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그가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제 또래이며, 제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필리핀의 농구영웅, 아벨리노 림(Avelion Lim)이 2023년 12월 23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2년 생으로서 이제 그의 나이 고작 61세. 누구보다도 젊고 건강했던 그였기에 그 죽음의 충격은 굉장히 컸습니다.
아벨리노 림은 별명인 "삼보이 림"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계 아버지와 필리핀 원주민 어머니 사이에서 테어난 삼보이 림. 신장은 비록 181센티에 불과했으나, 1미터에 달하는 버티컬 점프와 자유자재로 공을 다룰 수 있는 큰 손으로 유명했으며, 본인의 영웅이었던 Doctor J 줄리어스 어빙을 모방하다시피한 플레이 스타일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어빙보다 20센티 작은 순수 동양인이 한 손으로 공을 움켜쥐고 덩크를 찍어대고 공중에서 더블클러치 플레이를 주무기로 삼는 농구를 했으니 그 인기가 얼마나 높았겠습니까?
렉스루 드리블, 서커스샷, 고공 핑거롤, 더블 클러치, 스텝백 점프슛, 유로스텝, 쉐이크 앤 베이크 무브, 거기에 덩크까지... 지금 봐도 화려한 고난도 기술들을 40년 전에 아시아의 한 선수가 프로무대에서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자유롭게 구사를 했었습니다.
삼보이 림은 왼손, 오른손, 차이가 없을 정도로 양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했으며, 필리핀 프로무대 뿐 아니라 국제경기에서 더더욱 잘했던 선수입니다.
특히, 82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우승), 윌리암 존스 배, 85년 아시아 선수권(우승), 86년 아시안 게임(동메달), 90년 아시안 게임(은메달) 등에서 맹활약을 하며 조국인 필리핀에 많은 영광을 가져다주었죠.
보시다시피 키는 작아도 다리가 길고 보폭이 커서 속공 덩크나 페인트 존 안에서의 유로스텝이 자유로웠고, 훼이크 동작에 이은 고난도 핑거롤 같은 잔 기술에도 매우 능했던 선수입니다.
별 도움닫기 없이도 쉽게 덩크를 구사했고, 속공 덩크는 호쾌했죠. 181센티의 동양선수라서 체감상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놀라운 탄력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도 무지막지하게 큰 손이 큰 역할을 해줬던 것 같습니다.
조던의 손보다는 작지만, 이 선수의 신장이 181이란 점을 감안해보면 정말 거대한 손 크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공을 잡을 때 유리하게끔, 엄지 손가락이 상당히 길고, 엄지와 검지 사이 간격도 매우 넓었죠.
신장은 작았어도 포스트업 공격 빈도수가 컸고, 페인트 존 안에서의 기술들도 탁월했습니다. 상대팀 블라커들을 따돌리는 순간적인 방향전환이나 허를 찌르는 왼손 바꿔 슛이나 리버스 레이업 등에 매우 능했습니다.
80년대 당시엔 NBA에서도 보기 힘들없던 스텝백 점프슛... 이 선수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요. 특히 줄리어스 어빙을 연상케하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핑거롤 레이업은 압권이었습니다. 손은 컸어도 레이업 올려놓을 때 손목이나 손가락의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죠?
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때도, 90년 북경 아시안 게임 때도, 필리핀의 에이스는 아벨리노 림이었고, 주요 경기마다 이 선수가 하드캐리 했습니다. 20+ 득점력은 물론,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락샷까지 모두 능했으며, 허슬 플레이와 수비 등 궂은 일도 도맡아했던 선수입니다.
한국 팀과의 경기에서도 허재, 김현준 등과의 맞대결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줬었고요. 상대팀 센터의 신장이나 기술이 어떠했든 상관없이 골밑으로 파고 들어가 득점을 하거나 자유투를 얻어내는 스타일의 농구를 펼쳤었죠.
삼보이 림이 즐겨 구사하던 기술입니다. 크로스오버 드리블에 이은 베이스라인 돌파, 그리고 더블 클러치 레이업.
삼보이 림은 필리핀 리그 산 미가엘 소속 선수로서 팀의 우승을 무려 9회나 이끈 레전드 중 레전드입니다.
저 당시에 유로스텝을 구사하던 선수로는 리투아니아의 샤루나스 마슐로나스, 그리고 한국의 허재 정도 밖에 없었죠. NBA에선 아주 간혹 구사하는 선수들만 몇 명 있었고요. 삼보이 림은 선구자적인 선수였기도 합니다.
그가 창안해낸 무브로 알려져 있습니다. 헤드 앤 쇼울더 훼이크 무브. 앨런 아이버슨 이전에 동양의 한 나라에 살던 아이버슨과 같은 신장의 사나이가 만들어낸 무브!
10번 시도하면 8~9회는 왼쪽으로 돌파해 들어갑니다. 그걸 아는데도 다 당합니다.
아벨리노 '삼보이 '림은 2014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를 경험했습니다. 저렇게 강하고 탄탄하며 50세의 나이에도 덩크를 쉽게 꽂아대던 선수였으나, 심장에 생긴 병은 피해갈 수가 없었나 봅니다.
심장마비 직후 코마 상태를 경험한 아벨리노 림은 신체 대부분에 마비증세가 오면서 의학의 힘을 빌려 생명을 연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쁜 아내와 딸들이 눈물을 흘리며 서포트하고, 필리핀의 모든 농구팬들이 그의 완쾌를 위해 기도했건만, 무십하게도 그는 일주일 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023년 12월 23일에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2023년을 3~4시간 남겨둔 지금, 그의 영면을 위해 기도하며, 이 추모의 글을 마칠까 합니다.
잘 가시게 ~ 천국에서도 덩크하며 더블클러치 하고 있을 농구인이여 ~
첫댓글 박사님이 소개하신 필리핀 레전드들 중 가장 인상깊던 선수인데. 젊은나이에 가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래도 10년 가까이 투병생활 하면서 가족들, 친지들, 팬들과 좋은 시간 많이 가졌다고 합니다.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뜬 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과거 nba에서 쥴리어스 어빙이나 레전드들에게 봤던 무브를 국내외에서 구사하셨다니 정말 놀라운 선수셨네요.
50대에도 덩크가 가능할 정도로 몸관리 하셨던 분인데 너무 일찍 떠나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양인이 가능한 건가 싶을 정도로 대단한 무브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할 것도 없이 박사님 설명 그대로의 농구 명인이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좋은 글 잘봤습니다. 박사님 2023년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길 기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제이슨 키드님도 운영진으로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운동신경이 지금 정관장에서 뛰는 아반도 같은 느낌이네요~ 40여년 전에 저런 플레이를 했다니!
박사님의 글을 통해 알게된 선수입니다. 백넘버나 탄탄한 몸, 엄청난 플레이가 허재와 겹쳐보이기도 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사님 매번 글 잘보고있습니다~ 새해복 많으받으세요×1000000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농구를 정말 즐기며했을것 같네요!
저는 첨보는 선수인데 정말 세련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였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역시 박사님 덕분에 팬이된 한사람입니다.
작년에 젊은 나이에 운명하셨다니 안타깝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심장이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신체기관입니다. 팔팔하게 뛰던 현역 NBA 선수들 중에도 심장에 문제가 생긴 선수들이 꽤 되죠.