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담회에 조선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기대를 했었다.
지금까지 조선 하면 떠오르는것이 인삼이나 가시오갈피 등 약재로 만든 보건품, 도자기, 그림 등이다. 내가 중국에서 접촉한 조선산 제품들이 이것들이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믿음이 가는 전통적인 포장, 섣불리 다가가기에 용기가 필요한 비싼 가격, 그리고 그 가격때문에 생긴 거리감과 신비로움...
지난해는 조선의 책임자동지께서 취재를 안받아주셔서 우리 기자들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단장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취재를 받아주시고 사진과 동영상촬영까지 협조를 해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웠다.
김천세 조선대표단 단장.
'한족들 치마저고리 좋아합니다'
조선사람들은 한복을 '치마저고리'라고 불렀다. 조선의 치마저고리 전시장은 첫날부터 관람자가 부빈다. 오색찬란한 아름다운 치마저고리가 화려하게 부스 3면을 장식하고 예쁜 묘령의 아가씨가 화려한 한복을 입고 서있으니 한폭의 그림인들 이보다 더 고우랴! 앙증맞은 어린이 색동저고리부터 화려한 꽃무늬를 돋친 성인 녀성의 한복, 그리고 서양드레스와 접목시킨 개량한복도 있다.
"사진 찍지 말아요." 한복파는 아가씨들이 수줍음을 많이 탄다.
관람자들도 심심해서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것이 아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녀성은 오자마자 예쁜 어린이한복 한벌을 덥석 잡더니 얼마냐고 물었다. 300원 가격에 두말없이 아홉살짜리가 입을 사이즈로 한벌 달라고 했다.
"혹시 조선족이예요?"
내가 물었다.
"아니 한족인데요."
"한복은 뭐에 쓸려구요?"
"그저, 너무 이뻐서 딸애한테 입힐려구요"
우리에게 특별한 한복이 한족들에게는 일반 패션처럼 너무나 쉽게 접수된 사실이 놀라왔다.
한족여성(오른쪽 첫번째)이 어린이한복 한벌을 제꺽 사갔다.
조선고려심청회사 한복파는 아가씨는 "우리는 현재 대련, 산동에 지사가 있다. 한족들이 우리 한복을 잘 사간다"고 했다.
한복파는 아가씨들이 수줍음을 타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피해가는바람에 사진 제대로 못나왔다.
하지만 건강식품 파는 아가씨는 아주 예쁘게 잘 협조해주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배려심
처음 조선전시관으로 가보니 모두들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고 중국어도 좀씩 하는것 같고, 별로 북에서 온 분들이라고 잘 믿겨지지 않았다.
“혹시 조선에서 오셨어요?”하고 물으니 한복파는 아가씨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왔습니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조선평양무역회사의 진렬장에는 가시오갈피차, 매발톱나무열매약술, 오미자단물약 등 건강식품과 청혈환, 양춘삼록, 록태고, 륙미환 등 여러가지 중약이 전시되여 있었다.
"우리의 건강식품과 중약은 지역차이가 나기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약발이 잘 받을겁니다."
고려약을 '중약'이라고 부르는 조선아가씨
김미란이라고 부르는 예쁜 아가씨가 성심껏 소개를 했다.
"어머, 조선에서도 중약이란 말을 쓰나요? 한국에서는 한약이라고 하던데..."
그녀는 방긋 웃더니 "여기는 중국이니까 중약이라고 했지요. 우리는 고려약이라고 합니다." 고 대답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중국에 왔다고 '중약'이라고 하는 모습에서 나는 타국에 대한 조선인의 례의와 배려심을 엿보는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중국상업대학에 유학중인 한국인들이 아주 반가와한다.
“천만명 다 어디로 갔을까요?”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에 온 아가씨들이 한결같이 이뻤지만 남자들 또한 한결같이 미남이다.
조선에서는 미남미녀들만 살고 있는지 아니면 잘생긴 사람들만 골라 데려왔는지 한참 생각해보았다.
전람 첫날, 조선의 한 부스를 지키고 있는 미남 직원은 “웬지 사람이 적게 모인다”고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통역을 해주면 사진을 찍게 해주겠다고 해서 통역까지 해주면서 겨우 찍은 사진. 그러나 알고보니 그는 중국어를 참 잘했다. 깜짝 속았다.
조선의 아가씨들과 기념사진을 찍고싶어하는 관객들이 많다.
그리고 나에게 “할빈은 인구가 얼마입니까?”하고 물었다.
천만명쯤 될거라고 대답하니까 그는 “그럼 그 천만명이 다 어디에 숨어있고 여기는 안보인답니까?”하고 물었다.
다른 부스들에서는 사람들이 넘친다고 내가 대답을 하니까 그 직원은 “아~ 다른 곳은 미녀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고 여기는 못생긴 놈만 있으니까 오지두 않는구만요” 하더니 “기자선생님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좀 이렇게 서있어주십시오.”하고 사람을 웃긴다.
모든 조선사람들은 어릴적 텔레비젼에서 본 조선 아나운서들처럼 혁명적이고 딱딱하기만 한줄로 알았다 하지만 조선청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사람 사는 곳은 다 같구나, 어디에든 유머가 존재하는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렇게 관객과 바이어들이 잘 찾아오는데도 조선청년(왼쪽 첫번째)은 "천만명이 어디에 숨어있는가"고 묻는다.
조선측과 상담중인 바이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