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 형님, 두분 시누이 이렇게 사형제인 시댁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제일 처음 형님이 내게
"이젠 음식장만 혼자 안해두 되서 정말 좋다"
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명절이나 제사 때가 되면 음식장만 하는 일이
우리 주부들에게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혼식 올리고 며칠 후에 시어머니 제사가 있었다
옛날 한옥이라 얼음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부억
한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꼬박 몇시간을 전을 부치고
일어서는데 다리가 어찌나 저리던지 주저앉고 말아서
형님이 놀란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후로도 전부치는 일은 언제나 내몫이 되버렸다
역활 분담이 정확하게 나누어져서인지 이젠 너무도 쉽게
일마무리까지 짧은 시간내에 해치우곤 한다
전부치고 마무리하는건 내몫이고 나물이며 그외 음식은 형님몫이다
예쁘게 담아내는 것도 내몫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행여 머리카락이라도 흘릴까 온신경을 곤두세운다
얼굴 한번 뵌 적이 없는 시부모님께 정성들여 차려낸
차례상앞에서 절을 올리며 마음 속으론 내엄마를 생각하게 된다
살아계신 내엄마께 이렇게 정성들인 음식을 대접한 적이 언제든가
시부모님이 우선인 우리시대
친정부모님은 늘 뒤켠인 우리 시대
나도 오래지 않아 친정부모가 될텐데 ....
그때쯤이면 지금 내엄마가 느끼는 애틋한마음을 나두
똑같이 느끼게 될텐데....
얼마나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이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나두 친정엄마라는 이름과
시어머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겠지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차례상은 앞으로도
내손으로 차려드릴 수는 없다는걸 알면서도
꼭 한번만이라도 내손으로 정성들여 차려드리고 싶다
언제쯤이면 가능해질런지 모르지만.......
카페 게시글
전원의 창(선주산방)
차례상...
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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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2.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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