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autocamping.co.kr 표지모델 님 자료 사진
얼마전 발생한 갈천 오토캠핑장의 텐트털이 사건으로 인해 오토캠핑 관련 동호회마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텐트털이가 어제 오늘에 생긴 신종 범죄가 아닌데도 이번처럼 많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갈천 오토캠핑장이 autocamping.co.kr에서 여름 부엉이 캠프를 개최할 정도로 많은 캠퍼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탓에 그 충격이 더 컸던 모양이다. 물론 피해 규모가 컸다는 이유도 있다. 10여 동에 이른 텐트가 피해를 입은데다 추정 최대 피해액이 적게는 수십 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을 훌쩍 넘긴 캠퍼도 있다.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어쨌거나 2008년 갈천은 많은 캠퍼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곳이 되었다.
사건 발생 직후 유사 사고 발생을 걱정하는 글들이 autocamping.co.kr은 물론 각 동호회에 올라왔다. 대범하고 능숙한 범행 수법에 놀라고,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고, 피해를 당한 이웃들에게 격려의 말을 남겼다. 그런데 피해자 중 일부가 금번 사건에 대한 갈천 오토캠핑장의 과실과 책임을 주장하는 글을 연이어 올리며 회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유료로 운영되는 오토캠핑장에서 감시 카메라 등 도난 사고를 방지할 아무런 방지책을 세워두지 않았다.
2. 야간 순찰이나 야간 출입 금지 등 범죄 발생 억제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3. 사고 발생 후 오토캠핑장 측이 책임을 회피하며 피해 보상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하지 않았다.
4.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오토캠핑장 측이 적절한 보상을 할 때까지 해당 캠핑장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
일견 수긍을 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상식에서 벗어난 주장들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감시 카메라나 야간 출입 금지 같은 경우 금번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생각해보면 실제 이용객인 캠퍼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매우 팽팽할 것이다. 당장 사생활 침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올 것이고, 기술적으로도 효율성 면에서도 쉽지 않다. 경제성 면에서도 쉽지 않다. 실제로 감시 카메라를 단 사설 야영장이 대한민국에 몇 개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야영장 선택시 단 한 번이라도 감시 카메라 설치 여부를 따진 적이 있는가?
야간 통행 금지에 대한 의견도 그러하다. 가평에 소재한 오토캠핑장 무지개서는 마을이 캠퍼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여러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야간 출입 금지다. 캠핑장 전체가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고 관리자는 입구에 기숙을 하며 출입을 통제한다. 심야에 도착하는 일이 잦은 캠퍼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야간 출입 금지가 범죄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특히 열려진 공간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의 특성상 완벽한 출입 통제가 가능한 곳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침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시 묻자. 야영장 선택시 야간 출입 금지 여부를 확인한 적이 있는가?
피해 보상 문제도 억지다. 캠핑장 운영자 스스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낄 수는 있으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만일 피해 보상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면, 다시 말해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 일부의 주장이 옳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이들이 온라인에서 시위를 하며 사건을 부각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금 무리하게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이가 공감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요구로 생떼를 쓰는 것이다. 피해 보상 해주면 좋고, 안 해주면 말고의 심리인 듯 하다.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금번 피해를 입은 오토캠핑장 운영자 측도 피해자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갈천은 15년째 범죄 없는 마을로 주민들의 자긍심이 드높았던 곳이다. 그런데 금번 사고로 인해 이들은 쉽게 치유하기 힘든 큰 상처를 안게 되었다. 여러 오토캠핑장을 다녀보면 갈천 오토캠핑장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모두다 느끼게 된다. 갈천 오토캠핑장이 특별히 자연 환경이 뛰어나다거나 물이 맑고 좋다거나 편의 시설이 뛰어나다거나 해서는 아니다. 찾아보면 그보다 뛰어난 곳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캠퍼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적당히 때묻지 않으면서도 편리한 캠핑장 환경에 사람 좋은 갈천 오토캠핑장 운영자의 어질고 친절한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사각 타프 하나에 커다란 리빙쉘 두 동을 연결해 쓰며 2, 3가족이 기거하면서도 1동치 캠핑비를 내미는 캠퍼에게 캠핑비를 더 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 이. 새벽 2, 3시가 다 되도록 오지 않은 예약 캠퍼를 기다리며 평상에서 밤을 새는 이. 사고 발생 후 죄책감에 시달리며 잠을 자지 못하고 바보처럼 뒤늦은 순찰 돌고 있는 이. 그가 바로 이 곳 운영자다. 그가 오토캠핑장을 운영함에 있어서 특별한 과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남들 하는 만큼, 거기에 정성과 노력을 조금 덧붙여 성실히 운영해온 것뿐이다. 이 사람이 죄인인가? 이 사람이 죄인이라면 자신의 안방에 도둑 드는데도 알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피해자들도 죄인이다. 이 날 일은 아무도 원치 않던 사고일 뿐이다.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야영장에서의 텐트털이가 신종 범죄는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이다. 캠핑장 측의 과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보이고 싶은 것뿐이다. 갈천 오토캠핑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에도 가평 산장 유원지(구 패밀리아파크)에서 텐트털이 사고가 일어났다. 그곳은 매년 동일한 범죄가 발생하는 곳으로 캠핑 동호회에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또 발생했다. 아마도 잠복 경관도 있었을 법 한데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토캠핑장 말고도 일반 야영장, 해수욕장 등지의 텐트털이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있어왔다. 범행 수법도 비슷하다. 그래서 늘 캠핑을 할 때 도둑을 대비하여 귀중품 보관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 상식처럼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마치 이것이 신종 범죄인양 목소리 높일 이유는 없다.
이기심에 빠져 무리한 주장을 펴며 또다른 선량한 피해자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다른 이를 아프게 하여 금전적 이득을 얻고자 한다면, 타인의 텐트를 찢고 돈을 훔쳐간 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행동하라. 정당한 권리 주장이라면 적절한 절차를 밟아서 하면 된다.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무의미하게 서로 상처만 주기 때문이다. 간혹 어려운 일을 당하면 만만한 화풀이 대상을 주변에서 찾는 이가 있다. 비겁한 일이다. 정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다면 갈천 오토캠핑장을 보이콧할 것이 아니라 각 지역 지자체와 경찰관서 등에 민원을 제기하여 좀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조속한 범인 검거를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야영장 운영자에 대한 방범 협조를 요구하고 야영객들에 대한 안전 홍보 또한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왕 할 거면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아무튼 금번 일로 피해를 입은 캠핑 이웃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본인과 가까운 지인들도 금번에 갈천에서 큰 손해를 입었기에 그 아픔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갈천 오토캠핑 운영자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조속히 범인이 검거되기를 바라며, 마음에 입은 상처가 하루바삐 아물기를 기원한다. 갈천에는 낙엽지는 가을에 다시 찾을 예정이다. 낙엽 태우는 내음이 벌써부터 그립니다.
상법 제152조 (공중접객업자의 책임)
①공중접객업자는 손님으로부터 임치를 받은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하여 불가항력으로 인함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②공중접객업자는 손님으로부터 임치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시설 내에 휴대한 물건이 자기 또는 그 사용인의 과실로 인하여 멸실 또는 훼손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③객의 휴대물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게시한 때에도 공중접객업자는 전2항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 캠핑장을 공중접객업으로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귀중품 보관 책임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첫댓글 음...가슴아프고 무서운 일이지만.....맞는 말씀이신듯합니다
지갑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놀러다녀도 걱정없던 예전이 그리워집니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그 맑던 오캠장을....@@;;...이젠 목검 들고 다녀야할까 봅니다..
말씀처럼 캠퍼분들이나 캠핑운영자나 모두가 피해자일 수 밖에 없는데 책임공방이 되는듯하여 더 쓸쓸해지네요.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화도 치밀어 오르시겠죠. 하지만, 가해자는 누가봐도 도둑인데, 그 도둑이 누군지 모른다는 이유로 같은 피해자인 캠핑장 주인에게 그 가해자 대신 배상책임을 묻는 경우는 무리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