 몰렸던 LG카드를 회생시켜 사상 최대의 M&A를 이끌어냈다.
그동안의 경영성과만 감안한다면 유임을 점칠 수 있지만 신한금융지주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교체 가능성이 높다.
과거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 굿모닝신한증권 등을 인수하면서 내부 인물을 선호해왔다.
■ 증권가 ■ 상대적으로 증권가 수장의 변화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 2005~2006년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의 후임 인사는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손 사장은 2004년 6월 대우증권 사장에 올라 대우증권을 명실상부한 ‘1위 증권사’로 끌어올렸다.
대우증권 출신으로, 위기에 처해 있던 대우증권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연임과 교체 여부를 두고 세간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이뤄놓은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은 따놓은 당상이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의중을 꿰뚫어 본다면 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단 대우증권이 완벽한 재기 발판을 마련한 만큼, 이제는 산업은행 내부 인사의 대우증권 신임 사장 임명을 기대하는 눈치다.
반대로 대우증권 내부에서는 대우증권 출신으로 조직 장악력이 높고 회사 정상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연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인사를 둘러싸고 어느 정도 내홍이 있겠지만 결국 산업은행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우평 SK증권 사장은 2001년 5월, SK증권 대표이사에 올라 재임까지 한 상황. 내년 5월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SK네트웍스가 SK증권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SK그룹 인사 방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 아직까지 SK증권 사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어떤 하마평도 돌고 있지 않다.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의 등기이사 연한도 내년에 3년을 맞는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매년 1월에 발표되는 것과 달리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는 5월을 전후해 이뤄질 전망. 삼성그룹 인사 특성상 연임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 금융 유관기관 ■ 금융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의 수장인 윤증현 금감원장 겸 금감위원장의 임기가 내년 7월로 끝난다.
윤 원장은 내년 7월까지 금감원 임기를 채우게 되면, 금감원 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모두 채우는 ‘영광’을 안게 된다.
그동안 금감원장이 갖은 구설수에 휘말려 임기를정상적으로 마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차기 금감원장 자리에는 정치권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장관급 자리인 만큼 재경부 차관급에서 ‘영전’해 올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내부 승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윤 원장의 임기가 반년 이상 남아 있어 차기 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년 4월 이후에는 후보군들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윤용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문재우 금감위 상임위원, 방영민 금감원 감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윤용로 위원과 김석동 차관보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상헌 금융결제원장도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결제원장은 지금까지 한국은행 부총재급에서 원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 원장 역시 한국은행 부총재보 출신. 정홍식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내부 승진 또는 정부 인사로 자리가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유관기관 가운데는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황건호 한국증권업협회 장,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의 임기가 내년으로 끝난다.
이 가운데 증권업협회장 자리에 누가 오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번 회장 선거에서는, 증권업협회 사상 처음으로 경선이 실시돼 황건호 회장이 당선됐다.
아직 황 회장의 재출마 여부는 물론, 다른 후보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선거가 임박해서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3월 취임한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의 임기도 종료돼 후임 인선이 예정돼 있다.
[정광재 기자 / 이용현 기자] <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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