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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죽여야 하는 남자...
...사랑을 속여야 하는 여자..,
슬픈 이들의 잔인한 동화....
인랑을 홍보하는 포스터나 문구에 자주 나오는 말이며, 이 말은 "인랑"이라는 작품을 전체적으로 대표해주는 문구이기도 하다.
이 문구만으로도 이 작품이 그리 밝은 내용이 아님을 한 눈에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
패전한 가상의 일본 도시에서 반정부세력들의 제거를 위해 "케르베로스(신화에 나오는 지옥의 문지기로 머리가 세개 달린 괴물의 형상임)"라는 비밀 부대를 조직한다.
이 조직의 일원중의 한명이 바로 주인공인 "후세"..
어느날 반정부세력인 "빨간 두건단"이 폭발물을 운반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축출하기위해 파견된다.
그리고 거기서 폭발물을 운반하는 소녀를 보게 되고, 바로 눈앞에서 그 소녀가 자폭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때부터 "후세"는 그 소녀의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소녀의 장례장소를 찾은 후세는 그 소녀와 닮은 "케이"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죽은 소녀의 언니라고 자신을 밝히고 둘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케이"는 공안부에 소속되어 있는 "후세"의 예전 동료로부터 사주받은 미끼였다.
케이를 후세에게 접근시켜 후세가 몸담고 있는 특기대를 와해하려 한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였지만 "후세"는 자신의 손으로 "케이"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줄거리만 봐도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여자를 죽여야하는 어찌보면 우리 나라 영화에서 많이 써먹었던 그런 류의 이야기(쉬리) 아냐?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강조하지만 이 애니는 정말 보면서도 영 씁쓸한 기분이 유지되게 하는 작품이다.
애니의 한계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실사와 같은 그림과 움직임, 그리고 실사 영화와 같은 카메라 기법이 쓰였으며, 캐릭터도 아기자기 이쁜것도 아니고, 표정없는 무뚝뚝한 얼굴로 진지한 대사나 읊조리고 있다.
조심스레 싹트는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도,
둘만의 데이트를 보면서도 내내 가라앉은 마음으로....
엔딩까지 보고 나면 영 우울한 기분이 울쩍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애니를 끝까지 보면서 계속 나를 거북하게 했던 것은 바로
"짐승의 탈을 쓴 인간"인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인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지기 때문이다.
"후세"라는 인물은 "케르베로스"특무대로써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써의 삶을 살아온 캐릭터이다. 하지만 소녀의 자폭을 계기로, 그리고 "케이"와의 만남으로 인간으로써의 삶을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주위의 상황은 그것을 용납하게 하지 못하며 결국 케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끔 만들고, "짐승"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것이다.
그를 짐승으로써의 삶으로 내모는 현실과 그를 내모는 사람들...
그리고 진정 인간으로 살아갈수 없는가라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연민과 함께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의 우울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케이"를 죽일수밖에 없는 순간에서, 짐승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말릴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더욱 씁쓸해졌다.
"인랑"에 대한 어느정도 작품의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랑이라는 내용은 "빨간두건"이라는 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동화에서는 할머니를 잡아먹고 할머니로 분장한 늑대가 소녀마저 잡아먹지만 사냥꾼의 도움으로 모두 되살아난다는 해피엔딩이다.
그렇지만 원본의 "빨간 두건"은 비극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즉 빨간 두건마저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이야기는 끝나게 되는것이다.
"인랑"의 작품을 만든 오시이 마모루는 "빨간 두건"의 이야기를 인간의 입장이 아닌 짐승의 입장에서 동화를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한적이 있었다. (감독은 히로유키지만 원작과 시나리오는 오시이 마모루가 담당했다.)
빨간 두건의 엄마를 잡아먹고 사람의 옷을 입은 늑대는 사람으로써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소녀가 말합니다. "엄마, 눈은 왜 이렇게 커요?""엄마, 이빨은 왜이렇게 커다랗죠?"
아무리 사람처럼 보이려고 해도 늑대는 늑대였던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후세와 케이에 대한 관계에 많이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빨간 두건"이라는 반정부 집단의 이름이나 빨간 두건을 둘러쓰고있었던 "케이"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리고 후세 주변에 있는 같은 특무대원들은 가끔 늑대의 모습으로 그려지며,후세 주위를 멤돌고 있다.)
..."인랑"의 포스터는 많이 봤을 것이다.
커다란 달을 뒤로하고 검은 인영이 서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눈은 사람의 눈이 아닌 짐승의 눈처럼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해피매니아에 글을 남기고 있지만, "인랑"이라는 애니를 재미있게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시 보기 두려운 애니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마도 내 자신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아닐까라는 두려움과 정곡을 찌르는 듯한 시선이 거북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이 애니는 현실이나 사회를 겪은 성인들을 위한 잔인한 동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바로 성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들...
아마도 혈기어린 아이들은 후세의 행동에 비웃음을 흘릴지도 모른다.
케이와 그 둘의 사랑을 지루하게 바라볼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의 배신과 음모에 화를내며 어리석은 사람이라 소리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겪은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씁쓸하게 지켜보고 그들의 파국을 지켜보며 조용히 외면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리치며 비난할 수도 없다....
...,
나도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었나 보다.....
후세와 케이,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음악이 웬지 모르게 기억에 각인되어 버렸다.
"케이"가 후세의 옷을 부여잡으며 울부짖는다.
"엄마, 눈은 왜그렇게 큰가요? 이빨은 왜이렇게 날카로운가요?"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후세의 총구가 발사되고,
그 장면을 멀리 지켜보던 후세의 상관은 조용이 읊조린다.
"...........그래서 늑대는 소녀를 잡아먹었다............"
......
......
사람과 인연을 맺은 짐승의 이야기는
반드시 불행한 결말로 끝나지
짐승에겐 짐승들만의 이야기가 있어..
아무리 상처를 입게 되도
짐승같이 사는 것에 평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
그 자는 늑대 같은 놈이다...
그 자는 늑대다...
그런 이유로 그 자는 추방되었다!!
빨간 두건 원본 이야기를 볼 수 있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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